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2002년 대선 당시 여론 추이를 복기해 보자.

노무현 후보는 2002년 민주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른바 ‘노풍’을 일으키며 당시 민주당 후보로 확정적이던 이인제 후보를 누르고 승리를 거뒀다. 그 당시 대세론을 만들었던 이회창 후보는 고급빌라 파문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있었다. ‘뜨는 노무현’과 ‘지는 이회창’이 교차하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노풍은 김대중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가 불거지면서 주저앉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월드컵 4강 신화가 실현됐고, 월드컵당(?)의 정몽준 후보가 역시 ‘정풍’을 일으키면서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하늘을 찌를 듯하던 정풍의 상승세도 그렇게 오래 가지는 못했다. 정풍이 주춤하면서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 논의가 활발히 이뤄졌으며, 결국 11월 25일 극적인 후보단일화 성사 이후 노무현 후보가 정몽준 후보 지지층을 흡수하면서 투표 당일까지 지속적으로 우위를 지켰다.(표 참조)





■ 시사점 1 : 대선 판도, 속단하기에는 일러

2002년 대선에선 8개월 동안 무려 4번이나 순위가 뒤바뀌었다. 그해 3월, 노풍이 불기 전까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굳건한 대세론 속에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1위를 차지했다. 이렇듯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손쉽게 승리할 것 같았던 2002년 대선은 3월, 7월, 9월, 11월 등 4차례에 걸쳐 순위가 뒤바뀌었으며, 결국 노무현 후보가 ‘최후의 승리자’가 되면서 끝났다.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도에는 거품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한나라당 후보 중 이른바 ‘빅 2’로 불리는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을 합치면 66.1%에 달하고 있다(동아일보-KRC 조사결과: 이명박 43.4%, 박근혜 22.7%). 그러나 경선에서 승리해 후보로 최종 확정된 사람이 두 후보의 단순 합계에 의한 지지율을 그대로 가져가기는 힘들며, 일정한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 상황을 종합할 때 50% 수준의 지지율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역동적인 여론 흐름의 여부는 비한나라당 진영의 노력에 달려 있다. 역대 선거결과 (대선, 총선 등)를 분석해 보면 한국에서의 선거는 기본적으로 ‘한나라당 vs 비한나라당’이라는 대립구도를 보이고 있다. 이 중 한나라당 지지층은 거의 변하지 않는 ‘상수’이며, 비한나라당 지지층이 분열 또는 통합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양상이다. 한나라당 지지층 규모는 최대 47%, 비한나라당 지지층 규모는 50.8% 수준이다. 현재 한나라당 후보들의 높은 지지율은 비한나라당 진영의 부진 속에 이른바 ‘비한나라당 경향 부동층’ (15.9% 수준)까지 흡수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비한나라당 진영이 통합(이른바 대통합 정당이든 후보단일화 형태이든)을 이루고, 한나라당 후보에 맞서 한나라당 vs 비한나라당 구도를 형성할 경우 이번 대선 역시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이렇게 볼 때 한나라당은 대세론에 안주하기보다 비한나라당 진영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경선 과정 및 경선 이후의 후유증을 최소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비한나라당 진영은 남은 기간 동안 정당 대통합 또는 후보단일화에 주력해 1대 1 대결구도를 창출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시사점 2 : 후보 자질, 이번에도 중요할 듯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는 고급빌라 파문과 아들들 병역비리 의혹 등 도덕적 자질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 큰 패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해 3월의 고급빌라 파문은 노풍이 일어날 수 있는 자양분 역할을 했으며, 아들들 병역비리 의혹은 선거 끝까지 이회창 후보를 괴롭혔다.

