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수입품과 플라스틱 대체상품의 범람으로 대나무 공예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竹鄕 담양의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한동안 대나무는 담양 군민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는 生金 밭으로 불리어 왔다. 언제든 필요할 때 바구니를 절고 참빗을 만들어 죽물시장에 내다 팔면 바로 현금화 할 수 있었던 담양 죽세공예가 제2의 부흥기를 찾아낼 수 있을지, 아니면 斜陽産業으로 밀려 영원히 도태될 것인지 기로에 서있다. 본지는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3박 4일 동안 숙련된 기술로 특이한 죽세공예품을 만들어 富를 축적하는 한편 마을 전체를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중국 성도시의 '대나무마을'을 찾아 담양 죽세공예산업의 미래를 조망 하고 전통 대나무 공예마을인 '平樂古鎭'과 청신현에 위치한 대나무 기업을 찾아 전통대나무공예 제작기술과 방법 등을 상세 취재, 기술 전수여부를 타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대나무를 활용하여 환경생태공원으로 탈바꿈시켜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는 대나무생태공원을 찾아 담양에 산재한 대나무밭의 관광자원화 가능성을 발굴코자 한다.(편집자 註)

1. 대나무는 담양발전의 성장 동력원이다.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비었는가. 저렇고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고산 윤선도는 늘 곁에 두고 사귀고 싶은 다섯 친구중 하나로 대나무를 꼽으며 그 덕을 이렇게 노래했다.

잔가지 없이 줄기가 곧게 뻗어 높이 자라며, 추운 겨울 눈 속에서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대나무의 씩씩한 기상과 늘씬한 모습은 뭇사람들의 호의를 살 만하다. 대나무는 한그루만 외톨이로 자라는 일이 없고 수십 수백그루씩 모여 숲을 이룬다.

대나무 숲에 들어서면 우선 눈이 후련해진다. 이리저리 가로 세로로 뒤얽혀있던 세상이 일순간 수직으로 정렬이 된다. 마음까지 가지런해지는 느낌이다. 게다가 눈앞에 보이는 것이 온통 초록 이니 대숲을 스친 바람에선 초록물이 묻어날 듯하다.

가느다란 가지에 온몸을 지탱하고 하늘 높이 솟아있자니 대나무 숲은 작은 바람에도 온 숲이 일렁인다. 까칠한 댓잎 부대끼는 소리가 쏴아- 하는 파도소리를 낸다.

나무만큼이나 키가 큰데다 이름 끝에 나무 자가 붙어 나무인 줄로 아는 이도 있지만 대나무는 벼과에 속한 여러해살이 풀이다.

대나무가 쉽게 숲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엄청난 성장속도와 번식력 때문이다. 땅을 뚫고 새로 나온 죽순은 45일이면 20~30m가 된다. 어떤 것은 하루에 1m가까이 자란다고도 한다.

破竹之勢니 雨後竹筍이니 하는 대나무 에 관련된 말도 많고 우리 주변에서 대나무로 만든 생활용품이 많아 대나무는 우리 민족과 꽤나 친근하다.

하지만 대나무는 원래 아열대식물이어서 사실 우리나라에서 대나무가 자라는 곳은 비교적 연평균 기온이 높은 충청 이남과 동해안으로 한정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담양은 기후가 따뜻하고 강수량이 적당해 대나무가 자라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 예부터 질 좋은 대나무의 고장으로 이름 높다.

대나무는 양손으로 쥐기 어려울 정도로 굵은 왕대나 맹종죽에서 부터 자잘한 조릿대, 시누대에 이르기까지 크기나 모양새가 다른 수십 종류가 있는데 어느 것이나 줄기가 곧게 자라고 표면이 매끄러우며 잘 휘어지고 또 세로로 가늘게 쪼갤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렇듯 가공하기 쉽고 튼튼한데다 모양도 번듯하니 옛사람들도 대나무를 이용해 여러 가지 생활 용품을 만들어 왔다. 광주리나 소쿠리 바구니 채반 조리 같은 부엌용품은 말할 것도 없고, 허접한 대빗자루에서부터 결 고운 참빗에 부채 죽부인등 온갖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벽이나 바닥 지붕 등 건축자재로까지 실로 그 쓰임새는 무궁무진했다.

이렇게 쓸모 많은 대나무 제품을 만들고 전국으로 공급하는 곳이 담양이었으니 담양의 죽제품시장은 한때 전국에서 제일 떠들썩한 재래전문시장이었다.

장날이면 군내 각지에서 만든 소쿠리 광주리를 이고 장터로 향하는 행렬이 줄을 이어 볼만한 구경거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플라스틱이 대나무의 자리를 차지하고 나서부터는 담양의 죽세공 산업도 맥이 빠지기 시작했다.

