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의 천기누설"

눈보라 속에서도
폭풍우 속에서도
극과극의 기온을 버티며
그토록 속이 꽉 차있다 해
세인들의 총애를 받아온 너 양파여

세상이 표본을 삼고
너를 따라 닮으려다가
구름이 산을 넘던 어느 날
배가 터질 듯 충만 된

너의 옷을 벗기고 까 들어갈 때
눈이 매워서 눈물만 나고
끝까지 다 벗겨도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
나는 경악하고 말았다

겹겹이 물비늘로 짜여져
까도까도 껍데기만으로 채워지고
썩을 땐 그토록 시커멓고 악취만 풍긴
너의 허상이 만천하에 밝혀졌을 때
산천초목도 분노하고 말았다

그토록 오도된 너의 명예여
푸른 하늘에도 어느 한때 구름은 끼거니
너 자신을 속이고 세인들을 속여 온 허상 앞에
역사의 분노가 아닐 수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