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믿을 곳 하나도 없다더니..."

공공기관에서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할 장애인 편의시설의 설치가 미흡해 장애인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편의시설 감독권을 가진 군에서 조차 편의시설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증진보장법 상 편의시설의 설치와 유지, 관리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해당 시설주에 있으나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군수 등 시설주관기관은 편의시설의 설치, 운영에 관한 지도, 감독 및 필요한 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편의시설 감독권을 가진 군마저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거나 설치된 시설조차도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다른 기관 등에 대한 점검과 감독이 소홀해질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는 지난 97년 12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대한 법률’을 제정하고 98년 1월1일자로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2001년 말까지 각종 공공건물 및 시설에 대한 편의시설 설치 기한을 설정,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의시설 설치를 강제해 왔다.

이에 따라 단속 권한을 가진 지방자치단체는 실태조사를 통해 비설치 기관에 대해 시정 명령 후 이행되지 않을 경우 1년마다 3천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단속권한을 가진 군 조차도 편의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군청과 보건소 등 주요 공공시설의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현황을 살펴본 결과 대부분의 기관이 설치기준에 미달되거나 설치조차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군청을 비롯해 보건소 등 공공기관에 설치되어야 할 장애인용 승강기나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으며 장애인용 화장실 등이 갖춰지지 않은 곳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군청의 경우 민원과로 들어가는 주 출입구 앞에 점형블록이 설치되어 있지만 점형블록이 유도하는 계단의 경사도가 심해 시각장애인들이 점형블록에 의지해 길을 찾을 경우 부상의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입구 옆에 설치된 진입로 또한 경사가 급해 장애인 스스로 민원과를 방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많을 뿐만 아니라 농정과와 농특산물유통사업소 이전에 따라 최근에 설치한 집입로도 경사가 완만해졌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미끄럼방지 효과를 위해 설치한 줄눈도 극히 형식적인 상황이다.

또 민원과 앞 주차장의 장애인 주차구역 표지판은 무슨 표시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이 되어 유심히 지켜봐야 장애인 표지판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방치되어 있으며 전용 주차장도 일반 민원인들이 주로 사용 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제재는 따르지 않고 있다.

장애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복지과가 위치한 건물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보호자 없이는 사무실에 도달하기 어려운 것이 안타까운 현실로 사실상 장애인들의 이용을 막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주민들이 많이 찾는 본청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용 승강기나 휠체어 리프트 등의 시설은 고사하고 점형블록 마저 마련돼 있지 않아 장애인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그리고 노인들과 장애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보건소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의무적으로 출입구에 설치토록 규정된 점형블록은 물론 시각장애인용 유도·안내문도 설치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장애인용 화장실은 문턱이 있어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화장실을 출입하기 어렵게 되어 있고 그나마 안내판마저 없어 창고로 오인, 일반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화장실을 이용토록 하고 있는 등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가 극히 미약한 상태이다.

또 장애인들의 편의 제공을 위해 건물 옆에 장애인 전용주차공간을 마련하지 않고 이곳에 방문보건 전용 차량을 주차토록 하고 있으며 장애인 주차장마저도 보건소 방역 차량이 점거하고 있어 이용하는데 지장을 초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롭게 설치한 출입구는 턱이 높아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접근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장애인 A모씨는 “군민이 주인되는 담양에서 장애인은 철저히 외면 받고 있는 것 같다. 진정으로 주민복지를 위한다면 그들의 눈높이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며 “공공기관에서도 이정도 인데 일반 기업체에서 장애인 편의 제공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소귀에 경 읽기에 불과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소 관계자는 “보건소 확장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점자 블록이 훼손되어 재시공할 예정이다. 또한 장애인 전용주차장을 비롯 화장실에 대한 민원도 장애인의 편의 증진을 위해 개선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공기관이 장애인들의 접근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장애인 편의시설 마련을 위한 획기적인 인식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장애인협회 관계자는 “군청의 경우 각종 회의, 세미나가 열리는 2층 회의실을 방문할 수도 없는 상황이며 군의회 또한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본회의를 방청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며 “이런 어려움 때문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물론 계단을 오르기 힘들어하는 노인들까지 군청 방문을 꺼려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97년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지만 행정 공공기관의 무관심으로 장애인 편의시설이 전반적으로 형식에 그쳐 안타깝다 ” 며 “장애우들이 편의시설이 설치되지 않아 얼마나 불편을 겪고 있는지, 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지도 감독하는 입장에서 이를 이행하고 있지 않는지, 또 예산 집행과정에서 편의시설 설치가 후순위로 밀려나 있는지 등 편의시설 확충을 위한 군의 인식전환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