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수입품과 플라스틱 대체상품의 범람으로 대나무 공예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竹鄕 담양의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한동안 대나무는 담양 군민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는 生金 밭으로 불리어 왔다. 언제든 필요할 때 바구니를 절고 참빗을 만들어 죽물시장에 내다 팔면 바로 현금화 할 수 있었던 담양 죽세공예가 제2의 부흥기를 찾아낼 수 있을지, 아니면 斜陽産業으로 밀려 영원히 도태될 것인지 기로에 서있다. 본지는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3박 4일 동안 숙련된 기술로 특이한 죽세공예품을 만들어 富를 축적하는 한편 마을 전체를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중국 성도시의 '대나무마을'을 찾아 담양 죽세공예산업의 미래를 조망 하고 전통 대나무 공예마을인 '平樂古鎭'과 청신현에 위치한 대나무 기업을 찾아 전통대나무공예 제작기술과 방법 등을 상세 취재, 기술 전수여부를 타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대나무를 활용하여 환경생태공원으로 탈바꿈시켜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는 대나무생태공원을 찾아 담양에 산재한 대나무밭의 관광자원화 가능성을 발굴코자 한다.(편집자 註)

2. 중국 대나무 공예의 성공 비결

대나무와 불가분의 관계인 팬더곰이 사는 중국 사천성 성도에서 남서쪽으로 2시간 반 정도 떨어져 있는 平樂古鎭(pingle ancient town).

1000년의 역사를 가진 작은 도시이지만 마을을 휘감아 도는 강변과 인근 야산에서 자라는 대나무를 활용해 중국 대나무 공예의 本山으로 일컬어지고 있으며 마을 전체가 관광도시로 중국인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성도를 출발한지 2시간이 가까워지자 도로변에 대나무의 고장임을 연상케 하는 竹林村, 竹林山莊 등의 상호가 연이어 나타나고 대나무를 베어 건조하느라 삼삼오오 짝을 지어 분주히 움직이는 광경을 손쉽게 볼 수 있다.

사철 푸른 대나무와 한데 어우러진 부용화가 異國의 목가적인 풍경을 펼쳐내는 가운데 청나라 시대 건축한 건물들의 보존 상태가 좋아 집중 관리하기 위해 중국 정부에서 마을 전체를 관광지구로 지정한 平樂古鎭 마을 어귀에 도착했다.

우리나라 60-70년대 초반을 연상케 하는 오래된 상가들이 즐비한 江西路는 오랜 세월 풍상을 이겨온 낡은 기와와 어울리지 않게 상가 입구에 주차된 신형 오토바이와 자전거에서 新舊가 공존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상가를 따라 내려가던 중 대나무 공예품이 전시된 상가에 이르렀다. 전시된 제품들 사이로 건물 뒤편으로 가다보니 공장이 나온다.

20여명의 직원들이 대나무를 이용해 작품을 만드느라 옆에 사람이 다가가도 모를 정도로 몰두하고 있다.

40여년 동안 대나무 공예에 종사하고 있는 웅영랑 사장(57)으로부터 전해들은 중국 대나무 공예의 이야기는 귀를 솔깃하게 할 정도로 생소했을 뿐만 아니라 경이감을 자아나게 할 정도였다.

웅 사장은 마을 북쪽에 있는 토구산에 자생하는 대나무를 활용하여 대나무 공예를 하고 있는데 작품의 내구성을 고려해 3-4년생 대나무 만을 베어 일정 기간 음지에서 건조하여 뒤틀림 현상과 갈라지는 현상을 예방한 후에야 손으로 일일이 쪼개고 가다듬어 가느다란 실보다 얇게 만든 다음 형형색색의 염색을 하여 중국인들이 좋아 하는 각종 도자기에 바구니를 짜듯이 작품을 완성한다는 것.

특히 마을 주민의 20-30%가 대나무 공예에 종사하고 있는데 이는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은 주민들이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이 마을의 주요 소득원이 죽세공예임을 입증한다고 한다.
또한 대나무 공예는 당초에는 국가에서 경영 하던 것을 개인으로 이관시킨 후 품질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는데 자신과 비슷한 규모의 공장을 운영하는 이들이 4명 더 있으며 98년 호경기때에는 각 공장마다 100여명의 직원이 상시 근무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는 것.

