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하이테크농공단지 꼬리 무는 의문들

(속보) 에코하이테크농공단지 조성사업이 중지된 지 6개월이 넘도록 이렇다 할 해결책도 마련하지 못한 채 허송세월을 보내면서 금쪽같은 군민의 세금은 한푼 두푼 이자로 빨려나가고 있다.(본지 231호 11월 5일자 보도)

상황이 이러한데도 시공사와 군은 법정소송과 계약해지라는 초 강수를 동원하면서 상호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급기야 이를 둘러싼 갖가지 의문들이 제기되면서 논란을 한층 가중시키고 있다.

군에서 설계변경 약속?

군과 시공사와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시공사가 발파 처리한 150,000㎥ 규모의 연암이 발주처의 승인 없이 이뤄진 불법공사인가 아니면 시공사의 주장처럼 군에서 설계변경을 약속하고 공사를 계속 추진하라는 요구에 의해 이뤄진 공사인가 하는 점이다.

이에대해 시공사인 도영건설 측은 지난 10월 4일 담양군을 상대로 법원에 제출한 ‘계약금지가처분신청’을 통해 담양군이 “설계변경을 하여 줄 테니 공사를 진행 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며 “신청인은 이 약속을 믿고 단지 내에 있는 연암 150,000㎥에 대해 발파작업 등 공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군은 시공사의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시공사에 설계변경을 해주겠다는 약속이나 선 시공을 하라는 지시가 없었다는 것이다. 시공사의 주장을 인정할만한 문서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시공사가 임의로 선 시공을 했다는 것이고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감리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군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시공사나 담양군,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고 이 부분에 대한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사태 해결의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당시 감리단장이었던 한국농촌공사 박 모 씨가 작성해 군 감사계에 제출한 경위서를 보면 합의하에 공사가 이뤄졌다는 시공사의 주장을 반박할만한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앞뒤 정황으로 미루어 이미 시공사와 군, 감리단 모두 설계변경을 전제로 원칙적인 합의하에 추진된 공사라는 것을 짐작케 할 뿐 이를 증명해 줄 문서나 증빙자료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감리단장 박씨는 이 과정을 비록 문서로 남기진 못했지만 구두와 유선을 통해 발주처인 군 담당자에게 수차례 보고했다는 말을 경위서에 남겼다.

기자는 취재도중 군에서 설계변경을 약속했다는 시공사의 주장을 뒷받침 할만한 문건 하나를 찾아냈다. 이 문서는 지난 4월 18일자로 작성돼 경제과장, 부군수, 군수의 결재까지 득한 것으로 에코하이테크농공단지의 연암처리에 관한 방안을 1안, 2안, 3안으로 수립해 그 중 2안이 채택된 것으로 수록되어 있다.

이 문서에 근거하면 최소한 지난 4월 18일까지는 도영건설의 주장처럼 군에서도 설계변경을 해 줄 계획아래 사업을 추진했으며 이를 위해 5월 4일자로 공사중지명령을 내린 것으로 판단된다.

결재까지 해놓고 징계?

군수가 결재한 이 문건을 근거로 추정할 때 당시까지는 설계변경을 통해 시공사인 도영건설에 연암처리를 맡길 계획이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부군수 부임과 함께 전면 재검토 지시가 내려지면서 급기야 관련 공무원들이 경질되고 설계변경을 추진했던 공무원들은 감사를 받고 징계를 당한다.

징계를 당한 공무원들 본인들조차 의아해하고 있는 이 상황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정작 징계를 당한 당사자들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공무원사회에서는 ‘희대의 코미디’로 치부하는 분위기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최고 결정권자인 군수가 승인해서 결재까지 한 사안을 한참 뒤에야 일을 잘 못 처리했다며 감사를 하고 징계까지 한 것은 뭔가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대변하듯 일각에서는 군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모든 잘못을 감리단장에게 돌리기로 하고 당시 설계변경 협의에 참여했던 관련공무원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시나리오가 제법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대해 주영찬 부군수는 기자에게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부군수로 부임하고 나서 관내 대형사업장인 에코하이테크농공단지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를 하는 과정에서 지난 4월 18일자로 결재된 ‘에코하이테크농공단지의 연암처리에 관한 방안’이 상당부분 모순이 있다고 판단했다. 통상적인 생각으로는 당연히 시공사에 설계변경을 해줘야 맞겠지만 국비를 지원받고 기채를 통해 조성되는 농공단지 사업이다 보니 관심을 갖고 다각적인 검토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느닷없이 시공사가 요구하는 것처럼 많은 액수의 사업비가 증액된다면 당장 언론에서부터 의혹을 갖고 덤벼들지 않겠느냐?. 즉각 군수에게 잘못된 점을 보고하고 방향전환을 건의했다. 당시 군수는 지난 4월 실무자들이 수립한 연암 처리 방안을 결재하면서 단지 전체사업비가 3억여원 증액된다는 사실만 염두에 두었지 세부적인 증감사항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으며 자세한 내용을 보고하자 크게 화를 냈었다.”

주 부군수는 이어 ”한점 의혹도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검토하는 과정에서 감리와 시공사의 잘못이 드러나게 된 것이고 시공사와 감리의 잘못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관련공무원들이 징계를 받은 것“이라고 해명하고 “당시 감리단장이나 감독공무원 모두 통상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풀리지 않는 의문

그러나 이같은 부군수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군의 주장처럼 시공사가 19억원에 달하는 불법시공을 했고 감리나 관련공무원들이 이를 묵인했다면 이는 엄연히 직무유기에 해당하고 중징계를 받아야 할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겨우 불문경고를 받는 경징계 처리가 됐다는 것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이와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퇴직공무원은 “공사도중 암반이 도출되고 설계변경을 요하는 상황이 도래했다면 규정상 즉시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고 협의에 들어가는 것이 순서인데 두 달이 넘도록 공사를 계속 진행했다는 것은 무언가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며 “에코하이테크농공단지 공사규모로 미루어 반드시 감사가 예상되는 사업인데 권한도 없는 하위직 공무원들이 이처럼 무모한 행위를 했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며 진행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업체 대표는 사견임을 전제로 “일반적으로 시공사가 감리나 발주처의 지시도 없이 불법 시공을 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힘든 일로써 이번 에코하이테크농공단지의 경우는 시공사가 뭔가 믿는 구석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 된다”며 “경험상 시공사는 가급적이면 감리나 발주처에 책잡힐 행위는 하지 않으려 하는데 이번 일은 시공사의 주장처럼 군에서 설계변경을 약속했을 개연성이 크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피력했다. /한명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