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월정 전경. 상월정에서 학문을 익혔던 근대 인물로는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김병로를 비롯하여 인촌 김성수, 고하 송진우 등이 있어 후대까지 옛 정신을 이어오고 있다.

조선시대 科擧 공부하던 고시촌

최근까지도 고시 합격자 여럿 배출한 명당

상월정은 예나 지금이나 과거시험, 고시를 준비하던 창평의 이름난 교육 明堂이다.

창평의 40대이상 세대들에게 상월정(上月亭)은 공부와 관련된 어릴적 추억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어릴 적에 자주 본 모습중에 하나가 많은 고시생들이 상월정에 올라가 공부와 씨름하는 모습을 쉽게 보아왔기 때문이다.

여름날이면 마을 어린애들은 가끔씩 상월정에 올라가 고시생들에게 공부 잘하는 이야기도 듣고 잠깐씩 함께 놀기도 했다.

월봉산 정기를 받았던 탓인지 최근까지 이곳에서는 많은 고시생들이 공부하였고 고시합격생들도 꽤 배출했다. 그중에 이름 석자를 대면 알만한 유명한 법조인들도 더러 이곳에서 공부했던 사람들이다.

풍류의 고장 潭陽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정자, 누각들이 있지만 상월정은 이 많은 누정자들중 독수정(1400년 건립, 남면소재)에 이어 두 번째로 지어진 아주 역사가 깊은 정자이다.

월봉산 깊은 산속에 자리잡고 있어 산길을 한참이나 올라가야하니 찾아가기도 녹록치 않았던 터라 잘 알려지지 않기도 했으리라....

상월정은 본래 지역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1천여년전인 고려때 지어졌던 유서 깊은 정자이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도 그 맥이 줄기차게 이어져 오고 있다. 비록 정자는 낡고 허물어져 근대에 들어 다시 지었지만 일제하 영학숙, 창흥의숙과 지금의 창평초교로 이어지는 창평 사람들의 교육과 학문에 대한 열정의 근원은 이곳 상월정에서 부터 비롯됐음을 알 수 있다.

상월정은 10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창흥의숙과 창평초등학교로 연결된다.

“인물 하면 창평” 이라 할 만큼 유명하였던 이곳은 사는 사람들의 성질이 이 지역을 상징하는 대나무처럼 심지가 굳어 함부로 무시하지 못하였다. 오죽하였으면 왜인 상점이 전라도땅 창평에서 망하고 갔겠는가?

이런 창평인의 기질은 단순히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누대에 걸쳐 교육에 의해 형성되었으니 그 대표적인 교육기관이 바로 ‘상월정’ 이란 정자와 상월정의 정신을 승계한 신식교육의 전당 ‘창흥의숙(昌興義塾)’ 이다.

상월정은 창평의 남쪽산인 월봉산에 자리하고 있다. 창평지역 정자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상월정은 원래 고려 경종 916년에 창건한 ‘대자암’ 이라는 절터가 있던 곳에 조선 세조3년 (1457년) 추재 김자수 라는 이가 벼슬을 버리고 고향인 이곳으로 돌아와 절을 폐하고 후학을 양성하며 지냈다고 전한다. 후에 정자의 주인이 김씨와 이씨, 고씨 3성씨로 바뀌고 지금은 임란 의병장 고인후의 후손들이 관리하고 있다.

상월정을 중수하면서 쓴 중수기에 의하면 이 공간이 학문을 강론하는 공간이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여느 정자와는 달리 깊은 산 속에 있기 때문에 사방이 숲으로 둘려있어 마땅히 공부 이외에는 다른 생각을 두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일 정도인 이곳은 훗날 일제 강점기에 신학문을 받아들여 강학의 장소로 사용하였고, 추후에 공간을 읍내로 옮겨 인촌 김성수 선생의 장인이기도 한 춘강 고정주 선생이 ‘창흥의숙’을 설립하게 된다.

신축 건물처럼 보이는 지금의 상월정은 새로 지은 것이라 옛스러움을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정자의 주변에는 고시를 공부하는 젊은이들이 토굴을 만들고 학문에 매진한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어 예나 지금이나 상월정은 인물을 키우는 처소임을 실감케 한다.

