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민간단체에서 세계 신(新) 7대 불가사의를 선정했다.
▲중국의 만리장성 ▲페루의 잉카 유적지 마추픽추
▲브라질의 거대 예수상 ▲멕시코 치첸이차의 마야 유적지
▲로마의 콜로세움 ▲인도의 타지마할 ▲요르단의 고대도시 페트라 등이다.

우리나라에는 왜 없냐? 그것 때문에 섭섭하신 분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꼽아봤다. 대한민국 정치 불가사의로 말이다. 정말 많다.

어떤 정치인의 경우, 혼자서 불가사의를 3개 만든 분도 있다. 경제를 심각할 정도로 모르는 정치인이었던 그 분의 3대 불가사의는 이거다. '서울대에 들어간 것, 서울대를 다닌 것, 서울대를 졸업한 것' 이것이었다. 이 분은 IMF 즉 국제통화기금의 구제요청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에 국제통화기금을 국제통화요금으로 듣고는 '1분에 얼만데?'라고 물었다가 망신을 산 적이 있다.


우리 정치 7대 불가사의를 짚어보자.

1. 일본하면 이를 간다. 1등은 친일 정치인

정말이다. 우리는 일본 가요 조차 '왜색이 짙다', '듣는 것만으로도 한민족의 자존심을 버린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역대 대통령 중에 누가 제일 훌륭한 업적을 남겼느냐'라고 했을 때, 일본군 장교라는 이력이 있는 분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로부터 꼽힌다. 그 뿐인가. 태평양전쟁 부역과 무기 헌납을 강요했던 신문은 과거사 변변한 사과 한 번 안 하고 지금도 자타가 공인하는 1등 신문의 자리에 올라있다. 배경은 무엇일까?


2. ‘처음 사랑 끝까지’ 지역주의

박정희 정권 시대에 변변치 않은 배경을 가진 한 정치인이 국회 높은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이유는 지역감정 부추김. 그가 했던 말만 모아보자.

"박정희 대통령을 뽑아 신라 천 년만의 임금으로 모시자", "경상도 대통령을 뽑지 않으면, 우리 영남인은 개밥에 도토리 신세가 된다", "우리 지역이 단합하여 몰표로 밀어주지 않으면, 저편에서 쏟아져 나올 상대방의 몰표를 당해낼 수 없다", 뭐 이런 것이다.

이를 기점으로 대한민국은 동서로 확 갈렸다. 지금까지 동쪽의 명맥을 이었던 정당은 공화당,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이다. 서쪽의 명맥은 신민당, 평민당, 새정치국민회의, 민주당이 그랬다. 가끔 충청도당으로는 자민련, 국민중심당 이런 당이 있었다.

껌 하나도 그 지역에 연고를 둔 기업 제품이 광주 따로 부산 따로 집중적으로 팔리듯, 특정 정당에 대한 맹렬한 지지는 지역색 그 자체이다. 간판이 바뀌어도 상관없다. 처음 사랑 끝까지다. 놀랍다. 그 비결이.


3. 8할이 노동자, 노조는 싫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4800만 가운데 2000만이 노동자이다. 그중 850만이 비정규 노동자다. 2000만이면 4800만의 절반 조금 못 되는 수치이다. 결국 한 집에 1～2명 꼴로 노동자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노동조합은 2000만 노동자의 가장 확실한 버팀목이 돼야 한다.

그러나 파업만 하면, 농성만 하면 욕먹는다. 특히 대기업 고임금 노동자들은 거의 밥이 된다. 심지어 KTX 여승무원들조차 남자 누리꾼들 악플에 시달린다. 본인 아니면 가족 누구라도 회사에 잘릴 수 있고, 임금이 오르지 않아 고민할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은 왜 노동조합을 욕할까? 납득하기 어렵다.


4. 기업인 면죄부 ‘국민 화합’

한국의 기업인들 중 형기 마치고 나온 사람 많지 않다. 성탄절, 석탄일, 삼일절, 광복절 이런 때에 반드시 풀려난다. '국민 화합'의 이름으로.

물론 교도소에서 이들이 나온다고 국민 화합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 국민 화합이 마음에 안 들면 이런 명분이 있다. '경제 살리기'를 위한다는 것이다. 기업 활동이 위축된다, 해외 시장에서 추격하는 후발업체에게 추월 당한다는 둥.

하여튼 작문 점수 만점급이다. 명실공히 대기업인데, 총수 하나 없어졌다고 회사가 망한 데서야 어찌 건강한 기업이겠나. 기업인들의 형사 책임을 덮기 위한 좋은 구실, '국민 화합', '경제 살리기', 외국인들은 불가사의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5. 동지와 적이 5년마다 바뀐다

이인제 의원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예를 들자. 1988년 이인제 의원은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의 스카우트로 정치에 입문해 국회의원 배지를 단다. 이미 적의 참모였던 것이다. 그러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이인제 당시 경기도지사는 대선 출마 선언을 한다. 김대중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자기뿐이라며 말이다. 라이벌이 된 것이다.

그 해 여름, 그러나 당내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졌다. 그리고 그 해 가을 한나라당을 탈당해 대선 후보가 된다. 결국 어부지리로 김대중 후보를 당선시켰다. 트로이의 목마였다. 그러다 이인제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당인 민주당에 입당한다. 동지가 된다.

그러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탈당한다. 그리고 자민련으로 건너가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다. 이때 다시 적이 된다. 그러다 2007년 통합민주당에 재입당한다. 또 동지가 된다. 적의 참모, 라이벌, 대선 조력자, 동지, 적, 동지, 거의 5년에 한 번 꼴이다. 그래도 모든 게 용납되는 우리나라, 정말 대단하지 않나?


6. 죽기 전엔 아무도 은퇴 안 해

정계 은퇴한다는 말을 하는 정치인들이 은퇴를 한 사례가 없다. 어디서 군인하다가 정치한 사람 말고, 정치로만 밥 먹고 살아온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을 보라. '현실 정치에서 손뗐다', '존경받는 원로로 놓아달라' 뭐 이런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노무현 대통령이 차라리 진실 돼 보인다. 그렇지 않나? 이 분은 자신이 정계에서 은퇴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7. '고발하겠다'는 말에 아무도 걱정 안 해

정치어 사전을 곧 편찬할 예정이다. '고발하겠다'라는 말 같은 경우, '극도로 화가 난 상태를 뜻함. 그러나 쟁송할 의지와는 무관함' 이렇게 정의하는 사전을 말이다.

정치인들이 고발해서 대법원까지 가는 경우 극히 드물다. 어제 오늘 보라. 한나라당 안에서 검찰 고발 취하하라는 읍소가 터져 나오고 있다. 앞으로 검찰은 정치인들로부터 고발장 받을 때, 보증금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본다. /김용민(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