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4.9 총선과 관련한 것들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금배지가 달려 있는 선거구가 어떻게 확정되더라도 현재 담양 장성 곡성과 같은 복합 선거구는 역대 선거에서 지역 출신 후보에 표를 몰아주는 소지역주의가 발동하고, 심지어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적잖은 변수로 등장함에 따라 출마 입지자들은 선거운동의 어려움으로 소지역주의를 꼽기도 한다.

아무리 열심히 뛰어다녀도 다른 지역 출신의 외침이 전혀 먹혀들지 않는 모습을 보면 강단이 센 정치인이라도 맥이 풀리게 마련이다.

반면 자신의 탯줄을 뭍은 지역에선 “나도 이 지역 출신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접근하면 아무래도 쉽다는 전언이다.

출마 후보자들은 자신의 고향보다 상대방의 고향인 지역 표심을 어떻게 흡수할 것인가에 골몰하고 있다.

자신의 고향에선 “여기에서 태어나 초·중·고교를 나왔습니다”고 말하면 되지만 문제는 상대 후보 고향을 어떻게 공략하느냐에 달려있다는 표 계산법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어김없이 소지역주의 투표성향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고향 사람을 국회에 밀어 넣어야지”라는 소지역주의는 정(情)의 문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온정주의에 치우쳐 자신의 출신과 같은 후보에 마음이 기운다는 말이다. 제도적으로는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지난 13대 총선 이후 부쩍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분석도 있다.

어찌 됐던 맹목적 지역주의는 선택의 시야를 흐리게 하고, 후보의 정책이나 인물 됨됨이를 간과하며, 지역구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는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우리 지역 출신을 여의도로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심리 앞에, “능력이야 어찌 됐던…”이라는 단서조항이 붙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다. 지역발전을 위해 일꾼을 뽑는 잔치가 되레 지역을 망치는 선택으로 전락할 수 있는 까닭이다.

또한 지역주의의 가장 심각한 해악 중 하나로는 주민간 마찰과 갈등을 꼽을 수 있다.

복합 선거구 중 한 지역 출신의 후보가 금배지를 달았다면 다른 지역 주민들은 패배감에 젖을 수 있고, 보이지 않는 주민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지역주의에는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유권자들의 기대가 녹아 있다. 반면 지역간 갈등을 조장하고 인물 중심의 선거가 이뤄지지 못한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지역발전의 적임자인 유능한 인재가 소지역주의 희생양이 되어선 결코 안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