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 값은 또 오른다는데…"

“자고나면 오르는 사료 값을 감당하기도 힘든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뼈있는 미국산 쇠고기까지 들어오면 더 이상 설 땅이 없죠.”

“미국산 쇠고기 수입확대 협상타결 소식을 접한 뒤 불안해서 밤잠을 이룰 수 없고 맥이 탁 풀렸다. 자식처럼 키우던 소를 계속 키워야 할지, 팔아야 할지 모르겠다”

“여기저기서 우리 소 좀 사가라. 우리 소 좀 사가라는 농민들의 맥 빠진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소를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더 떨어질 것으로 생각해 소를 사지 않는 것 같고 농가에서는 소 값 하락을 우려해 조기·홍수 출하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예상된다”

“정부에서 발표한 도축세와 사육농가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사탕발림 행태로 대책을 내놓은 것은 농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사실상 빚더미 속에서 소를 키우는 구조적 현실 속에 버텨낼 한우농가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소 값이 당장 하락해도 생산자는 큰 손해를 보고 소비자 역시 비싼 값에 한우를 살 수밖에 없는 구조로 중간 도매 업자들만 배를 불린다”

“미국에서 살코기만 들어올 때만 해도 한우 고급육 생산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충분히 개방 파고를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그래도 견딜만 했는데 이젠 뼈째 들어오면 소비자가 싼 것을 찾을 텐데 고급 한우도 밀릴 수밖에 없다”

지난달 27일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소식 이후 처음 개장한 담양우시장에서 만난 축산 농가들에게서 희망을 찾는다는 것은 모래에서 싹이 틔기를 바라는 격이었다.

한치 앞도 모르는 한우시장을 암시라도 하듯이 뿌연 안개가 감싸고 있는 가운데 열린 우시장은 암울한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수십년 넘게 한우사육을 해온 이들은 소 값 파동이후 이같은 암담한 상황은 처음이다며 긴 한숨을 내쉬거나 애꿎은 담배만 연신 피워댄다.

이들이 불안하게 예상했던 것처럼 소값 하락은 당장 현실로 나타났다. 이날 우시장에 나온 송아지 21마리와 성우 2마리 중 거래가 성사된 것은 성우 2마리에 불과 할 정도로 거래가 뚝 끊겼을 뿐만 아니라 거래가격도 급락했다.

최근까지 1㎏에 8000원 하던 암소가 7000원에 거래되어 한달 전과 비교 할 경우 50만원 가량 하락한 것을 비롯 예전 같으면 400만원선에 팔리던 소들이 160만원에 내놓아도 누구하나 거들떠보지 않는 상황이 연출됐으며 그나마 천만 다행인 격으로 대숲맑은 한우 브랜드로 사육한 송아지들만이 축협에서 인수한 것이 위안을 삼게 하고 있다.

한우 사육 농가 A모씨는 “뼈있는 갈비까지 미국산 쇠고기를 들여올 경우 한우가격이 폭락해 사육농가들이 버티기 힘들 지경에 내몰릴 것이 뻔하다. 특히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LA갈비가 수입되면 한우 농가의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한 소 값 하락에 대해 농가들은 홍수출하로 이어질까 걱정이 태산같다. 농가들이 소 값이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해 한우가 고급육이 되기 전에 조기·홍수출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유통업자들과 육소(거세우) 매매계약을 체결했어도 당초 계약보다도 더 싼 가격에 내놓은 소를 사들여 농민들은 판매시기를 놓칠 뿐만 아니라 헐값에 소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농가들이 잘 알고 있는 것도 불안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축산농가들은 눈덩이처럼 오르는 사료 값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답답하다. 실제 사료 값은 지난 2006년 이후 2∼3차례나 인상돼 50% 이상 껑충 뛰었다.

“사료 값이 1, 3, 5, 7월 간격으로 오른다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이젠 모든 것을 다 팔아 없애야 할 형편이다. 오늘 장에 나온 송아지들도 사료 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내놓은 것들이 대부분이다”는 농민들의 떨리는 목소리가 한우농가의 어두운 앞날을 예견하고 있다.

한우농가들은 정부가 내놓은 도축세 감면 등의 농가보호 대책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미국에는 조공 바치듯 손쉽게 쇠고기를 내주고 농민들에게는 쥐꼬리 같은 대책만 내놓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답답하기는 축산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우시장에서 만난 축협 관계자는 “지난달 평균 1등급 한우 도매가격은 ㎏당 1만5천원으로 원·달러 환율 1천원으로 환산하면 국내 도매가격이 미국의 4배 수준이다. 여기에 국민이 선호하는 부위인 갈비와 목심이 미국 시장에서는 사정이 전혀 다르며 미국의 대규모 기업식 사육과 낮은 지가 등을 볼 때 한국 축산물이 가격면에서 경쟁하기 힘든 구조이다” 며 “정부가 축산농 폐업과 경쟁력 강화 등의 대책을 확립한다면 이번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특히 한우 농가들의 심리가 문제이다. 불안감에 휩싸인 농가들이 가격 폭락을 우려해 투매에 나설 경우 한우생산 기반을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농민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이미 예견됐던 일인 만큼 정부가 쇠고기의 유통구조를 바로잡고 원산지표시제, 생산이력제 등을 제대로 실시하면 한우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한우산업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된다./정종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