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차이 극복해가는 삶 다룬 영상물 제작

이주여성 눈으로 바라본 한국은 어떤 색일까.

이주여성들이 직접 연출·출연해 화제를 모은 ‘곰 세 마리’는 한국으로 시집 온 이주여성들의 좌충우돌 한국 정착기를 담고 있다.

간장을 사오라는 시어머니 말에 냉큼 슈퍼로 달려가는 며느리. 그러나 그녀 손에 들린 건 다름 아닌 감자. 영상의 도입부인 이 장면은 단적으로 이주여성이 서툰 한국말로 인해 겪는 고충을 보여준다.

시나리오 작업부터 총 연출을 도맡은 조선족 출신 서영숙씨는 “한국에 갓 도착한 이주여성이 한국문화에 적응해 가는 모습을 통해 이주여성에 대한 인식 변화를 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올해 9년차에 접어든 이주여성이다. 누구보다 이주여성이 겪는 어려움을 이해한다는 그녀는 지난해 이미 이주여성들과 연극 한 편을 올렸다. 그녀는 이런 영상 작업을 이주여성을 알리는 하나의 ‘표현수단’이라 표현했다.

서씨는 “이주여성들이 한국문화에 적응하며 겪는 시행착오를 한국인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이들 행동이 잘못됐다고 볼 수 있겠지만 이들이 외국인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그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정희(중국)씨는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다. 앞으로 더 좋은 쪽으로 돼 살기 좋아지면 좋겠다”고 말하며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낯선 타국에서 이주여성이 겪는 고충은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 뿐 아니라 고향에 대한 그리움, 이방인을 대하는 시선과 맞물려 외로움을 동반한다.

영상을 본 한국생활 3년차 추걸(필리핀)씨는 “화창한 날씨에 베란다에 서서 바깥 세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며 “뭔지 모를 두려움에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바라만 보는 것이 실제 우리 모습이다“고 말했다.

이주여성 수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약자이고 소수자이다.

서씨는 “냉담한 사람들 시선 속에 이주여성들이 공적 영역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란 쉽지 않다”며 “이주여성들이 타인이라는 시선에 갇혀있지 않도록 다름과 차이를 인식하고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앞으로 이주여성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들을 대변할 계획임을 밝혔다. /시민의소리 오윤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