그 당시에 비하면 현재의 상황은 좋지 않지만 ‘중국의 전통 대나무 공예 문화를 계승 발전 시켜야 한다’는 사명감과 함께 수십 년 동안 그의 손에서 떠나지 않은 대나무와의 오랜 인연을 매정하게 끊을 수 없는 것도 자신이 대나무 공예에 매진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웅 사장은 “직원들은 고정급 보다는 자신이 만든 수량과 제품의 질로 급여가 결정되는데 한달 평균 500위안-1000위안(우리나라 6만5000원-13만원)을 버는데 이는 물가가 높은 도시 젊은이들이 3000-4000원 버는 것에 비해 뒤떨어 지지 않을뿐더러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찻잔의 경우 숙련자는 하루에 1개 완성하고 있어 임금이 높은 편이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과 직원들이 만드는 꽃병· 이쑤시개 통· 와인 잔· 재떨이· 찻주전자 등 생활용품에다 중국을 연상케 하는 山水畵· 龍· 福 등 다양한 디자인을 접목시켜 가고 있어 99년 중국중문화국제죽엽박람회에서 금상을 수상 할 정도로 제품의 우수성을 입증 받고 있다”며 “이로 인해 상해와 북경을 비롯 심천에서 주문이 밀려들고 있는 데다 간혹 가다 일본과 한국에서 주문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는 등 판로가 확대되고 있다”고 앞으로 죽세공예 전망에 대해 밝은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리고 웅 사장은 “조건만 맞다면 한국에서의 전시회는 물론 자신의 경우 한 달에 150만원만 보장할 경우 기술이전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긍정적 의사를 밝혔다.

웅 사장의 배웅을 받으며 平樂古鎭의 다른 竹人을 만나러 가는 도중에 강가에 정박해 있는 대나무로 만든 배들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유람선 격인데 1시간동안 배를 타는데 2600원(7명 기준)으로 이곳 주민들의 경우 배를 타고 가면서 마작을 하거나 주변 경치를 구경하면서 여유로움을 즐긴다고 한다.

平樂古鎭의 유래와 현황을 알리는 안내판을 지나 다리를 건너자 낯익은 글씨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이정표 마다 한글로 명기해 놨다”는 가이드의 말에서 商術에 밝은 중국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웅 사장과 비슷한 시기에 대나무 공예를 접하게 됐다”는 竹人 양흥전씨는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자주 구입하는 공예품을 주로 생산하고 있는데 해마다 생산하는 공예품 수만 해도 10만개나 넘는데다 기술이 뛰어나 1년에 8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양 사장은 또 “마을 인근에서 자생하는 대나무를 주원료로 삼아 머리카락만큼 가늘게 뽑아 염색 후 제작하고 있는데 이를 처음 본 이들은 대나무로 만들었다고 하면 깜짝 놀랄 정도로 정교하면서도 입체감이 뛰어나 팬더곰의 경우 기지개를 펴고 뛰어 나올 것처럼 생동감이 가득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나무로 만들었지만 먹으로 그린 그림처럼 세세한 공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빼어나 그 기술을 배우기 위해 많은 이들이 자신의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며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 독특한 민족문화와 지방의 특색을 잘 표현하고 있어 중국 죽제품에서도 독보적인 창작물로 인정받고 있다”고 자신의 작품 세계와 가치에 대해 무한한 자부심을 펼쳐보였다.

그는 이어 “중국내에서 펼쳐진 각종 죽제품 경진대회에서 수상한 것은 물론 전 세계 30여국에 수출 할 정도로 외국인들의 호응을 받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고 힘줘 말했다.

하지만 양 사장은 대나무 공예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도 설명의 끈을 놓지 않았다.

중국인들의 생활 습관이 서구화 되면서 이 마을에서 주로 생산하던 대나무 발이 사라져 이제는 나이 든 사람 몇 명만이 소일삼아 일을 하고 있을 뿐 찾은 이들이 거의 없어 박물관에나 가야 접할 수 있을 정도로 급속도로 쇠퇴해 버린 것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아 새로운 디자인 개발에 몰두 하고 있다는 것.

양 사장이 최근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인들로부터 인지도가 높은 만화 주인공들이다.
청소년층을 공략하기 위해 미키마우스를 비롯 도날드 덕, 톰과 제리 등 각종 만화 주인공들이 양 사장의 손에서 대나무로 다시 태어나 세계 시장 공략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으며 자신이 생산한 것 중 인기 있는 제품만을 엄선해 세트화 하고 있는 것도 눈 여겨 볼만 한 것 중 하나였다.

작품 제작 과정 전반을 보여준 웅 사장과 달리 매장의 전시된 작품만을 공개한 양 사장은 “수년전 동남아에서 온 이들이 제작 과정을 몰래 훔쳐가 아류작을 만들어 시장 질서를 문란케 한 적이 있었다”며 이해를 구했다.