친환경 소재라는 이점을 내세워 그나마 소규모 가내공업으로 명맥을 유지 해오던 것도 근래에 무역자유화 바람을 타고 중국이나 동남아에 서 밀려들어온 싸구려 제품에 거의 제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대나무로 만든 그릇이나 부채 등을 만져보면 플라스틱에 서 느낄 수 없는 살아있는 생명의 숨결이 느껴진다. 솜씨 좋은 장인이 만든 죽세공품에서는 값싼 수입품에서 느낄 수 없는 기품이 느껴진다.

요즘은 죽세공품 장도 서지 않으며 집에서 대바구니를 만드는 곳도 몇 안 되지만 대나무가 사람에게 여러 가지로 이롭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그 쓰임새는 넓어지고 있다.

대나무를 잘라 빈 통에 쌀과 인삼 대추 등을 넣고 쪄낸 대통밥은 대나무의 은근한 향기와 영양이 밴 별미로 여행객들의 입맛을 돋운다. 갓 따낸 죽순을 삶아 양념과 함께 먹는 죽순 요리도 상큼 하다. 대나무 통에 천일염을 넣고 아홉 번 구워 만든 죽염은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있다.

요즘은 대나무 숯을 이용한 술이나 건강용품도 많이 개발 되고 있다.

굵은 대나무를 잘라 요리조리 가르고 엮는 손길은 멀어졌지만 서늘한 대숲의 추억은 새롭고 이국적이다.

담양은 '마을이 있으면 대나무가 있고, 대나무가 있으면 마을이 있다'던 옛 명성에 걸맞게 어디를 가나 대숲이 산을 이루고 있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대나무 골 담양에서도 제대로 된 대숲을 보려면 죽녹원이나 대나무골 테마공원에 가야 한다. 대부분의 대숲은 보호를 위해 출입이 통제되기 때문에 이곳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죽녹원이나 대나무골 테마공원의 대숲들은 이미 CF나 영화 등을 통해 눈에 익은 곳으로 대나무 산책로, 숲길, 죽림욕장 등이 잘 갖추어져 있다. 대숲 사이로 열린 산책로를 따라 대숲을 거닐다 보면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되거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담양군에서 19억원의 예산을 들여 조성한 대숲 '죽녹원(竹綠園)'은 밖에서 보면 작은 언덕 정도로 보이지만 들어가면 빽빽한 대나무 숲이다.

5만 평 넓이에 솜대, 왕대, 맹종죽 등이 자라고 있고 운수대통길(440ｍ)ㆍ샛길(100ｍ)ㆍ사랑이 변치 않는 길(460ｍ)ㆍ죽마고우길(150ｍ)ㆍ추억의 샛길(150ｍ)ㆍ성인산 오름길(150ｍ)ㆍ철학자의 길(360ｍ)ㆍ선비의 길(440ｍ) 등 8개의 테마 산책로와 생태전시관, 인공폭포 및 생태 연못, 야외무대 및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죽녹원 입구에 푸른 기둥으로 팽팽하게 솟아 올려져 있는 청살문을 지나 돌계단을 한 칸 한 칸 올라 안으로 들어서면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운수대통길'이 반긴다.

영화 '알 포인트' 촬영지에서 사진을 찍노라면 시원한 대숲 향기에 매료되어 정신이 알싸해진다. 구불구불하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절히 조화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초록의 생기가 몸으로 흠뻑 스며든다. 바람이 불자 대숲은 듣기 좋은 소리를 만들어 낸다.

촘촘한 대숲 사이를 걷다 보면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일반적으로 대숲의 온도는 바깥보다 4~7℃ 정도 낮다. 이것은 대나무가 다른 식물보다 산소배출량이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나무는 담양을 알리는 중요한 콘텐츠이자 웰빙 시대를 열어가는 담양 발전의 성장동력원으로서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담양 관광 1번지로 부상한 죽녹원은 사양길에 접어든 대나무 산업의 새로운 활로 개척 및 대나무 조림 확대로 대나무 고장의 옛 명성을 회복하는 전초기지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하지만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죽녹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나무 밭은 사정이 다르다. 해묵은 쓰레기가 대밭마다 가득하고 제대로 비배 관리가 되지 않아 부러진 대나무와 덩굴들이 엉켜 고개를 절로 돌리게 할 정도로 하는 대밭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으며 대밭에 투자하는 것은 거의 미친 사람 대접을 받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뿌리에서 잎까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무한한 경제 자원이자 지역의 부존자원인 대나무에 대한 주민들의 의식 전환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 다.
/한 얼· 정종대 記者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