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관 봉착, 완공시기 1년 더 늦어질 듯
시공업체, 郡 상대로 소송제기

담양읍 삼만리 일원에 건립중인 에코하이테크 농공단지 조성공사를 둘러싸고 발주처인 군과 시공사인 도영건설 간의 의견충돌로 공사가 5개월 이상 중단되면서 당초 완공기일인 9월 28일을 훌쩍 넘긴 채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이 와중에 지난달 5일 시공사인 도영건설이 발주처인 담양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군은 시공업체와의 계약해지를 검토하는 등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소송 당사자인 도영건설은 “현장 사정이 계약당시 설계와 달라 설계변경을 요구했으나 발주처인 담양군이 이를 무시하고 법령으로도 할 수 없도록 되어있는 제3자와 공사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담양군과 제3자와의 공사계약이 이뤄질 경우 시공사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며 이를 중지시켜 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좀처럼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시공사와 발주처간의 분쟁을 둘러싸고 상호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한창 분주해야 할 공사장은 마치 추수 끝난 들판처럼 황량한 가운데 썰렁한 찬바람만 주위를 감돌고 있다.

시공사는 왜 소송을 제기했나?

소송을 제기한 도영건설에 따르면 당초 설계에는 지질이 토사 798,875㎥, 풍화암 558,482㎥, 연암 1643㎥로 되어 있었으나 공사도중 드러난 지질은 당초 설계와는 다르게 토사 824,674㎥, 풍화암 159,803㎥, 연암 356,557㎥로 발파와 재처리를 요하는 연암 암반층이 대거 발견되었다는 것.

이에따라 도영건설은 발주처인 담양군에 설계변경을 요구했고 군은 설계변경을 해 줄테니 공사를 계속 진행 해 달라고 요청, 도영건설은 단지 내에 있는 연암 중 약 150,000㎥에 대한 발파작업을 마치고 그 중 65,771㎥는 성토용으로 사용했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4일 군으로부터 설계변경을 위한 공사중지 명령이 하달되면서 공사를 중지했으나 군은 약속했던 설계변경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급기야는 발파와 성토용으로 사용된 일부 연암에 대해서만 설계변경을 신청할 것을 요구하고 나머지 연암의 발파와 반출에 대하여는 타 업체에 분할 발주하겠다는 의사를 통고했다.

이같은 군의 통고에 도영건설은 군이 단지 내에 남아있는 나머지 연암의 발파 및 반출에 대한 계약을 제3자와 체결할 의도로 위 부분에 대한 설계변경을 해주지 않으려 하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77조(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계약담당자는 행정자치부 장관이 정하는 동일구조물 공사 및 단일공사로서 설계서 등에 의하여 전체 사업내용이 확정된 공사는 이를 시기적으로 분할하거나 공사량을 분할하여 계약할 수 없다)에 의거 분할계약이 금지된 공사에 해당한다는 이유를 들어 법원에 ‘계약금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했다.

약속(?)을 깨고 돌변한 군의 태도

당초 설계변경을 해주겠다던 군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한 것은 무슨 이유일까?

관계자들의 증언을 들어보자. 사태의 발단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3월, 현장에서 대규모 연암 암반층이 발견되면서부터.

연암이 1643㎥로 되어있는 최초 설계와는 달리 200배가 훨씬 넘는 대규모 연암층(356,557㎥)이 발견되자 시공사인 도영건설과 발주처인 군, 그리고 감리를 맡은 농촌공사 관계자들이 한데 모여 이 문제를 놓고 처리 방법을 논의했다.

논의의 핵심은 수십억원대에 달하는 연암 처리비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모아졌다. 일반 토공처리가 가능한 풍화암은 처리비용이 ㎥당 1700원인데 비해 지질이 단단한 연암은 처리비용이 무려 5배가 넘는 ㎥당 8800원이 소요되는데다 처리과정 또한 복잡하기 때문에 대충 처리할 수도 없는 심각한 상황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에 이르자 당시 감리단장은 사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해 줄일 수 있는 사업비는 최대한 줄여서 연암 처리비용으로 대체한다는 것을 전제로 불요불급한 사업으로 판단한 보강토 옹벽공사(사업비 10억원) 등 8개 부문 사업비에서 17억 5천만원을 줄이고 낙찰차액에서 3억3700만원을 증액시키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설계변경안을 만들었다.

감리단장을 중심으로 시공사인 도영건설과 발주처인 군 이렇게 3자는 한 달 여에 걸친 협의 끝에 발파암 반출시 상차비용에 대한 최종 협의만 남겨둔 채 새로 변경될 설계안을 토대로 공사를 재개하면서 연암에 대한 발파와 처리작업을 진행하게 됐고 군은 설계변경을 위해 지난 5월 4일 공사중지명령을 내렸다.

