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하이테크 농공단지가 공사 중 발견된 대규모 암반 처리를 둘러싸고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담양읍 삼만리에 건립 중인 에코하이테크 농공단지는 2006년 9월 28일 착공해 1년 후인 2007년 9월 27일 완공토록 되어 있었으나 완공기일을 6개월 가까이 넘긴 지금 불과 30%밖에 안 되는 저조한 공정율 속에 기약 없는 표류를 하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금쯤이면 모든 공사가 마무리되고 입주업체에 대한 분양도 마무리 되어야 할 시점이지만 군과 시공사간에 분쟁이 계속 되면서 완공기일조차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지난해 10월 시공사인 도영건설은 공사 중 발견된 대규모 연암 처리를 둘러싸고 암반처리 부분만 부분발주 하려는 군을 상대로 ‘계약금지가처분신청’을 냈으나 법원에서 신청을 기각하고 군의 손을 들어주자 판결이 잘못됐다며 최근 고등법원에 항고를 제기했다.

시공사측은 항고 이유로 “담양군이 마땅히 해주어야 할 설계변경 의무를 해주지 않고 배척한 합당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담양군이 뒤늦게나마 설계변경 의무가 있음을 자인하고 설계변경 후 공사대금을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기술했다.

또 시공사측은 “담양군이 당초 공사 설계시부터 연암 매장량이 약 30만㎥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공사비를 낮게 책정할 목적으로 매장량을 대폭 축소해 설계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하고 “이 공사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77조에 의해 분할계약이 금지된 공사”라며 기각한 원심을 파기하고 부분발주계약을 금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와관련 시공사 관계자는 “군에서 하고자 하는 부분발주는 마치 자동차 회사에게 협력업체에서 납품하는 부품단가가 얼마이니 그 가격에 자동차를 팔아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모든 공사비에는 관리비와 법정 이윤, 제세공과금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으니 달리 방법이 없지 않느냐”며 소송 제기에 따른 입장을 설명했다.

이에대해 군은 처음과는 다소 완화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선 시공사측에 암반처리공사를 계속하도록 하되 처리비용을 설계단가인 ㎥당 8000원에서 시행단가인 ㎥당 4000원으로 낮춰 줄 것을 요구하는 한편 시공사가 이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기존에 불법시공이라고 주장했던 선시공분 15만㎥의 암석처리비용도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다.

김용주 경제과장은 “이같은 군의 제안에 대해 시공사인 도영건설 측은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나 공동 시공사이자 도영건설보다 2%의 지분을 더 갖고 있는 태동건설에서는 이윤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쉽사리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하고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합의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말로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김 과장의 주장과는 달리 시공사인 도영측은 실로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28일 적절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부군수실에 모여 협의를 하던 중 이같은 군의 제안을 받았으나 공동시공사인 태동건설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자고 했다. 다음날 다시 경제과를 찾았으나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태도를 돌변, 어제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하자며 일방적으로 협의를 거절했다.”며 “군도 책임을 일방적으로 시공사 측에 떠넘기려 하지 말고 협의점을 찾기 위한 성의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처럼 갈피를 못 잡고 갈팡질팡하는 가운데 군은 현실적으로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만큼 당초 계획대로 잡종재산 매각 입찰을 통해 부분발주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시공사측에서는 기 시공한 15만㎥의 암석처리에 대한 소유권 주장과 함께 공사와 관련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이 예상되지만 설사 소송에서 패해 손해배상을 해주는 한이 있더라도 더 이상 공사를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제과의 주장처럼 처리되지 않고 묻혀있는 암석이 과연 잡종재산으로 인정되겠느냐는 점에서 회의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통상적으로 발파 등 공사를 거쳐 나온 암석에 대하여는 공사부산물로 간주해 잡종재산으로 매각처리가 가능하지만 공사 중 발견된 암반층에 대하여는 잡종재산이 아닌 공사물량으로 간주하는 것이 맞다”며 “에코하이테크농공단지의 경우, 암반의 잡종재산 매각 입찰은 법적 분쟁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대해 경제과 실무자들은 “법적이나 이론적으로 군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법의 판단을 예측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방침대로 밀고 나가겠지만 시공사와 협의는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한명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