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전국의 수많은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에 대한 장관고시를 강행했다. 국민의 절박한 의견을 무시하는 장관고시는 철회되어야 하고 생명권과 검역주권을 포기한 수입협상은 반드시 재협상 되어야 한다는 것을 대다수 국민들이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연일 촛불집회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서울시청앞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수많은 인파 중에는 어린학생도 있으며 장바구니를 들고 나오는 주부들도 있다. 또 직장인들은 물론 유모차까지 몰고 부부가 함께 나와서 촛불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정치를 하는 한사람으로 그들을 직접 목격하면서 잘못된 쇠고기 협상으로 인하여 온통 나라를 혼란에 빠트리고 국력을 허비해야 하는 것인지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전남도의원들은 지난 3일부터 장관고시 철회 및 재협상을 촉구하기 위하여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많은 도의원들이 참여하여 삭발식과 함께 시청앞 촛불집회에 동참했다. 정부는 이렇게까지 사태가 확대되리라고 한번쯤이라도 생각해봤는지 아니면 이러한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쇠고기 수입을 강행하려고 해야 했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시위에 참가한 그들은 어느 누가 강제적으로 나오라고 한 것도 아니다. 모두들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이같은 국민적 저항은 일찍이 보기 어렵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당국은 국민들의 비판에 대하여 광우병 괴담, 배후 세력 운운하며 민심 앞에 엉뚱한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시민들의 평화로운 행진에 물대포와 경찰특공대까지 동원해서 폭력적인 진압에 나서는가 하면 촛불을 들고 평화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시민들까지 무더기로 강제연행하고 있다.

정부는 결국 여론 앞에 굴복하여 3일로 예정된 장관고시 관보개재를 무기연기 하였다. 또 미국 측에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출 중단을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이다. 뇌, 척수 등 SRM(특정위험물질)이 제거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 된다면 우리 식탁에서 광우병으로부터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많은 과학자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더군다나 우리가 미국 측에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출중단을 요청했다고 해도 미국의 민간업자들이 받아들일지도 의심스러울 뿐만아니라 법적인 효력도 없다. 오직 재협상을 통해서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올 것이다. 잠시 국민 여론을 의식하여 쇠고기 수입을 뒤로 미룬다고 해서 언제다시 미국산 쇠고기가 통제 없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오죽하면 이번 한미 쇠고기 협상은 졸속협상이며, 조공협상이라고 하는 말이 나오겠는가. 그도 그럴 것이 이번 한미 쇠고기 협상은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과 만나기 11시간 전에 전격 타결되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보여주고 있다. 국제적 협상이란 충분한 시간과 국민여론을 수렴하여 국익우선과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해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못했다. 이를 간과 할 때는 당연히 국민들의 저항은 필연적일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 시작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다. 정부에서는 작금의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더 늦기 전에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용기가 필요할 때다. 지금이라도 한미 쇠고기 수입 장관고시를 즉각 철회하고 재협상하여 국민을 안심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