平樂古鎭을 대표하는 쌍두마차격인 두 竹人들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담양을 대표하는 추월산, 담양호 등 수려한 자연과 면앙정가, 속미인곡, 사미인곡 등 주옥같은 선인들의 사상이 담긴 가사문학을 대나무로 표현했으면 하는 바람이 꿈이 아니기를 고대해 본다.

역사의 도시 平樂古鎭을 뒤로 하고 중국 정부에서 인정해 주고 있는 죽세공의 고장 청신현 中國竹藝城(대표 진운하)을 찾아갔다.

마을 어귀부터 주민들이 식재한 대나무 가로수가 밭에 심어진 무화과와 함께 대나무의 고장임을 직간접적으로 알리고 있다.

솟을 대문을 통과하자 각양각색의 대나무들이 식재되어 있어 작은 죽종장을 연상케 한다.

이곳에서는 연간 3700여 가지의 대나무 공예품이 생산되고 있는데 이중 100여 종이 각종 대회에서 수상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국제 규격인 ISO9001과 ISO14001 인증을 획득 할 정도로 대나무 공예의 글로벌 化를 추구하고 있는 전초기지임을 짐작케 한다.

특히 이곳은 한국은 물론 아프리카· 인도· 라오스·볼리비아·태국·케냐·필리핀·네팔·에콰도르·가나 등 전 세계 26개국의 대나무 공예에 관심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지난 2001년부터 매년 기술을 가르치는 곳으로도 유명하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주력 제품들은 마디가 긴 단죽을 베어 방부 처리 과정을 거쳐 입으로 불었을 때 실처럼 흩날릴 정도로 단단한 대나무가 부드러운 명주실처럼 바뀌어가는 과정을 보면 감탄을 연발 할 정도로 탄탄한 기술력으로 무장되어 있다.

이 곳 관계자는 “지난 93년 3만여평의 부지에 문을 열 때는 극히 초보적인 생활용품 위주로 생산했으나 설립자인 진운하 사장이 다른 대나무에 비해 마디가 1m20cm에 달할 정도로 유난히 긴 單竹을 적극 활용하면서부터 대나무 공예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곳에는 청나라 때 만든 오래된 작품을 비롯 대나무를 활용한 포장재, 과일 바구니, 대나무 부채, 핸드백, 모자, 옷 , 신발, 주방용품, 바구니 등 현대화된 대나무 작품과 대나무 뿌리를 이용한 죽각은 똑같은 제품이 없을 정도로 독창적인 작품들이 즐비하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특히 진운하 사장이 직접 제작한 공예품의 경우 100명의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이 잘 표현되어 95년 제5회 중국민간예술전 국가급 금상 수상 및 1997년 세계국제죽업박람회 금상을 수상하자 중국 문화부에서 ‘죽편 예술의 고향’으로 금메달을 시상 할 정도로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타 지역에서 생산되는 죽세공예품과의 차별성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리고 이곳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북송(北宋) 말 한림학사(翰林學士)였던 장택단(張擇端)이 중국 청명절의 도성 내외의 번화한 정경을 절묘하게 묘사한 淸明上河圖를 대나무로 재현한 것을 손꼽았다.

공장에서 둘째가면 서러워 할 10명의 대나무 공인이 10년 동안 매달려 총 4개의 작품을 완성했는데 일본인이 60만엔에 사간 것이 현재는 200만엔에 거래 될 정도로 가격이 폭등했으며 유일하게 남아있는 작품을 구입하고 싶다는 이들이 줄을 설 정도로 역대의 대작이자 중국 대나무 공예의 정수라는 것.

또한 최근에는 성모마리아, 이백, 주은래, 모택동, 모나리자 등도 대나무 공예의 주요 디자인으로 각광 받고 있고 대나무 조명, 대나무 인테리어에도 눈을 돌리는 등 중국 역사상 최초로 죽공예 기반을 구축, 세계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진운하 사장에 대해서도 칭찬의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녹아들어 살아 숨 쉬고 있는 대나무를 생활용품의 차원에서 탈피해 작품의 경지로 이끌어낸 역사적 사명감으로 가득찬 대나무 名人들이 있고 수많은 이들이 명인들을 거울삼아 전통을 이어 나감은 물론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켜 나가는 등 무한 발전하고 있는 중국 대나무 공예에서 담양 대나무 산업 부흥의 열쇠를 찾을 수 있다. /한 얼· 정종대 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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