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들, 1년 중 5월이 가장 두렵다

직장인 김모씨는 매년 5월이 무섭다.

가정의 달을 맞아 부모님과 아이들의 선물을 챙겨야 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에는 유난히 황금돼지 띠인 친구 아기들의 돌잔치가 5월에만 4개나 잡혀 있다.

김씨는 “가정의 달이 1년 중 가장 금전적으로 부담스러운 달이다”며 “빠듯한 월급에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모두 제대로 챙기기가 버거워 올해에는 부모님께 양해를 구하고 아이들과 함께 놀이동산에만 가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물가 상승 등으로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어린이날에 이어 어버이날, 스승의 날로 이어지는 가정의 달이 가장(家長)들에게는 ‘잔인한 달’로 다가오고 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성년의날 등 각종 기념일이 잇달아 있고 결혼식까지 몰려 선물비용과 경조사비 지출에 허리가 휠 지경이다．

특히 올해는 어린이날과 석가탄신일이 일요일과 연결되는데다 초·중학생 자녀들의 효도방학도 같은 기간에 몰려 있어 가족 외식이나 체험학습 등으로 돈 쓸 일이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이어져 있다.

지출비용도 형편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돈 씀씀이에 따른 가장들의 마음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직장인 박모씨는 어버이날을 기념해 부모님에게 관광을 보내드리기로 결정하고 초등학교를 다니는 자녀에게는 지난해부터 줄기차게 사주라고 조른 닌텐도를 어린이날 선물로 사주기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반면 농민 최모씨는 고정수입이 없어 5월이 두렵기만 하다. 최씨는 “ 부모님과 아이에게 많은 것을 못해주는 것이 미안할 따름”이라며 “올해에는 부모님과 아이에게 선물할 여유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서영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