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경기악화에 인근 계곡·하천 다리 밑 인기
사람 붐비면서 자리 선점 위해 전날 밤·새벽부터 경쟁

"새벽 4시에 나왔는데 명당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본격적인 휴가철에 들어갔지만 최근 고유가와 경기악화로 가까운 곳에서 경제적인 휴가를 보내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가까운 계곡 등에는 명당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이른바 명당이라는 곳은 항상 그늘과 물이 있는 계곡의 다리 밑이나 나무그늘 아래 돗자리를 깔 수 있는 곳이다.

이런 곳에는 주말이나 휴일이면 항상 사람들이 붐벼 그 경쟁이 상상을 초월한다. 자리를 잡으려면 새벽 4시는 기본이고 심지어 전날 밤 텐트를 쳐두고 가는 일도 있다.

11일 오전 9시께 담양읍의 대표적인 명당인 금월교 다리 밑에는 자리를 선점한 사람들이 준비해 온 평상에서 발을 담그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이른 아침을 끝내고 벌써 화투판이 벌어졌다.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A모씨는 "토요일 밤에 텐트를 쳐서 미리 자리를 확보해 두고 밤에 마트에서 장을 본 뒤 아침에 왔다"며 "금월교가 피서지로 적당해 매년 가족들과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휴가를 떠나다보면 준비물 중 한 두가지 빠트리기가 십상인데 부족한 것은 읍내에 있는 마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데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피자나 중국음식도 배달이 가능한 것도 이곳을 찾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고 말했다.

이렇게 다리 밑이 인기가 있는 것은 다리가 그늘을 막아주는데다 아무리 가물어도 항상 일정한 양의 물이 모여 있고 게다가 다른 곳보다 바람이 시원하기 때문이다.

또한 고서 증암교 다리 밑에 자리를 잡은 B모씨는 "친구들과 함께 이곳에서 계모임을 하려고 왔다"며 "자리를 잡으려고 이 마을에 사는 친척에게 부탁을 해서 새벽에 잡은 자리인데 그늘도 있고 물도 있고 어느 피서지가 부럽지 않다"고 만족해했다.

담양의 대표적인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는 가마골과 한재골, 용흥사 계곡은 이보다 경쟁이 더 치열하다.

가족들과 함께 피서를 왔다는 C모씨는 "당초에는 가족들과 동해안으로 피서를 가기로 했지만 시간에다 돈에다 또 많은 사람과 부대끼는 것이 싫어 이곳으로 정했다"며 "광주 근교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어 지리산 계곡이 부럽지 않다"고 말했다.

주민 최모씨는 "경기 탓인지 소문이 나서 그런지 갈수록 사람들이 늘어 놀기 좋은 곳은 새벽에 미리 자리를 잡아야 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면서 "많은 사람이 놀러 오는 것은 주민으로서도 반갑지만 농로에 주차하거나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삼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정종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