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강연'은 "좋은 사람이 좋은 세상을 만듭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한국인간개발연구원(KHDI)의 조찬강연을 지상중계하는 코너입니다. KHDI가 지난 32년 동안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1509회(금주 기준)나 진행해 온 조찬강연은 국내 최다 회수를 기록하며 최고 권위의 강연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2일 롯데호텔 2층 에메랄드룸에서 고종완 RE멤버스 대표가 ‘부동산 불확실성 시대의 과학적 투자 해법’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이 기사가 독자들의 교양 쌓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편집자주)

“무리해서 대출을 해서라도 내 집을 마련하는 것만이 투자의 전부인 양 여겨지는 한국의 단선적인 투자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지난번 조찬강연에서 ‘국내 최고의 주식 투자 전문가’(장만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로 알려진 강창희 미래에셋자산운용 투자연구소장이 했던 말이다. 당시 강 소장은 “선진국인 일본과 미국에서도 ‘부동산 불패’의 신화가 깨졌다”면서 그렇게 강조한 바 있다. 부동산 투자에는 일정하게 투기적 성격이 있다는 비판적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대변한 셈이다. 그러나 ‘국내 최고의 부동산 투자 전문가’(정용근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로 불리는 고종완 RE멤버스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국내 부동산 시장의 투기나 버블 현상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사정이 전혀 다르다. 예컨대 국민소득이 1천 달러에 불과한 필리핀의 마닐라에 있는 주거용 오피스텔의 평당 가격이 한국 돈으로 환산해서 7~8백만원이다.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 육박하는 서울 강남의 선릉에 위치한 주거용 오피스텔 가격과 똑 같다.

IMF 외환위기 이후 5년 동안 국내 부동산 가격의 연평균 상승률은 3%에 불과한데, 물가 상승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강남 지역은 8%로 약간 높은 편이지만, 같은 아시아 국가인 홍콩(16%)이나 인도(18%)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것이 사실이다. 반면에 일본 도쿄 아카사카(8~10억원)와 강남 테헤란로(1억2~3천억원)의 상업용지 평당 가격 차이는 엄청나다.”

국내 부동산 시장만 보면 ‘세븐 버블’이 문제이지만 글로벌 스탠더드로 보면 ‘역 버블’이 더 문제라는 것이 고 대표의 주장이다. 다시 말해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존재하고 있으며, 따라서 합리적 부동산 투자는 정당하다는 반론인 셈이다. 실제로 고 대표는 청중들에게 제일 먼저 부동산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버릴 것을 주문했다.

“흔히 집을 갖지 못한 이유를 돈이 없어서, 혹은 운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그런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번 부동산 부자들은 단지 운이 좋았거나 한때 투기를 잘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지난 5~6년간 대학 강단에서 혹은 부동산투자의 현장에서 이론과 실무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부자와 빈자의 자산축적 과정, 투자비법을 연구한 결과 내린 결론은 결코 ‘운이나 한탕주의적 투기’가 영원한 부자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부동산 부자들의 재테크, 재산형성 과정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그들은 대부분 나름대로의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과학적 투자기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묻지 마 투자’와 ‘과학적 투자’는 구분돼야 한다.”

그러면서 고 대표는 하나의 상징적인 사례를 소개했다. 국내 부동산 가격이 지난 2001년부터 꾸준히 상승해 오다가 2006년 말부터 꺾이기 시작했는데, 하필이면 바로 그 시점에 집중적으로 부동산 매입을 했던 ‘어리석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바닥’에서 샀다가 ‘꼭지’에서 팔려고 했다가 낭패만 본 그들은 누구였을까?

“그들의 직업군을 조사해 보니, 놀랍게도 대기업 임직원, 공무원, 금융인, 언론인 등 엘리트층이었다. 가장 바닥에서 샀다가 꼭지에서 판다는 것은 부동산 투자 이론으로는 이상적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떤 전문가도 도달할 수 없는 불가능의 영역이다. 엘리트의 완벽주의가 도리어 실기(失期)만 거듭하다가 ‘막차’를 타게 만들었던 것이다. ‘먹물’이 움직이면 ‘끝물’이라는 말도 그래서 생겼다. 이처럼 부동산 투자의 현장에서는 희비쌍곡선이 교차하기 마련이다.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자 아파트 가격이 40~50% 가량 폭락했다. 이 시기를 견디지 못하고 아파트를 팔아버린 사람들은 굉장한 손해를 봤다. 그러나 가격이 충분히 떨어진 2000년부터 매수한 사람은 5~6년이 지난 뒤 큰 투자 이익을 남겼다.”

고 대표는 부동산 투자에 실패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탕을 노리는 사람들이라는 역설적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실제로 한탕을 노리는 사람은 장타(長打)를 날려야 할 곳에서 단타(短打)를 치곤 한다. 물론 이렇게 단기전매를 일삼던 사람들은 참여정부의 규제정책에 노출되고 말았다. 한편 이날 고 대표는 많은 부동산 정보를 제공했지만 ‘오프 더 레코드’를 걸었다. 그의 ‘과학적 부동산 투자 10계명’을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하나, 돈이 있어야 돈을 번다는 편견을 버려라. 둘, 먹고살기 바쁘다는 핑계는 망하는 지름길이다. 셋, 무조건 오른다, 오를 만큼 올랐다는 주관적 판단은 수익률 극대화의 최대 적군이다. 넷,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된 부동산에 집중 투자하라. 다섯, 희소가치 없는 부동산 투자는 자살골이다. 여섯, 10년 후엔 미래가치 있는 부동산이 대박상품이다. 일곱, 소수?차별화 전략으로 승부를 걸어라. 여덟, 부동산 사이클을 잘만 이용하면 1억이 10억 된다. 아홉, 강남은 10년 가고, 강북은 이제부터 뜬다. 열, 정책변화, 경기변동, 트렌드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주기적으로 재조정하라.”

여의도통신=정지환 기자 ssal@ytongsin.com

고종완 대표의 이력서

▲ 부산대 법대 졸업
▲ 숭실대 노사관계대학원 졸업
▲ 건국대 행정대학원 부동산학과 졸업
▲ 삼성그룹, LG그룹 근무, 한국통신 부장
▲ 건설교통부 정책자문위원
▲ 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 겸 균형발전위원
▲ 고려대 공학대학원 겸임교수
▲ GS건설 자문위원
▲ 한국부동산 경매사업회 부회장
▲ 건국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 (주)고고에셋 대표
수상: 헤럴드경제 2005 CEO경영대상 ‘부동산 투자자문’ 부문 대상, 한국경제TV 2006 부동산전문가 부문 1위 선정
저서: <부동산학개론> <차별화된 부동산> <부동산 투자는 과학이다>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