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비리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아온 이정섭 군수가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지난 26일 전격 구속, 수감됐다.

이 군수의 구속과 함께 군정은 사실상 부군수 대행체제로 접어들었다. 현행법상 수감 중인 군수의 결재행위가 제한되고 기소될 경우 공식 직무정지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6일 군청에 대한 압수수색과 함께 시작된 검찰 수사는 대나무축제와 이 군수의 신병치료 등을 이유로 무려 3개월 가까이 시간을 끌면서 갖가지 의혹과 소문이 양산되고 이를 둘러싼 탄원서명운동이 벌어지는 등 지역민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증폭되어왔다.

이 군수는 대나무축제가 끝나자마자 신병치료를 이유로 병가를 내고 서울에 소재한 모 병원에서 직장 용종제거 수술을 받았다. 이후 병가가 거듭되고 무려 6주 동안이나 군수가 집무실을 비우면서 군정공백상태는 장기화됐다.

사태가 이에 이르자 지난 19일 담양군노인회장을 비롯한 50여명의 담양지역 문화 체육 사회단체장들은 성명을 내고 “만일 이 군수가 명백한 범죄행위를 했다면 깨끗한 정치와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며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지역주민들을 위한 각종현안사업이 표류하는 등 군 발전을 가로막는 심각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조속히 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을 촉구했다.

무슨 의도로 이같은 성명을 발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성명이 발표된 나흘 뒤 검찰은 즉각 이 군수를 소환 조사하고 소환 사흘 후인 26일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이 군수를 구속 수감했다.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이 군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구속영장을 발부한다”고 밝혔다.

이 군수가 구속 상태에서 기소가 되면 현행법상 직무정지에 들어가고 가뜩이나 표류했던 행정의 공백상태는 더욱 심화될 우려가 크다. 현행 지방자치법에는 단체장이 구속기소 되거나 불구속이라도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되면 확정판결을 받을 때까지 그 직무를 정지하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부군수가 권한대행을 하게 되면서 통상적인 업무수행에는 별 지장이 없겠지만 주요 정책이나 새로운 시책사업은 비록 직무가 정지됐다하더라도 단체장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민선4기 들어 비리혐의로 기소된 단체장들 일부는 단체장직을 사퇴하지 않은 채 재판을 질질 끌면서 행정공백을 심화시키고 주민갈등을 초래하는 등 지역발전을 역행시킨 사례도 많다.

강종만 영광군수의 경우 2006년 5.31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뒤 같은 해 12월 고교 후배 지모씨 등으로부터 ‘하수종말처리장 설비공사 업체로 선정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나 2008년 3월 13일 대법원 확정판결(징역 5년)까지 사퇴하지 않음으로써 1년 넘게 부군수 대행체제로 군정을 끌어오면서 행정공백의 장기화를 초래했다.

반면 박희현 해남군수는 2007년 5월22일 특가법상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아오다 같은 해 10월 2일 군수직을 자진 사퇴했다. 박 군수는 '해남 군민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자필편지를 통해 "오늘의 일들이 초래된 사실은 이유야 어떻든 책임을 통감하며 군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스스로 결심하지 않으면 긴 시간 군정 공백으로 큰 손실이 우려돼 군수직을 사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해남군은 지난해 12월 19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와 함께 보궐선거를 치루고 새 군수를 선출함으로써 행정공백기간을 최소화 할 수 있었다.

한편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이 군수의 구속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주민들은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면서 밝힌 죄목은 수사대상 의혹 중 극히 일부분으로 빙산의 일각만 벗겨냈을 뿐”이라며 “향후 이어질 수사에서 얼마나 많은 범죄행위가 더 드러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또 “선거법 위반으로 6개월 이상 재판을 받았던 이 군수가 또다시 비리혐의에 연루돼 수사를 받게 되면서 지역이미지가 망가질대로 망가졌다면서 뇌물수수혐의가 사실이라면 이 군수는 즉각 군민들에게 사죄하고 스스로 군수직을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지난번 검찰에 조기 수사결과 발표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던 지역사회단체장들이 이번에는 어떻게 나올지 대단히 궁금하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이와함께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인사와 관련한 직권남용과 매관매직은 공직사회를 병들게 하고 공무원들을 도덕불감증에 빠트리는 고질적인 악습”이라면서 “검찰 수사과정에서 승진과 관련해 돈이 오간 것으로 밝혀진 일부 공무원들이 뇌물이 아니고 빌려준 돈이라며 차용증을 제시하는 등 말맞추기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수사도 철저히 해서 차제에 공직사회에 만연한 매관매직행태를 반드시 뿌리뽑아야한다”고 주장했다. /한명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