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면민“청정지역에 환경오염시설 절대 안 돼”

무정면민들이 전면전에 나섰다.

담양석재산업 출입구를 봉쇄하며 실력 저지에 나선 주민들은 “사업자는 법과 면민을 무시해도 되고 주민들은 사업자를 무시하면 안 되냐”며 시위를 계도하는 경찰들과 맞섰다.

지난 26일 아침 9시 평지리 주민 20여명이 담양석재산업 앞에 모이며 시작된 이번 시위는 안평리와 덕곡리 등 주민 50여명이 15대의 경운기에 나눠 타고 담양석재산업 앞에 모여들며 들불처럼 타올랐다.

“크락샤를 쫓아내러 왔다. 먼지 마시면서 어떻게 살겠냐. 밤에도 크락샤를 돌려 도저히 살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인 주민들은 담양석재산업 앞을 가득 메웠고 경운기 26대와 트랙터 2대로 차량들의 공장 출입을 저지하며 사업자의 각성을 요구했다.

이에 경찰은 집회 지도부에 “집회신고내용을 준수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주민 측은 “사업자가 면민의 의사를 무참히 짓밟고 있는데 어떻게 평화적인 집회가 이루어질 수 있겠냐”면서 “자기들 돈 벌자고 주민들 생명을 단축시키는 파렴치한 사업자는 필요 없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무정면 이장단과 노인회 등 22개 단체가 연합한 ‘환경오염시설 설치반대 대책위원회’ 박주환위원장은 경찰의 적법 시위 요구에 “사업자가 우리를 무시했기 때문에 우리도 무시한다. 이제 성난 주민들의 군중심리를 막지 못한다. 사업자도 오늘 주민들이 석재공장 앞에서 집회를 갖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오늘 하루 만이라도 영업을 멈추고 주민들 안전을 고려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덤프트럭으로 주민들과 대치한다는 것은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이므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한 주민은 “석재공장이 있는 15번국도 앞은 영산강 상류인 오례천이 흐르고 주변은 친환경농업단지로 담양의 특산물이 대량생산되는 곳인데 소음과 진동, 분진의 대명사인 크락샤가 들어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 모든 근본적 원인은 교통량이 많은 15번국도 옆에 레미콘 공장을 들어서게 한 뒤부터이다”고 주장했다.

또 한 주민은 “석재공장 앞산만 트여있고 나머지 동네는 산으로 쌓여있기 때문에 산바람이 석재공장에서만 터져 나와 공장에서 발생되는 분진은 바람을 타고 온 무정을 덮어버릴 수 있다”며 “중국에서 황사바람이 온다는 것을 알면 우리의 주장이 무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때 한 쪽에서 이색적인 주장이 제기됐다.

“이 공장 앞은 ‘귀신바위’가 있던 곳인데 길이 나면서 바위가 사라져 버렸다. 원래 흉한 곳으로 주민들은 경외심을 갖고 신성시하던 곳인데 귀신바위가 헐리면서 레미콘 공장이 들어서고 이제는 크략샤가 들어서려고 하고 있다”며 “마을에 우환을 일으키는 귀신바위의 저주가 또 시작됐다”고 말했다.

레미콘 공장과 도로건설 현장으로 쇄석을 실어 나르던 덤프트럭들은 공장으로 진입하지 못한 채 주변도로에 차를 세워놓고 집회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담양석재공장 25톤 덤프트럭 기사인 김모씨는 “트럭이 움직이지 못하면 올 스톱이다. 25대 덤프트럭이 움직여야 건설현장도 공장도 움직이는데 발이 묶인 셈이다”며 “사업자도 주민도 아닌 입장에서 내가 보기엔 먼지를 막기 위해 쇄석기 주변을 빙 둘러 싸 스프링클러도 설치하고 세륜기까지 설치해 나름대로 철저히 환경오염을 막고 있는데 주민들이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덤프트럭 기사 박씨는 “나는 전북 부안이 고향인데 똑같은 일이 고향에서도 있었다. 시위를 주도했던 사람으로 그때를 회상한다면 일단 사업허가가 난 이상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며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무정면 크락샤 설치 문제’는 사업자와 주민들 간 감정싸움까지 겹쳐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파국으로 치닫고 있으나 행정 당국과 군의회는 뒷짐만 지고 있어 ‘보신행정’과 ‘식물의회’의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서영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