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유가로 운수업 관계자 울상

29일 오후 2시 담양읍 D화물회사 운전사 대기소.

10여명의 트럭 운전사들이 휴식을 취하면서 화물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치솟는 기름 값으로 화물운송으로는 더 이상 먹고살기가 힘들어졌다는 하소연을 토해냈다.

백발이 성성한 김모씨는 “예전에는 거리가 멀수록 마진이 좋았던 것이 이제는 원거리 일수록 손해가 더욱 커지는 것으로 역전했다” 며 “특히 대한민국은 이상한 나라이다. 똑같은 국민인데 지자체 살림살이에 따라 유가보조금도 차등 지원되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연신 담배만 피워댔다.

20여년 넘게 트럭으로 생계를 이어오고 있다는 최씨는 “경유 값은 자고나면 오르는데 화주들은 물류비를 줄인다며 운송비는 깎으려고 해 죽을 맛이다”고 말했다.

주로 공산품과 생물(나무·농작물) 등을 싣고 담양∼서울을 왕복하는 최씨는 최근 경유 값이 리터당 1900원을 훌쩍 넘기면서 담양에서 서울까지 왕복 경유 값만 54만원 넘게 들어간다.

이 뿐만 아니라 통행료 평균 7만원, 식대 등 제반 경비를 빼고 나면 남는게 없어 내려올 때 화물을 싣고 오기 위해 화물터미널에 들려 주차비와 수수료를 부담하고 내려오면 겨우 돈 10만원 만지기도 힘들 정도 이고 짐이 없을 경우에는 빈차로 내려오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경비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매월 연비 향상을 위해 최고 품질의 오일교환에 40만원, 타이어에다 차량 수리비, 보험료, 차량 할부 등 2차 경비만도 한달에 100여만원이 넘게 비용이 들어간다.

최씨는 “나무 등 생물은 그나마 운임 단가가 높아 괜찮지만 적재 초과 단속에 걸리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며 운송이 간편한 공산품 운송비는 수년째 요지부동이다”면서 “1년 전 리터당 1100원대 경유값이 1년 만에 1900원으로 올라 엄청나게 부담이 커졌다”고 했다.

이로 인해 한달 내내 왕복 짐을 싣고 다닌다고 해도 한 달 평균 150만원 벌기도 벅차 궁여지책으로 일이 없는 주말이면 농사일을 하는 형을 도와 일당 7만원을 벌기 위해 들녘을 누빈다.

그는 "평생 트럭으로 먹고 살았는데 기름 값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할 수도 없고, 그만두자니 마땅한 일도 없어…"라며 말끝을 흐렸다.

특히 화물 기사들은 뛰는 기름 값과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한밤중 야간운행도 서슴지 않는다.
운전 경력 5년차인 이모씨는 “공산품의 경우 수도권 출근시간 교통체증을 피해 공장에 물건을 대야하기 때문 야간에만 주로 운송을 하고 있다”면서 “고속도로 통행료를 50% 절감 받기 위해 저녁 9시에 출발 새벽 6시 이전에 빠져 나가기 위해 졸음운전을 강행, 교통사고 다발의 원인이 되는 등 운전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등 위험천만 하지만 서울 출근시간에 겹치지 않게 도착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씨의 고충은 이것만도 아니다.

그는 “주 5일제가 시행되면서 금요일 오후 상경하면 물건을 받아주지 않아 월요일 아침까지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운이 좋아 금요일 일과 시간에 맞춰 상경하면 괜찮지만 조금만 늦어도 월요일까지 화물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이같은 어려움은 트럭운전사 뿐만 아니라 학원 관계자들도 마찬가지다.

음악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A모씨는 “2~3년 전만 해도 밥벌이는 했는데 경유 값이 1900원 가까이 올라 운행을 할수록 손해다”면서 “언제까지 손해를 보면서 버틸지 알 수 없어 학원비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경유를 주연료로 사용하고 있는 덤프트럭과 중장비 업계도 고통은 마찬가지이다.

덤프트럭 운전자 전모씨는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운행하는 기사들 역시 기름 값을 제외하고 하루 30만원을 번다해도 할부금과 차량 유지비용을 합하면 한 달 평균 150만원도 가져가기 어렵다”며 “4개월에 한 번씩 타이어 12개를 교체하는데 만 500여만원, 1년 치 보험료 280여만원, 엔진오일 교환비 180만원 등 돈을 번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다”고 말했다.

전씨는 또 “운전기사들의 이 같은 현실은 한 번이라도 운행을 더 하기 위해 난폭운전과 신호위반을 일삼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기름 값을 아끼기 위해 저렴한 유사 경유를 사용하는 기사들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업계의 고충을 전했다. /정종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