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 뽑아버리니 보시기에 좋았더라"

○…늦은 밤 귀가하는 길에 꼭 라디오 뉴스를 듣는다. 오늘도 여지없다. ‘뭘 없앤다’ ‘뭘 만든다’ 나라가 온통 개조의 물결이다. 아마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나라를 개조하겠다는 일념인 것 같다. 개조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과연 개조에 있어 적절한 ‘사려(思慮)’와 ‘배려(背慮)’가 들어있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그의 일념을 다음으로 풍자해본다. 구약성서 ‘창세기’를 패러디한 ‘명바記’로 말이다.

명바記 제1장

연초에 명바기우스가 나라를 개조하려 하시느라. 땅이 가격폭등 상태이며 한강과 낙동강은 조령산을 기점으로 갈라져 있고 명바기우스의 영은 그 강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명바기우스가 이르시되 경부운하가 있으라 하시니 건설업체들이 달려들어 만든 경부운하가 생겼다. 운하는 명바기우스 보시기에 좋았더라. 명바기우스가 금강과 영산강도 이으시니 금강은 충청운하라 부르시고 영산강은 호남운하라 부르시느니라. 이렇게 국토를 노가다 판으로 만드시니 이는 임기 둘째 해부터 넷째 해에 추진하실 일이니라.

명바기우스가 이르시되 부처 가운데에 월급주기 아까운 곳이 있어 계속 둘 부처와 없애버릴 부처로 나뉘라 하시고, 명바기우스가 새 정부조직개편안을 만드사 확대 개편할 부서와 없애서 흡수될 부서로 나뉘게 하시니 뜻대로 되니라. 명바기우스가 확대 개편할 부서를 실세라 부르시니 이는 총선 지나고 임기 둘째 달의 일이니라. 명바기우스가 이르시되 모든 문제의 해법은 무능한 공직자들을 몰아내는 것이라 하시니 그대로 되니라. 이는 명바기우스 보시기에 좋았더라.

명바기우스가 이르시되 전봇대 없애고 그 자리에 도로를 깔라 하시니 그대로 되어 감전사 위험에도 불구하고 비오는 날 한전에서 뽑아가니 명바기우스 보시기에 좋았더라. 이는 임기 전 인수위 시절 일이니라.

명바기우스가 이르시되 학교를 우리말만 하는 교사와 영어로 할 줄 아는 교사로 나뉘게 하고 영어 할 줄 아는 교사를 앞세워 영어로만 가르쳐 유학 갈 필요가 없게 하라, 또 기러기 아빠 시대를 종식시키라 하라 하시니 그대로 되니라.

명바기우스가 두 큰 광명체를 만드사 큰 광명체, 즉 본인이 낮을 주관하게 하시고, 작은 광명체, 즉 조중동문이라 일컫는 보수언론으로 하여금 밤을 주관하게 하시어 ‘밤의 대통령’으로 봉하시니 이들은 사세도 넓히고 방송도 인수하는지라.

이에 명바기우스가 그것들을 언론계의 중심에 두어 정권의 협력자로 비추게 하시며 사실상 제4의 권부로 봉하여 여론시장을 주관하게 하시는지라. 또한 방송구조를 1공영과 다민영으로 나뉘게 하시니 명바기우스 보시기에 좋았더라. 이는 임기 후 총선압승 이후의 일이니라. 명바기우스가 이르시되 조중동문은 번성하게 하라 축사하시니라.

"그날 새벽 허가를 세 번 부인하다"

○…경제공화당 총재인 허경영 씨가 결국 구속됐다. 거짓말하다 그렇게 됐다. 인기가 오르며 TV프로그램 여기저기서 부를 때가 좋았다. 이제는 구치소에 신세를 지게 됐다. 동료 수감자에게 오링 테스트를 해줄지 관심이다. 허경영 씨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사람은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이다. 이 분이 허경영 씨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던 날, 꺼낸 말이 있었다. “좀 작작하지”. 허경영 씨를 떠올리며 이번엔 신약성서 ‘마가복음’을 패러디한 ‘허가복음’을 꾸며본다.

허가복음 제1장

허가께서 제자들을 이끌고 산에 올라가시니라. 제자들이 심히 숨이 목 끝까지 차 땀을 바가지로 흘릴 때에, 허가께서는 이미 정상에 당도해 계신지라. 허가께서 가라사대 "내가 너희에게 진실로 진실로 이르노니 산에 10분 만에 오를 수 있는 자 누구이뇨. 땅에 발이 닿고 축지법을 써서 오르는 이 누구뇨. 나는 신기가 있는 자라" 하신지라.

허가께서 뒤늦게 당도한 무리를 보시고 바위에 올라가 입을 열어 가르쳐 가라사대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혼인하는 자에게 5천만 원 씩 남녀 1억 원 씩 줄 것이고 출산하는 사람은 3천만 원 씩 줄 것이라. 이 말을 너희는 믿느뇨”라고 하시는 지라. 이에 앉아있는 무리들이 이해를 못하니라. 이에 허가께서 답답히 여겨 가라사대, “이 IQ가 100 단위에 머무는 자들아, 너희의 무지를 탓하라. 너희는 IQ가 430인 나의 발뒷꿈치만도 못한 자니라”고 탄식하신지라.

허가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어 말씀하시니,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한반도 땅에 나를 꽂으셨는지라”고 하시고는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나는 박근혜와 결혼하여 세기의 결혼식을 연출할 것이니라. 이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시더라.

그러나 이른 새벽에 경찰관과 검사들이 체포영장과 수갑을 갖고 산으로 올라와 허가에게 가라사대 “당신은 진술을 거부할 수 있으며”라며 포박하는지라. 이에 결박당하여 끌려가는 새, 시청률 상승을 노리며 허가를 이용하던 TV 제작진들이 급히 몸을 숨기는지라. 이에 사람들이 제작진을 꾸짖으니 “나는 허가를 모른다”며 세 번 부인하는지라.

붙잡혀 가시며 경찰관과 검사, 자신을 비웃는 사람들을 향해 허가께서 분노하여 가라사대, "이는 수사가 아니라 표적수사로다. 거기에 놀아난 사람들은 내가 나중에 가만두지 않을 것이니라"하시고는 “박정희 대통령, 내 아버지여, 저들이 자신의 하는 일을 모르니이다”라며 탄식하더라. /김용민(여의도통신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