창평은 예부터 산수가 좋은 고장으로 많은 문인들이 산수와 벗하며 우리 문학의 한 축을 형성하였고 음식문화 또한 발달하였다. 조선조 초의 풍류아인 양녕대군이 이곳에 낙향했을때 함께 동행했던 궁녀들에 의해 전수 되었다는 쌀엿 제조기술은 담양 창평의 맑은 물과 미질이 좋은 창평쌀이 어울려 최고 품질의 창평쌀엿을 만들었고 궁중에 진상되며 유명해졌다.

특히 창평은 예부터 유학을 숭상한 고을로 조선 선조때는 송강(松江) 정철(鄭澈)을 비롯한 학자, 관료, 선비들이 관직을 버리고 이곳 창평으로 낙향해 수많은 문학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국무총리, 대법관, 국회의원 등 많은 인재를 배출한 선비의 고을이다.

3성3평(장성·곡성·보성, 함평·남평·창평) 이라 했던가. 사람 앉은 자리에 풀도 나지 않는다고 전해오는 ‘3성3평’중 하나인 창평 사람들은 이것을 대단한 긍지로 여긴다. 그것은 일제 침탈기에 전국 곳곳에 장사판을 앞세워 상권을 형성하는 왜 상인들이 이곳 창평에서 만큼은 발 붙이지 못하고 유일하게 망해서 나갔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아무튼 창평 사람들의 고집스러움과 강단은 단지 폐쇄적인 사고가 아니라 확고한 정체성을 갖고 외부를 향해 열린 사고를 펼쳐왔다는 사실을 상월정과 그 후신인 창흥의숙, 그리고 근대이후 창평초등학교에서 배출된 인물과 인재들을 통해 잘 설명되어지고 있다.

월봉산 정기를 그대로 받아들인 상월정과 창흥의숙에서 학문을 익혔던 이로는 초대 대법원장을 지냈던 가인 김병로, 인촌 김성수, 고하 송진우 등이 있었으니 모름지기 상월정의 정신이 후대에 까지 지속되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예전같진 않지만 지금도 고시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책과 씨름하거나 道를 쌓고 있는 것을 보면 이곳의 학맥이 아직도 살아 꿈틀 거리는 듯하다. / 장광호 전문기자

상월정(上月亭)은....

조성연대 : 고려(대자암), 조선시대(1457년, 상월정)
소재지 : 창평면 용수리 산76번지, 정면7칸 측면2칸
지정번호 : 문화재자료 제17호 지정(1984)
소유자 : 私有(고씨문중)

창평소재지에서 바라 보이는 남쪽의 월봉산 기슭에 자리한 상월정은 창평지역에서 가장 처음 생긴 정자로 조선 세조7년에 언양인 김자수라는 이가 벼슬을 버리고 고향인 이곳에 내려와 대자암 터에 상월정을 창건하여 손자사위인 이경(李儆)에게 양도 했다.

이경은 사위인 학봉 고인후에게 다시 양도하여 이어 오다가 조선조 말에 후학을 양성하는 정자로 개조했다. 1808년 연재, 초정 2公이 이를 중창하였고 1851년 신해년 수해 피해를 입었던 것을 고재준, 고광조 등이 보수하였고, 1858년 월헌장이 서까래와 보를 수리하는 등 여러차례 개,보수하였다. 근세기 들어서는 무등양말 창업주이자 창평고 설립자인 故고일석씨 등이 많은 돈을 들여 상월정을 보수, 오늘에 이르고 있다.

상월정을 중수하면서 쓴 중수기에는 처음부터 이 정자가 학문을 강론하기 위해 세워 졌음이 분명히 밝혀져 있다. 다른 정자와는 달리 산속 깊이 들어 앉아 공부에 집중하기 너무 좋은 곳이다. 상월정의 교육운동·의식개혁운동은 면면히 이어져 일제시대에는 신학문을 받아 들인 학당으로 사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