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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연금’ 담보로 빚 얻어 빚 갚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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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8.04.01  16: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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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연금으로 금융채무 상환' 추진에 또 '황당정책' 파란

이명박 정부가 사회적 약자 부활 프로그램으로 뉴스타트2008 프로그램을 발표한 가운데 각계에서 국민연금 입법취지를 아느냐는 원론적 비판과 ‘총선용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난이 동시에 일고 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5일 “정부재정을 투입하지 않고 본인이 적립한 국민연금을 담보로 돈을 빌려 금융회사의 채무상환이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이어 “국민연금의 존립 목적을 헤치지 않으면서 채무자 자신의 자금으로 채무를 상환토록 함으로써 도덕적인 해이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타트2008이 제시한 금융소외자 구제방안은 연금납부액 50%를 2년 거치 3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대부해 준다는 계획이다. 청와대는 뉴스타트2008 시행으로 연금에 가입한 금융소외자 1백42만명 중 29만명(20%)이 ‘빚’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연금법 취지 벗어난 근시안 처방"

청와대 발표 후 국민연금법이 정한 기금운용과 수급권 보호조항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실련은 지난 26일 성명을 내고 “국민연금기금의 취지와 법률이 정한 기금운용원칙을 무시한 채 단기적인 처방에 동원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연금법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의결에 따라 기금을 관리·운용하도록(제102조)”하고 있다. 다른 경제부처와 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에 대해 논의하는 경우는 공공부문에 투자할 때에만 가능하다. 경실련은 “기금운용은 기금운용위원회 자체 판단에 따라 추진돼야 할 사항”이라며 “정책 목적은 배제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수급권보호조항(제58조)에 비추어 “신용회복 기회보다 훨씬 더 높은 위험성을 내포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수급권 보호 내용을 담은 제58조 ①항은 “급여를 받을 권리는 양도·압류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①항)”로 돼있다. 연금 50%를 담보로 대출 해주겠다는 뉴스타트2008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제58조 ②항 역시 “수급권자에게 지급된 급여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하의 급여는 압류할 수 없다(②항)”라고 돼 있어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금융소외자의 연금지급 시 환급한다는 청와대의 정책 역시 법에 반한다.

경실련은 “대출상환 불능자에 대한 국민연금 수급액 삭감은 제도적 모순”이라며 “이들은 국민연금계산식에 따라 연금을 계산하고 대출액을 삭감할 경우 실제 연금액은 거의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연금 사각지대 문제도 제기했다.

정책 실효성도 도마에 올랐다. 참여연대는 26일 논평을 내고 “금융소외자가 7백20여만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가입자 26만명만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 무슨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또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서 시도했다가 흐지부지 된 정책임을 일깨우며 “정부는 당시 1천만원까지 무보증 융자를 받았던 사람 중 몇 퍼센트가 돈을 갚았고, 국민연금 가입자로 남아있는지 현황을 공개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출금 상환에 실패한 경우도 문제다. 신용불량자로 남아있는 것은 물론 연금고갈로 노후대책 마저 사라지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신용불량자를 아무 대책도 없이 노후빈곤으로 몰아넣는 정책”이라며 “연금제도 목적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후보자 등록날 발표 … 혹시 총선용?

각 정당들은 ‘총선용 선심성 정책’이라는데 초점을 맞췄다. 통합민주당은 26일 송두영 제18대 총선 중앙선대위 부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 “표를 구걸하는 ‘선심성 공약’”이라고 규정했다.

송 부대변인은 청와대가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한시적으로 시행한다고 한 점을 들며 “정책이 급조된 부실정책임을 스스로 인정했다”며 “총선을 목전에 두고 표를 얻기 위한 전형적인 관권선거를 자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은경 자유선진당 중앙선대위 대변인 역시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청와대 발표에 “카드빚 돌려막기에 불과”하다며 “하필 총선 정국에 느닷없이 들고 나온 저의를 이해할 수 없다”고 ‘총선용’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신 대변인은 “상위 1% 정부라는 오명을 불식시켜 노골적인 총선용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며 “어쭙잖은 ‘총선용’이라면 사회적 약자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국민연금은 최후의 ‘사회안전망’임을 강조한 신 대변인은 “특별한 노후대책 마련 없이 섣불리 급한 불만 끄겠다는 것은 일시적인 대증요법에 지나지 않는다”며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돼야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은 26일 논평을 통해 뉴스타트2008 정책이 발표된 시점이 국회의원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25일임을 재기하며 “실효성도 없는 피상적 처방”, “언발에 오줌누기”,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총선용 전시행정의 전형”이라고 맹비난했다.

김정엽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뉴스타트2008에 대해 “정부 특별 조치라기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한 일반 시중보험사가 가입자의 보험납입금을 담보로 저리 대출을 해주는 약관대출을 국민연금에 적용한 것 뿐”이라며 “국민연금을 일반 보험상품처럼 취급하도록 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구제 폭도 협소하다”며 “국민연금 가입자 중에서 빚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돼 있다”며 “국민연금에 가입조차 못한 실업자나 비정규직 금용소외자 문제는 전혀 해결하지 못하는 생색내기에 불과한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진보신당 민생경제본부 역시 26일 논평을 내고 ▲실효성 ▲효과 ▲영향력 등 이유를 들어 “근본적 해결책이 못 된다”며 “이명박 정부가 채무자 도덕적 해이론에 빠져 땜질식 채무조정제도를 제시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채무조정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민생경제본부는 2005년 1월부터 과정채무자 57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과중채무자의 1/4 (1434명, 24.7%)이 채권기관 위주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개인워크아웃이나 배드뱅크를 이용하다 포기했다”며 “적극적인 채무조정제의 필요성을 입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전재희 의원(한나라당, 경기 광명 을)은 2005년 1월20일 국민연금으로 신용회복을 할 수 있는 채무불이행자가 연금으로 빚을 갚을 수 있도록 한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 반환일시금 지급 및 신용회복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민연금법은 가입 기간이 10년 미만임에도 60세를 넘었거나 이전에 사망했을 때 유가족에게 국민연금 만기가 아닌 상태에서도 반환하도록 한 조항(제67조)을 두고 있다. 청와대가 제안한 ‘연금담보’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연금으로 빚을 갚도록 한 것이다.

보건복지위 수석전문위원은 “반환일시금 수령자의 연금 재가입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며 “특별법 제정은 국민연금제도 목적과 상치되는 측면이 있다”고 작성한 검토보고서를 상임위에 제출했다.

이어 수석전문위원은 “현재 신용불량자 문제가 개인 문제를 넘어 소비위축, 고용악화 등으로 말미암아 중산·서민층 생계와 직결된 사회경제적 문제로 확대되는 점과 특별법 시행시 노후소득보장 사각지대 확대가능성 등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결정돼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의도통신 김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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