자립형 사립고 등 ‘무한경쟁’ 앞두고 마지막 기회

담양高가 ‘기숙형 공립고’로 선정됐다.

이명박정부 공약이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가 시작돼 프로젝트의 하나인 ‘기숙형 공립고’ 82곳이 선정된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26일 전국 587개 고교 중 시·도교육청에서 추천받은 90개 고교를 현장실사와 심의를 거쳐 82개 학교를 선정·발표했으며 전남에서는 담양고, 화순고, 영암고 등 가장 많은 16개 고교가 선정됐다.

선정된 학교는 기숙사 설립 비용 등으로 학교당 평균 38억원씩 지원받게 되며 기숙사 건립 등 준비가 끝나면 2010학년도부터 신입생을 선발할 예정이다.

교과부는 “기숙형 공립고를 통해 도시와 농촌사이의 교육격차를 해소하겠다”고 밝히고 “해당 학교를 자율학교로 지정해 교육과정과 학사운영, 학생 선발 등에서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하고, 교장공모제와 교사초빙제 등을 통해 우수교원을 확보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기숙형 공립고가 정착되면 도시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농촌지역 학교를 ‘돌아오는 학교’, ‘찾아가는 학교’로 육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에는 도농 복합 중소도시 고교 및 사립고교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일부 교육운동단체와 사회단체는 “지역에서 기숙형 공립고와 나머지 학교 간 격차가 더욱 확대될 것이다”고 우려하고 있으며 “이번 교과부의 계획은 결국 입시 위주의 ‘공립 기숙학원’으로 전락할 것”과 “기존 농산어촌 우수 고교 사업을 기숙형 공립고로 옷만 바꿔 예산만 증액했을 뿐”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 담양에는 ‘약’!

그러나 일부 단체가 제기하고 있는 비판은 “담양의 현실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순창의 공립학원 ‘인재숙’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민의 세금으로 일부 성적상위권 학생만을 위해 기숙학원을 운영하는 것은 평등권 위반과 인권 침해다”는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밀고 나가고 있는 것은 지역 인재와 지역 학교 육성에 가장 효과적이고 또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반영하는 대목이다.

담양에서도 순창 인재숙의 성공담에 고무돼 기숙형 고교운용에 대한 여론이 일었었다. 순창 인재숙과 같은 비판을 받더라도 현실적 대안이 없는 한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숙형 공립학원을 운영해야 한다는 게 다수 의견이었으며 郡도 작년 7월 계획을 수립했었다. 공교롭게도 이번 ‘기숙형 공립고’ 정책의 핵심사안은 ‘기숙사 증축’이어서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담양高의 경우 현재 기숙 수혜율은 25%로 96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이번 정책으로 기숙사 1동(1실 4인)이 증축될 경우 80명의 학생을 더 수용할 수 있다.

담양高 관계자는 “교과부의 기숙형 공립고 정책과 관련해 이미 전체 400여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기숙사 수요조사를 한 결과, 약 45%의 학생이 기숙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에 따라 기숙사 수용능력을 180명 내외로 정했다”고 밝히고 “기숙사가 증축될 경우 학생수의 절반 가량은 기숙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담양高의 경우 ‘일부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만 주어지는 특혜’ 논란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게 됐으며 덤으로 기숙사 건립 예산 등 현실적 어려움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담양高는 이달부터 ‘농어촌 1郡 1우수학교’로 지정돼 전남교육청으로부터 3개년 사업 중 1차년 사업비 5억원을 지원받았으며 계속적인 지원이 예정돼 있어 학생들의 학업능력 향상을 위한 학습 환경 조성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왜 오르지 않나”

학생들의 학력 저조에는 학생 각자의 ‘기초학력 미비’가 최대 원인이라면서도 “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들에게도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비판적 시각의 요지는 “담양은 광주 근교라 교사들이 부임지로 가장 좋아하는 1급지이고 담양으로 발령받기 위해서는 전남의 섬 지역 근무를 마치고 근무평가점수가 상당히 높아져야만 들어올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담양에 근무하는 교사들은 평균연령이 높아지게 되며 교육열의도 상당히 저하된 시점에서 근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복합적 영향을 받은 학생들은 당연히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여론이고 “담양은 교사들이 쉬러 들어오는 곳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는 것이다.
주민 최모씨는 “담양高나 담양中이나 부임지로 선호도는 최고인데 교사들의 교육열의는 최하다”며 “담양은 교원들의 실버타운”이라고 꼬집었다.

이를 증명하듯 담양高 33명의 교원 평균근무경력은 20년으로 16~20년차가 11명, 21~25년차 14명, 26~30년차 3명으로 10년 이하는 단 2명에 그쳤다. 또 평균연령은 45.9세로 40~60세가 29명이며 30대는 단 1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우려스러운 사례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거점학교로 정부지원 외에도 담양郡이 실시한 ‘교육환경 개선사업’으로 2004부터 2008까지 7억3000만원을 따로 지원받았으나 지원이 미흡했던 한빛고에 비해서도 성과가 초라해 결국 올해에는 지원금이 감액됐다.

지금까지 “투자 대 결과”만 놓고 본다면 “물질적 지원이 곧 성적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평범한 진리가 다시 확인됐을 뿐 그동안 지역거점학교로서의 명예에 전혀 부합하지 못했다.

