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 포럼, 그땐 그랬지

정치권은 왜 그렇게 대선에 ‘올인’하는가. 쉬운 문제다. ‘한 방’이기 때문에 그렇다. ‘가지고 있던 돈을 한 판에 전부 건다’는 ‘올인’의 국어사전적 의미, ‘가지고 있던 돈’만큼의 이익을 한꺼번에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2006년 2월과 지금을 비교하면 ‘한 방’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한나라당의 ‘사학법 무효화 원외투쟁’이 얼마나 뜨거웠나. 1월30일 당시 열린우리당 김한길·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가 극적인 합의에 이르기까지, 무려 53일 동안이나 국회가 공전하지 않았던가. 이른바 ‘북한산 회군’이다. 2006년 1월31일자 <한겨레>가 전하는 당시 상황.

하산 길, 산 아래 식당에서 점심을 마친 뒤 분위기는 한층 나아졌다. 이 원내대표는 “곧 극적인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김 원내대표도 “(산행이) 국회 운영에 좋은 변화의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곧이어 2월 국회 정상화를 뼈대로 한 산상 합의문이 식당 정원에서 낭독됐다.

물론 국회에서 대화로 풀자는 데 합의한 것이었지, 싸움까지 멈추자는 말은 아니었다. 당시 김근태·정동영 의원은 “1점, 1획도 고칠 수 없다”고 별렀다고 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그들대로 “반드시 사학법 재개정을 관철시키자”는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어떤가. 다 소규모 ‘전투’에 불과하지 않은가. 개방형 이사? 추천이사? 그렇게 서로 으르렁거렸던 문제였지만, 대통합민주신당 입장에서는 다 한 때 ‘사치스러운’ 싸움이 되고 말았다. 대통령 당선인이 “대학 자율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문제”라고 호통 치시는데, 무슨 개방형 이사? 그래서 한 방이다.

물론 이명박 당선인도 소소한 싸움에 휘말렸던 과거들이 있다. 2006년 2월에는 다보스포럼 연설이 정쟁에 휘말렸다.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당선인이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연설한 내용을 <한겨레>는 다음과 같이 전한다.

“많은 국내외 정치 지도자들의 사고방식과 행태가 너무나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 유럽에서는 독일 아데나워와 같은 훌륭한 지도자들이 진정한 반성과 이웃에 대한 배려로 2차 대전 이후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를 위해 화해와 협력을 한 것과 달리, 아시아에는 아데나워와 같은 진정한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현재 중국·일본·한국 정치 지도자들은 한편으로는 동아시아 지역협력을 주장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서로 대화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유재건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은 “그 분의 역사 의식이 천박한 수준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했다”, 민주노동당은 “국가지도자로서의 근본적 자질을 의심하게 된다. 역사부터 다시 공부하라”면서 각각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서울시는 “일본 지도자들이 독일 아데나워처럼 솔직히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려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허나 동아시아 지도자들을 ‘싸잡아’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고 한 점을 보면 아무리 봐도 옹색한 해명이다.

또, 그때로부터 꼭 1년 전인 이명박 당선인의 2005년 2월 2일자 <동아일보> 인터뷰를 봐도 그렇다.

“21세기는 경영의 시대다. 국가도 도시도 대학도 기업도 모두 경영하는 시대라는 의미이다. 독립군이나 민주화의 선봉에 선 사람을 지도자로 원하던 시대에서 경제대통령을 원하는 시대가 왔다.”

지금 사공일 인수위 국제경쟁력강화특위 위원장은 특사 자격으로 다보스 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이명박 차기 정부의 정책설명회를 갖는다고 한다. 세계 재계수뇌들이 아주 좋아할 것 같다.
“국가도 도시도 대학도 기업도 모두 경영하는” 대한민국이 발표될 테니 말이다. /여의도통신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