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수입품과 플라스틱 대체상품의 범람으로 대나무 공예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竹鄕 담양의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한동안 대나무는 담양 군민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는 生金 밭으로 불리어 왔다. 언제든 필요할 때 바구니를 절고 참빗을 만들어 죽물시장에 내다 팔면 바로 현금화 할 수 있었던 담양 죽세공예가 제2의 부흥기를 찾아낼 수 있을지, 아니면 斜陽産業으로 밀려 영원히 도태될 것인지 기로에 서있다. 본지는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3박 4일 동안 숙련된 기술로 특이한 죽세공예품을 만들어 富를 축적하는 한편 마을 전체를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중국 성도시의 '대나무마을'을 찾아 담양 죽세공예산업의 미래를 조망 하고 전통 대나무 공예마을인 '平樂古鎭'과 청신현에 위치한 대나무 기업을 찾아 전통대나무공예 제작기술과 방법 등을 상세 취재, 기술 전수여부를 타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대나무를 활용하여 환경생태공원으로 탈바꿈시켜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는 대나무생태공원을 찾아 담양에 산재한 대나무밭의 관광자원화 가능성을 발굴코자 한다.(편집자 註)

3. 中國 대나무 생태공원을 찾아

綿竹市人民公園

제갈공명의 아들 제갈첨, 제갈상 부자와 장비의 손자 장준이 위군과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한 곳으로 알려진 사천성 綿竹市.

또한 이 도시는 당나라 시대 대나무 끝이 하얀 솜을 타놓은 것처럼 하얗다고 이름 지워진 綿竹이 집단으로 군락을 이뤄 바람이 일렁일 때면 장관을 이뤄 시인 두보가 綿竹의 아름다움을 시로 지을 정도로 자연 풍광이 이름난 곳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무차별한 도시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인해 그 많던 면죽들이 하다둘씩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綿竹市人民公園 내에서 관상용으로만 관리 하고 있을 정도로 귀하디귀한 존재로 변해버린 綿竹을 보는 중국인들의 시각은 애절함과 함께 각별한 정이 묻어나 있다.

인민공원 입구를 들어서면 독일 병정처럼 정렬해 있는 대나무가 작은 오솔길을 이루며 이 길을 따라가면 어린이들을 위한 작은 놀이 공원이 나오고 그 옆에는 식당과 차를 파는 찻집들이 즐비하며 대나무 의자에 걸 터 앉아 마작과 카드놀이를 하고 있는 이곳 주민들을 쉽사리 볼 수 있다.

또한 대나무를 배경으로 연인과 친구, 가족들이 추억을 담는 장소로 활용되는 등 綿竹市人民公園을 구성하는 요인으로서 대나무는 존재가치 이상의 역할을 다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환경의 중요성을 재삼 일깨우는 아이콘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곳 공원을 관리하는 이들은 “현재 시정부에서 사람들을 별도로 채용하여 대나무의 비배 관리는 물론 죽순 발아 시기와 성장 속도 등 생태 관리를 전문적으로 할 정도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며 “아무리 많은 자원도 조금만 소홀히 하면 세상에서 없어져 박물관이나 책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다”고 말했다.

四川竹海

120만 평방킬로미터에 달하는 蜀南竹海 뒤를 이어 대나무가 많은 곳으로 이름난 사천죽해는 33만 평방킬로미터 규모를 자랑한다.

사천죽해에서 자생하는 대나무를 이용해 소득을 올리고 있는 이곳 사람들은 대나무를 무척이나 아끼고 금지옥엽처럼 소중히 여긴다.

촉남죽해가 관광지로서 대나무의 활용도를 제고한 반면 이곳 사천죽해의 대나무는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대나무를 베어 내어 농작물 지주대로 사용하고 있거나 뿌리는 말려 공예품 또는 땔감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을 비롯 바람을 막는 방풍림과 한창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먼지를 막는 방진림 으로서 기능을 다하고 있으며 경계를 표시하는 울타리 역할을 다하고 있다.

도로를 넓히기 위해 대나무 밭을 불가피하게 훼손하게 될 경우에도 대나무를 먼저 베어 낸 다음 뿌리를 도로 주변으로 옮겨 심는 것을 보면서 개발 논리에 밀려 중장비에 의해 무차별 하게 훼손되고 있는 담양의 대나무와는 달리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는 중국 대나무의 가치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현지에서 만난 주민은 “자신은 이곳에서 태어나 70살이 넘게 살아 왔지만 사철 푸른 대나무와 생활의 도구가 되어준 대나무를 자신의 삶에서 제외한다면 기억될 것이 없는 무미건조한 삶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대나무 예찬론을 펼쳤다.