◇ 담양高의 미래가 담양의 미래


내년부터는 사립고에도 예산이 지원되고 도농복합형 도시에도 사업이 확대돼 각 지역 학교는 한정된 인재만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이에 대한 공립고의 반발을 막기 위해 정부는 기숙사 증축 이외에도 ‘교장추천제’, ‘우수교사 초빙제’같은 극약처방까지 끼워 넣었다.

비평준화 지역으로 학생 선발권이 학교에 있다하더라도 담양의 특성상 중학교 졸업과 동시에 광주로 전출하는 학생이 많아 “얼마나 많은 학생이 지역 외로 유출되지 않고 담양高로 진학하는가?”가 우리 지역으로선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이는 “담양관내 중학생들이 담양高 입학을 목표로 얼마나 입시경쟁에 뛰어드는가”에 따라 ‘지역인구’가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담양高의 흡인력’이 곧 ‘담양의 미래’라는 공식을 얼마만큼 수립할 수 있는가?”도 관건이다.

결국 이는 “농산어촌 지역 학생들의 이탈을 막고 지역발전에 기여”라는 기숙형 공립고의 취지에 귀결되는 것으로 그만큼 ‘담양高의 어깨’가 무거워졌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기가 촉박하다. 당장 정부는 내년부터 사립고 지원을 예시했고 다음 수순으로 자립형 사립고 시행을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기 때문에 이대로 간다면 기숙형 공립고의 애초 취지가 정상적으로 시행될지 의문이다.

이어 자립형 사립고 확대와 맞물려 평준화가 완전히 해체되면 무한 경쟁 체제로 나아가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이치이기 때문에 담양의 인재유출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성과위주’의 이명박 정부 특성상 “명문대를 몇 명 합격시켰는가?”로 정책평가의 초점이 맞춰질 공산이 큰데다, 정부가 정한 가이드라인에 들지 못한 학교는 차별정책이나 특화정책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높아 이번 기숙형 공립고 정책은 ‘독이든 사과’일 수도 있다.

◇ 땅 짚고 헤엄치기

교과부는 기숙형 공립고에 대해 ‘선택과 집중에 의한 우수고 육성’이라 하지만 담양의 경우 이러한 공식을 대입하기에 무리인 상황이다. “과연 담양高의 위치가 선택의 대상에 포함되는가”에는 회의적이라는 얘기다.

이번 선정 82개교는 농특세와 지방비 등으로 조성된 1342억원의 예산을 가지고 한 학교당 약 16억원을 지원하는 ‘농산어촌 우수고 사업’과 62곳이나 중복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3173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이라 정부로서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벌써부터 ‘몰아주기식 정책’인 기숙형 공립고에 대한 비판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넘쳐나는 예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결국 날카로워진 비판의 끝은 예산으로 흥청거린 각 학교장과 정책담당자에게 향할 것이다.

이처럼 가장 큰 문제는 예산 집중이다. 587개에 이르는 농어촌 고교 가운데 이번 기숙형 공립고로 선정된 학교는 82개뿐으로 전체의 1/7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학교에 3173억의 예산을 몰아주어 한 학교당 평균 38억원씩에 예산을 지원받게 한다는 것이 비판의 주된 내용이다. 또 이번 선정 82개 학교 중 62개 학교는 이미 농산어촌 우수고로 지정되어 한 학교당 16억 정도의 특혜 예산을 지원 받거나 받을 예정이어서 담양高처럼 두 정책에 모두 지원을 받게 되면 총액 54억원의 지원을 받게 된다.

타 지역에서는 이번 선정을 두고 ‘차별과 편애’라며 선정에서 빠진 고교는 도태되고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나고 있다.

반면, 혜택 받을 학교는 중복투자와 과잉투자로 ‘주체 못 할 행복감’에 배가 터질 지경이다. 기존 지원사업으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간 ‘기숙사 신·증축이나 리모델링’을 한 경우가 24건, ‘교사 및 교실 신증축 및 리모델링’은 33건, ‘어학실과 과학실 등 특별실 신증축 및 리모델링’이 57건이었다. 그런데 또 기존 지원금액의 2배가 넘는 돈을 받게 된다.

지역일각에서는 “이미 상대적으로 풍부한 지원예산과 각종 혜택으로도 어떠한 성과도 내지 못 한 담양高에 이처럼 넘쳐나는 풍요가 필요한가”라는 비판적 시각과 “담양 유일의 공립고가 성적을 내지 못 한다고 해서 도태되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사실 담양高의 위치는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와 같아 각종 혜택과 정책 지원에서 경쟁 없이 선정되고 있다”는 것이 교육계의 한 목소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평고나 한빛고 등 타 학교를 재껴두고 독점적 사랑을 쏟을 수밖에 없는 현실은 담양高가 ‘담양 유일의 적자세손’의 위치에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앞으로도 80여개의 기숙형 공립고를 더 만들고 마이스터고 50개, 자율형 사립고 100개 등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2012년까지 추진할 예정이다.

이로써 기숙형 공립고의 핵심은 “정부의 의도대로 기숙사 증축이 지역 인재 유출을 막고 지역 학교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인가”로 더욱 명백해졌지만, 정책의 성패가 전적으로 교사와 학생들의 의지에 달려있어 ‘외줄타기’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정책의 실패에서 오는 파장은 지역사회의 현재와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기숙형 공립고’의 성공여부는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서영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