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앞으로도 운하를 파라

○…숭례문이 참화로 무너졌다. 어처구니없다. 존재감조차 잊었던 ‘친숙한 남대문’ 사라지니 미안하다. 평생 덕만 보고 보답도 안 한 은인을 떠나보내는 심정이라면 과장일까.

관리 체계 제대로 만들지 않은 채 무작정 서둘러 개방함으로써 숭례문을 노숙인들의 밥 먹고 술 마시고 잠자고 똥 싸는 곳으로 만들어 버린 이명박 전 서울시장 겸 현 대통령 당선인은, 분위기 파악 못 하고 ‘국민 성금으로 복원하자’고 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었다.

국민 성금으로 숭례문 복원하자?

이명박 당선인은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이런 심산(心算)이었던 것 같다. 돈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고, 국민들이 십시일반 성금하면 곧 재건되겠지? 그 때 그 앞에서 꽃가루 날리며 북치며 환호를 받지 않겠나? 그러면 그는 ‘참화 속 숭례문을 훌륭하게 복원시킨 대통령’이라는 영예로운 카피 문구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그러면 숭례문은 ‘제2의 청계천’이 될 것이다. 아, 아니다. 영어교육이 제2의 청계천이니, 숭례문은 제3의 청계천이 되겠다.

이 지점에서 이명박 당선인이 3년 전 왜 숭례문을 서둘러 개방하려 했는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의 구상은 이렇다. 광화문에서 숭례문으로 이어지는 길을 걸어서 지날 수 있는 관광 코스로 만들 구상이었다는 것이다. 문화재 그 자체 보다는 문화재를 통한 관광 효과에 보다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좋다. 후자에 대한 관심도 결국은 문화재 귀한 줄 알고 하는 것이니.

자, 그렇다면 숭례문을 복원하면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떨까? 광화문에서 시작해 시청을 지나 서울역으로 이어지는 남대문로를 전부 물길로 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한강대교 앞까지 물길을 뚫는 것이다. 아, 광화문에서 오다보면 청계천 발원지가 나오지? 그쪽과도 합류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서울시장급 관광코스는 대통령급 관광코스, 국보급 관광코스가 되는 것이다.

이러면 좋은 것이 숭례문 주변이 모두 물로 바뀌는 터라 방화범이 틈을 노리려고 해도 노릴 수가 없다. 게다가 만에 하나 화재라도 나면 펌프만 가져와 주변 물을 뿜어서 바로 소화할 수 있다. 이런 아이디어, 어떤가.

생각해보라. 광화문 앞에서 요트를 타고 출발해서 숭례문의 관문을 판 물길을 지나 서울역을 거쳐 한강대교로 가서 한강 따라 한반도 대운하를 거쳐 낙동강에 이르게 하는 물길. 얼마나 탁월한 관광코스인가. 아참. 센스 있게 하나 더 추가하자. 양녕대군이 썼다는 ‘숭례문(崇禮門)’ 현판을 박물관으로 보내고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필적한 ‘Sungnye Big Gate'를 붙이는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그 현판을 보고 얼마나 감명 받겠나.

게다가 이 관문을 지날 때 돈을 받는 것이다. 이른바 천 원씩 말이다. 그러면 복원비용, 국민의 주머니, 국가 금고에서 충당할 이유가 없다.

그러면 그 길을 지나던 차량의 수요는 어떻게 하냐고? 교차로에는 다리를 만들고, 남대문로에는 청계천처럼 좌우 2차선씩 간이도로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주변 도로로 우회하라고 하는 것이다. 아니면 국민소득 4~5만 달러 시대의 신민(新民)답게 요트를 하나씩 사서 타고 다니던지.

이명박 시대의 교육 생존법 공개

○…지난 주 청와대 인선, 내각 인선이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 시대의 ‘성공 유형’을 보는 듯하다. 고려대 출신, 영남 고향, 기독교 종교, 교수 직업 등.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딱 5년이라 그런데, 그가 만약 수십 년 동안 대통령으로 군림한다면 어떻게 될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럴 리 없겠지만, 그럴 경우를 상정한 이명박 시대에 걸 맞는 ‘교육 방법’을 정리해봤다.

◈ 출산할 때 : 전국 어디든 KTX타고 대구나 부산에 가서 아이를 낳는다. 그리고 거기서 출생신고를 해 버린다. 그러려면 위장 전입해야 한다고? 가능하다. 뭐 까짓것. 그 정도쯤이야.

◈ 출산~1세 : 교회에 가서 유아 세례를 받는다. 그 뒤로도 신앙생활은 관리해줘야 한다. 방언까지 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 2~18세 : 미국으로 간다. 가서 미국 아이들 하고만 놀게 한다. 영어가 쑥쑥 늘도록 한다. 원어민 수준으로.

◈ 19~22세 : 고려대학교에 입학시킨다. 그것도 경영학과로. 거기서 최소 과대표에서 학생회장까지 고대생이었음을 상징할 수 있는 모든 직함은 다 얻는다. 그리고 인촌 김성수 선생 동상 앞에 코 박고 매일 세 번 절하라. 소주보다 막걸리가 친해야 한다.

◈ 23~30세 : 열나게 공부한다. 그래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다. 그리고 기업을 창업해 CEO가 된다. 그리고 결혼한다. 부인은 무조건 숙명여자대학교 출신. 조건은 단 하나. 오렌지를 ‘어륀쥐’라고 할 수 있는 여성이어야 한다.

어떤가. 이 정도면 이명박 시대의 ‘신민’이 아니겠나. 성공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김용민(여의도통신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