사천죽해를 뒤로 하고 점심을 하기 위해 들린 고대 강족의 문화 유산을 집대성한 삼성퇴박물관(三星堆博物館) 입구에 심어진 대나무를 배경으로 외국인들이 기념 촬영을 하느라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또한 도로 양쪽 중 한쪽에는 대나무를 심고 다른 한쪽에는 다른 수종을 심어 대비를 한 것이 의외로 인상적이며 잘 가꿔진 잔디와 함께 새로운 조경문화를 창출하고 있어 많은 외국인들에게 신비로움과 함께 異國的 풍경을 선보이는 것 같다.

여류시인 설도와 대나무가 어우러진 望江樓

망강루(望江樓)는 성도시 동문의 바깥쪽을 흐르는 금강(錦江) 줄기의 한 자락에 대나무들이 무성하게 우거진 숲 속에 자리 잡고 있는데 약 13만 평방킬로미터에 이르는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이 누각은 당나라 시기의 유명한 여류 시인 설도(薛濤)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고적으로 다른 이름으로는 ‘숭려각(崇麗閣)’이고 불리우며 현재는 사천성 주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후세의 사람들이 이곳에 대나무를 심어 여류시인 설도에 대한 경의를 표하여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으며 이 대나무 숲에는 150여종의 대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를 뒷받침 하듯이 죽종장을 연상케 하는 대나무 품종마다 이식 시기와 품종에 대한 설명들이 안내되고 있다.

1958년 중국 이남에서 옮겨 심은 관음죽을 비롯 줄기가 닭발처럼 생긴 대나무, 1961년 일본에서 들여온 대명죽들이 이제는 굳건히 뿌리를 내려 망강루를 구성하는 요인으로서 늠름하게 서있는 등 대나무수가 80%이상이어서 ‘죽자공원(竹子公園)’, ‘금성죽원(錦城竹園)’으로도 불러진다.

또한 대나무와 어우러진 각양각색의 바위들이 부조화 속에 조화를 이루고 대나무를 배경으로 한 건축물들이 창연한 역사의 현장임을 입증하는 등 살아있는 교육의 현장으로서 기능을 다하는데 대나무는 일조하고 있다.

특히 원내에 망강루, 탁금구, 음시루 등 5채의 건물이 남아 있는데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역시 망강루이다. 망강루는 높이가 30m로 위의 2층이 8각이고, 아래의 2층이 사각모양의 청나라 후기 건축물이지만 아쉽게도 올해 10월 15일 보수공사에 들어가 내년 1월 15일까지는 일반에 공개하지 못한다는 안내문에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잘 가꾸어진 대나무를 따라 가다보니 설도(薛濤)라는 시기(詩妓)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한 기념관이 나온다.

기념관에 비치된 안내 자료에 따르면 당(唐)대의 시기(詩妓)였던 설도(758~832 혹은 770-832)는 명장 설인귀의 후예로 부친과 모친을 졸지에 잃고 樂妓가 되었는데 음률, 시, 서예, 용모가 매우 뛰어나 당시 사천절도사가 그녀의 재능을 총애하여 교서(전적典籍을 교감하는 관직)에 까지 임명하려고 할 정도 였다고 한다.

비록 설도는 기녀였지만 일생동안 대나무를 자신의 지조에 견주어 너무 사랑하여 시를 통해 대나무의 미덕을 찬미하였고 이곳에서 약 500여 수의 시작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 현재까지도 88수의 그녀의 시가 전해 내려오고 있으며 학술대회를 통해 설도의 사상과 이념을 기리는 등 설도는 갔지만 설도의 작품에 남아있는 대나무는 중국인들의 가슴속에 연연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그녀의 문학세계를 존경한 이들이 설도를 기리기 위해 묘 주변에 대나무를 심어 수천년이 흘렀지만 바람에 일렁이는 대나무 잎의 사각 거리는 소리에서 설도와 문학적으로 조우하려는 시도로 다가온다.

대나무의 고장이자 가사문학이 찬란하게 꽃을 피운 담양에 대나무 따로, 가사문학 따로 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과감히 벗어나 두 개체를 하나로 합쳐 시너지 효과를 거두려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함을 간절히 느껴본다. /한 얼· 정종대 記者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기념관 입구 설도 조각상과 대나무로 둘러싸인 설도의 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