공사가 중지되고 3자간에 설계변경을 위한 논의가 계속 진행됐으나 발파암 재처리를 위한 상차비용을 놓고 ㎥당 2500원을 요구하는 시공사 측과 ㎥당 1500원을 주장하는 군과의 입장 차이로 쉽사리 결말을 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7월 말 경 담당자들이 새로 부임한 부군수에게 에코하이테크농공단지 조성사업 전반에 대한 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현재 진행 중인 사안들이 거론됐고 부군수는 연암처리비용 대비 원석 매매가격(㎥당 1000원)이 너무 싸 경제논리에 맞지 않다며 재검토를 지시했고 며칠 후인 8월 4일 실무 담당과 과장이 경질되면서 군의 태도가 돌변하게 된다.

새로 업무를 맡은 담당은 에코하이테크농공단지 최초 설계 시 설계 감독을 맡았던 김 모 담당. 김 담당은 연암처리비용 대비 원석 매매가가 경제논리에 맞지 않다는 부군수의 지적에 대해 관내 6개 골재업체를 대상으로 원석 매입에 대한 의향조사를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동일산업을 비롯한 3개 업체로부터 다소 파격적인 제안을 받게 된다.

이 업체들은 발파비용을 포함한 모든 처리비용을 자신들이 부담하고 그 대가로 무상으로 원석을 가져가겠다는 의사를 표명했고 만만찮은 발파와 처리비용에 고심하던 군으로서는 마치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솔깃한 제안으로 받아들여졌다.

이같은 제안을 접한 군은 시공사인 도영건설에 연암 처리에 대한 공사를 이들 업체에 부분 발주하겠다는 의사를 통고했고 도영건설은 이에 반발, 법원에 ‘계약금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하게 된다.

시공사인 도영건설 입장에서는 이 공사는 절대 놓칠 수 없는 황금알과 같은 존재.

연암처리비용을 설계단가로 치면 무려 45억원이 넘는 공사비가 증액되고 업체로서는 최소 3분의 1 이상의 이윤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결코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게 한다.

그러나 군의 입장에서는 동일산업 등 골재업체의 제안을 수용하면 별도의 사업비 증액 없이 당초 설계대로 공사를 추진할 수 있는데 굳이 사업비를 더 들여가면서 설계변경을 해 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최초설계 시 연암규모 정말 몰랐나?

이처럼 군의 태도가 돌변하자 그 배경을 둘러싸고 갖가지 억측도 난무하고 있다. 그 중 첫째는 최초 설계 시 이미 대규모 연암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사업비 증액을 피하기 위해 규모를 축소해 설계한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는 것.

당시 설계 감독이었던 김 모 담당이 최초 설계 시 연암 규모를 축소해 줄 것을 설계자에게 요구했고 발주처의 요구를 묵살할 수가 없는 설계자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이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는 그럴싸한 이야기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또 다른 이야기도 덧붙여졌다. 당초 지질조사에서 발견된 대규모의 연암 처리비용을 설계에 반영할 경우 총사업비에서 40억원 이상이 증액되고 이 금액을 반영할 경우 사업비가 200억원을 상회하게 되어 중앙정부 심의를 통과해야 하는데 중앙정부 심의를 피하기 위해 고의로 연암 규모를 축소해 설계했다는 것으로 당시 설계자와 설계 감독이 직무유기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취재결과 이같은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최초 설계를 담당했던 한국농촌공사 전남본부 김 모 과장은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증언했다, “설계를 위한 지질조사 단계에서 3군데 천공을 했는데 그 중 한곳에서 암반층이 발견됐다.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암 측정을 한 결과 최초 설계에 기록된 내용으로 판정이 나왔고 이를 그대로 설계에 반영시켰다. 암반의 경우 지하에 존재하기 때문에 세밀한 측정이 어려워 시공 전에 암질 측정을 당부하는 부기를 설계에 남겼다.”

에코하이테크 농공단지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경제과 김 모 담당도 이같은 소문에 대해 “말도 안되는 억측”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김 담당은 “총 사업비가 200억원을 넘게 되면 중앙정부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사실이고 이를 피하기 위해 사업비를 축소했다는 내용은 일부 인정하지만 축소 대상이 연암처리비용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또 “당초에 설계를 하다보니 총 사업비가 210억원 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렇지만 이미 분양가 대비 총 사업비를 187억원 규모로 잠정 결정해놓은 상황에서 사업비를 줄여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고 이에따라 공원, 놀이시설, 잔디구장 등 일부 부대시설을 불가피하게 축소 내지는 삭제하게 된 것이지 연암 규모를 줄인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시공사의 소송에 대한 군의 대응

시공사인 도영건설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 전인 9월 13일, 실무부서인 경제과에서는 재무과로 시공사인 도영건설과 감리용역을 맡고 있는 한국농촌공사 담양지사가 계약을 위반했으니 조치해달라는 내용의 내부공문을 발송한다.

