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폐지 재검토가 필요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농업기술 중심기관인 농촌진흥청 폐지와 산하연구기관 출연기관화 발표에 심히 걱정이 앞선다.

한미FTA 비준안이 국회에 계류중에 있고 한-EU FTA 역시 추진중인 상황에서 발표된 인수위의 농촌진흥청 폐지안은 농업기술개발과 식량주권을 포기한 것에 다름없다.

유럽 선진국 및 미국, 캐나다 등은 경제선진국이면서 농업선진국이다. 이들 국가의 농업연구기관은 공익적 관점에서 정부소속연구기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자국의 농산품 수출을 위한 품종개발, 고품질안전생산기술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중국, 인도 등 대국들도 경제성장으로 곡물소비량이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고 바이오에너지로의 활용이 크게 늘면서 국제 곡물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농업은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 제공 등 국가 기간 산업적 성격이 강하여 민간으로부터의 연구개발 및 보급에 대한 재원확보가 어렵고 출연기관화 하면 차년도 연구비 확보를 위하여 단기적인 성과중심의 연구과제에 집중하여 국가차원의 중장기 안정적 식량공급을 위한 연구개발 보급기능이 약화될 것이다. 또 농업인 보호를 위한 종자, 농약, 비료 등록 및 유전자원 보존 등 공공서비스 업무는 특성상 출연연구기관이 추진할 수 없으며 국가기관에서 전담하지 않으면 외국에 잠식되어 농업생산기반의 붕괴가 우려된다.

따라서 농업의 공익적 기능, 즉 정부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할 기능을 출연기관화 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앞으로 농업의 기술적 문제는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뜻이며 농업의 기술적 대응은 포기하고 농업인 각자가 알아서 농사를 지으라는 말과 같다.

농촌진흥청의 연구기관들이 출연연구기관이 되면 돈만 되는 연구에 집중하게 되면서 국가에서 기본적으로 해야 함에도 경제성이 없는 연구들은 사라지게 되며 부득이 자기 살기위한 조직으로 변신할 것이다.

인수위에서 밝힌 출연기관화 논리중 하나는 "공무원조직이 엄격히 통제를 받고 예산도 제대로 확보하기 힘들어 경직적으로 운영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산확보는 오히려 정부연구기관으로 있어야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될 수 있다는 것이 상식이다.

출연기관으로 전환되면 연구비 확보를 위해 사업성이 없는 농업분야에 대한 투자가 줄수밖에 없어 예산의 대폭적인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정부출연기관으로 전환 한다'는 논리는 선진외국처럼 농가의 자금출자가 가능한 기업적 경영형태를 가졌을 때에나 성립할 수 있다고 본다. 실례로 대덕연구단지 출연기관에 소속된 우수한 연구 인력의 잦은 이직으로 인하여 연구가 원활히 수행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봐야한다.

앞으로 농수산식품부가 농업기술개발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농촌진흥청을 없애고 어떻게 FTA등 개방화에 대비해 기술농업과 생명산업을 통한 농업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강조컨대 FTA등 개방화에 대비한 우리 농업의 시급한 과제는 기술농업이다. 인수위가 밝힌 농촌진흥청 출연기관화는 국가가 농업을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지구온난화와 대체에너지 개발에 따라 세계적으로 식량부족시대가 오고있는 점을 감안할때 농촌진흥청 폐지 및 민영화보다는 국가기관으로서 운영에 효율성을 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