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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의 寸鐵殺人 / 동네서 뗏목 타고 태평양까지 가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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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8.01.16  12: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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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대운하 강행? 그리 쩨쩨해서야…남부순환수로, 동부간선수로, 여객선전용중앙수로도 만들면 어떨까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고 했던가. 노무현 대통령은 참 많은 것을 시도하려 했다.

첫째, 비데 풀고 자전거 주면서 독자 끌어 모으려 했던 수구 족벌신문들의 불공정 상행위를 바로 잡으려 했다. 이에 수구 족벌신문들은 ‘비판언론 다스리기’라는 지나가는 개가 웃을 구실로 결사 저지했다.

둘째, ‘친일파는 여전히 떵떵거리고 독립 운동가는 여전히 배고픈’ 역사가 희롱당하는 현실을 바로 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이 역시 ‘과거에 친일 안 한 사람 없다’ ‘생계형 친일마저 죄로 몰아붙이는 분열주의적 발상이다’라는 저항에 직면했다.

셋째, 부익부 빈익빈의 구조적 악순환을 혁파하기 위해 부동산 부자들에게 세금 폭탄 투하했다. 그랬더니 ‘부자를 미워하는 반시장경제적 발상’이라는 반대논리에 직면했다.


운하로 건설 붐 일으키고 싶다고?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은 ‘이렇다’ 할 개혁을 제대로 성사시키지 못한 채 그 시대를 마감하게 됐다. 아, 굳이 있었다면, 대통령의 권위를 완전히 유명무실하게 만들어 버렸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중요하다. 당장은 무능하게 비춰질지 몰라도, ‘대통령은 팔방미인과 슈퍼맨이어야 한다’는 편견을 지워 버린 점. 그래서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놓은 점은 매우 의미 있는 족적이라고 판단된다.

아, 그러나 이것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가공할만한 국가개조 프로젝트를 연일 쏟아내시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의중을 보면 그 권위를 다시 복원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왜냐. 첫째, 국민적 동의 없이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당사자들의 의견은 전혀 구하지 않고 KBS, MBC 등 방송구조를 뜯어고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재벌과 사교육 집단, 부동산 부자들 즐거울 정책만 골라서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명박 당선자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경제 살려 달라며! 그래서 나름대로 경제 살아날 방도를 설계하고, 일 좀 하려는데, 왜 사사건건 트집이야?”라고 말이다. 그러나 이명박 당선자는 분명히 알아둬야 한다. ‘설득’없는 ‘일방통행’이 가져다 줄 수 있는 가공할 만한 뒷 탈의 역사적 전례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말이다.

사실 그의 방식은 상당히 낡았다. 건설 붐을 일으키면 자연스럽게 경기 부양 및 내수 진작이 뒤 따를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판단을 참여정부는 안 했겠나. 그리고 ‘부동산 투기’라는 변태적 사생아만 낳았을 뿐이라는 허망한 결론으로 입증되지 않았나. 이로써 정작 서민들에게 ‘내집 마련’의 꿈만 더 멀어지게 만들었다. 그걸 ‘리바이벌’하자고?

좋다. 건설 붐을 일으키면, 특히 운하 사업으로 그 붐을 이어가려 한다면, 이건 어떨까? 필자가 몇 자락 천기누설을 하고자 하니, 이 당선자와 측근들은 잘 받아 적으시기 바란다.

우선, 독일처럼 한반도 곳곳에 물길을 놓자. 하천마다 다 운하를 만드는 것이다. 한탄강에서 중랑천을 이어 한강까지, 또 탄천에서 한강까지, 안양천에서 한강까지 전부 물길을 만드는 것이다.

그 뿐인가. 서울도 지하에 물길을 다 파서, 남부순환수로, 북부순환수로를 만들고, 동부간선수로, 서부간선수로도 뚫는 것이다. 골목의 도랑과 개천도 전부 물길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동네에서 뗏목을 만들고 띄워 태평양까지 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어디 뗏목만 있겠는가. 자가용 승용선도 보급하는 것이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수륙양용 차도 만들어서 길 막히면 배로 변신해 수로를 따라 출퇴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경부운하, 충청운하, 호남운하에 파리 날릴 걱정 안 해도 된다. 명절 때, 새해 해돋이 때, 도로와 적절한 수송 분담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아마 이런 진풍경이 펼쳐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물길마다 V표를 하며 오징어 파는 상인이 있을 것이고, 접촉사고가 나서 경찰이 나타나 물 위에서 사고 경위 조사하는 일도 있을 것이고,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팔당호에서는 체증현상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체증현상에 대비한 여객선 전용 중앙수로가 생기고, 다시 자가용 승용선이나 택시 승용선이 이 수로를 이용할 경우 공익요원이 나룻배 타고 나타나 스티커를 떼는 모습도 연출될 것이다.

물론 이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마실 물은 어떻게 하냐’는. 걱정 말라. 그것도 생각지 않고 이 일을 하셨겠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쪽에서 이미 지하수를 파셔서 조달하시겠다는 뜻을 표명했으니 마음 놓을 일이다.

또 수로 개발한다며 공사하는 과정에서 반대는 없을까. 요즘에는 일조권을 가려도 난리 아닌가. 하지만 그런 얘기엔 이런 대꾸가 명답 되겠다. “경제 살리자는데 무슨 반대인가. 반대자는 입 닫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 그게 애국이다.”라는.


‘설득 없는 일방통행’은 미래 없다

일전에 이 코너를 통해서 이런 언급을 했다. ‘이명박 식 난국 해법’이다. △정치 갈등이 심화될 때=국회의사당을 새로 짓는다.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때=KOTRA 사옥을 새로 건설한다. △ 의약갈등이 첨예화된다면=의사협회와 약사협회 회관을 합친 통합협회관을 만들어 의약 양 협회가 동시 입주하도록 한다. △한류열풍이 시들해질 경우=한류홍보센터를 새로 짓는다. 건설 지상주의적 해법이 이렇다는 것이다.

새 정부가 의욕을 갖고 모종의 프로젝트를 짜내고 추진하려는 것에 대해 소금 뿌릴 생각은 없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도도한 흐름은 ‘설득’을 요구하고 있다. 권력의 힘을 복원해 대화를 무시하고, 설득을 간과한 채 성과주의만을 앞세워 속도전으로 추진할 경우 그것이 가져올 위험성은 너무나 엄청나고 명확하다.

기우라고 가벼이 여기지 말지어다. 지금 이 나라에서 위정자에게 표 주는 사람들은, 민주주의 시대의 설득의 가치를 역설했다가, 그러면서 설득 없이 개혁을 추진했다가 발등 찍힌 노무현 정부를 준엄하게 심판한 유권자,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여의도통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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