시공사인 도영건설은 당초 계약금액의 20%를 초과하는 19억원에 대한 공사를 발주처의 승인 없이 시공했으며 이는 행정자치부 예규 제195호 지방자치단체공사 계약일반조건 제19조(설계변경 등)와 51조(계약상대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를 위반했다는 내용이고 감리를 맡고 있는 한국농촌공사 담양지사는 이같은 사실을 알고도 발주처에 실정보고를 하지 않는 등 책임감리용역을 소홀히 해 공사비를 과다 증액케 한 점은 지방자치단체 기술용역계약일반조건 제29조를 위반했다는 것으로 사실상 시공사 및 감리회사와의 계약을 해지 해달라는 요청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경제과의 계약해지 움직임을 간파한 도영건설은 법원에 ‘계약금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하게 되고 계약부서인 재무과는 소송이 진행 중인만큼 결과를 지켜본 뒤 결과에 따라 계약해지 등 사후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통고했다. 만약 시공사가 승소할 경우 계약해지를 할 수가 없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경제과의 입장은 단호하다. 도영건설이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77조’를 근거로 분할계약이 금지된 공사라고 주장하지만 같은 조 단서 2, 3항(2. 공사의 성질이나 규모 등에 비추어 분할시공함이 효율적인 공사 3. 하자책임 구분이 용이하고 공정관리에 지장이 없는 공사로서 분리시공함이 효율적이라고 인정되는 공사)에 따르면 작업의 일부를 분할해 제3자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데도 도영건설이 자사의 이윤 추구를 위해 억지 주장을 펴고 있으므로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도영건설과 사업 전반에 관한 계약을 해지하고 긴급 입찰을 통해 시공사를 다시 선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이와함께 경제과는 발주처의 승인 없이 임의로 발파한 연암 150,000㎥ 중 성토로 유용한 65,771㎥에 대하여는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비를 지급하겠지만 유용하고 남은 연암 84,229㎥에 대해서는 공사비를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모두가 손해 보는 싸움

군과 시공사 모두 강경 입장을 고수하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월 28일자로 예정된 에코하이테크 농공단지 조성공사는 이미 완공기일을 훌쩍 넘긴 채 표류 하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금쯤이면 모든 공사가 마무리되고 입주업체에 대한 분양도 마무리 되어야 할 시점이지만 뜻하지 않은 암초에 부딪치면서 완공기일조차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지난 5월 4일 공사가 중지되고 이어진 소송과 향후 이어질 분쟁 등을 고려하면 에코하이테크 농공단지 조성공사는 빨라야 내년 말 경에나 완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예정보다 무려 1년 3개월이 더 걸리는 셈이다. 이를 두고 현장에서는 공사하기에 좋은 계절을 다툼으로 다 보내고 추운 한겨울에 공사를 하려고 하느냐는 불만이 팽배하다.

시공사의 입장에서야 막대한 이윤을 낳는 연암처리 공사를 포기하기에는 아쉬움이 너무 크고 군의 입장에서는 단 한 푼의 사업비라도 아껴서 입주업체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확고부동한 원칙 속에 팽팽한 대립을 하다보니 소송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이 동원되고 급기야 시공사와 계약해지 검토라는 다소 감정적인 대립 상황을 몰고 왔다.

극단적인 상황에 이를 경우 법정다툼이 지속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고 이쯤되면 사태는 악화일로를 거듭하면서 공기는 한없이 길어지게 될 것 또한 뻔한 일이다.

이럴 경우 과연 누가 이득을 보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모두가 피해를 입을 뿐이다. 지금 시공사와 군은 서로의 입장차만 들어낸 채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을 뿐 여기에서 파생될 다른 문제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완공 기일이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에코하이테크 농공단지에 입주를 원했던 기업들 중 일부는 계획을 바꿔 다른 곳으로 입주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실제로 최근에 현장을 찾은 모 업체 대표는 썰렁한 현장을 둘러보고는 “언제 공사가 끝날지도 모를 이곳에 미련을 두기보다는 일찌감치 다른 곳으로 옮겨야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갔다고 한다.

비록 말은 없었다 하더라도 담양군의 이미지와 신뢰는 이미 땅바닥에 떨어진 셈이다. 공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같은 업체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그만큼 군의 이미지 또한 추락하게 될 것이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완공 후에도 분양에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군은 이 사업을 위해 120억원에 달하는 장기채를 신청해 그중 40억원을 이미 지출했다. 공기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분양도 늦어지고 그만큼 기채 상환이 늦어지게 된다. 기채상환이 늦어지면 자연히 이에 대한 이자부담(연리 4%)도 늘어나게 될 것이고 전액 군비에서 지급되는 이자부담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감리용역을 맡고 있는 한국농촌공사 담양지사의 입장도 다를 바 없다. 1억5천만원도 안되는 용역비를 받고 공사를 2년 넘게 끌어버리면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라는 것.

또 현장에서 직접 공사를 하고 있는 하도급업체도 피해가 많다고 하소연 한다. 공사는 중지됐지만 현장까지 철수할 수는 없어 필수 인원만 현장에 배치시키고 있는데도 소용되는 관리비가 만만치 않다며 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될 것은 뻔하다는 것이다. 이 경우는 시공사 입장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이렇듯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하루속히 해결방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지만 워낙 막대한 이윤이 걸려있는 공사인 만큼 시공사로서는 선뜻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굳이 추가 사업비를 들이지 않고도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할 방법을 찾아낸 군도 결단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어서 어느 한쪽이 양보를 하지 않는 한 이 싸움은 기약 없는 장기전으로 돌입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명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