2007년 대선 역시 ‘후보의 자질’은 중요한 투표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치러지고 있는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서 최고의 이슈는 ‘후보자 자질 검증’이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는 ‘검증’을 무기로 대역전을 이루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러한 검증은 당내 경선뿐만 아니라 향후 본선에서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최근 동아일보-KRC 여론조사결과에서도 국민들은 후보의 자질이 가장 중요한 투표기준이라고 응답하고 있다(6월 1일 발표). “올 12월 치러질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하실 때, 다음 중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63.2%의 국민이 ‘후보의 자질’이라고 응답했으며, 다음으로 ‘정책 및 공약’(29.6%), ‘소속 정당’(4.2%) 등의 항목을 선택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여론조사 지지도에서 앞서고 있는 이명박 전 시장은 자신을 향한 각종 의혹들에 대해 명쾌하고 단호한 해명을 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비한나라당 진영 후보들의 경우 ‘친노 vs 비노’ 라는 구도 속에 대립과 반목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는데, 시급히 이러한 부정적 측면을 탈피하고 긍정적 모습을 부각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시사점 3 : 대통령 선거는 후보중심 선거

한국 대선은 철저히 후보자 중심으로 치러지는 선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총선이나 지자체 선거에 비해 대선은 더욱 철저히 후보중심의 선거양상을 띠어 왔다. 반면 총선이나 지자체 선거는 정당중심 선거로서 정당지지도가 거의 당락을 판가름 지었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에도 한나라당은 정당지지도 면에서 민주당에 줄곧 우위를 나타냈지만, 후보지지도 측면에서는 등락을 거듭했다. 한나라당 정당지지도는 30%, 민주당 정당지지도는 18~25% 수준이었다.

정당 지지기반이 전혀 없던 정몽준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주요 후보 반열에 올라선 것도 한국 대선이 철저하게 정당중심보다 후보중심으로 치러져 왔음을 반증한다. 또한 정당통합 없이 후보단일화를 통해 비한나라당 진영 대선후보를 결정짓고, 이렇게 결정된 후보가 단일화 상대 후보의 지지층을 흡수한 것도 마찬가지 예라고 할 수 있다.

후보중심 선거의 특징은 한나라당과 비한나라당 진영 모두 유의해야 할 것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전 시장의 지지기반은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기반과 다른 측면이 많다. 이명박 전 시장은 전 연령층, 전 직업군, 전 지역에 걸쳐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특히 이 전 시장은 호남지역에서도 29.7%의 지지를 얻고 있으며, 열린우리당 지지층에서도 31.9%를 얻는 등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을 뛰어넘고 있다.

이에 대해 비한나라당 진영이 단순히 ‘거품’으로 진단하고 온전히 ‘돌아오는 표’로 규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자의적 해석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후보중심의 선거로 치러지는 한국 대선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이명박 전 시장이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을 뛰어넘고, 이를 득표로 이어갈 수 있는 여지 역시 충분히 존재하다는 것이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 및 참여정부 실정에 대한 비판을 주요 선거전략으로 삼고 있는 한나라당의 경우 향후 비한나라당 진영 후보가 확정된 이후에도 이러한 전략을 유지할 경우 큰 효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후보중심의 선거에서 개별 후보는 필요에 따라 자신이 속한 정당 또는 기존 정부와의 차별화를 이룰 수 있으며, 차별화를 통해 충분히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도 김대중 정부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딛고 승리를 얻을 수 있었다. 얼마 전 끝난 프랑스 대선 역시 사르코지 당선자가 시라크 정부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차별화를 통해 승리를 거뒀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나라당 및 한나라당 후보들이 참여정부의 실정에 기댄 선거전략을 지속할 경우 매우 불안한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또한 비한나라당 진영은 노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에 좌절하거나 머뭇거리기보다 자신감을 갖고 유권자들에게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설득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참여정부 평가포럼’이 노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지속되는 와중에도 선거 끝까지 참여정부를 옹호하는 것은 비한나라당 진영 후보의 득표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 시사점 4 : 여론조사에 ‘숨은 표’, 여전할 듯

지난 2002년 대선결과를 돌아보면 여론조사상에 나타나는 지지도와 실 득표율과는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차이에는 선거일 직전의 정몽준 후보의 지지철회 발표, 여론조사에서 지지후보를 밝히지 않았던 부동층의 투표 등이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40대 이상 연령층의 높은 투표율과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30대 이하 연령층의 낮은 투표율의 차이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2007년 대선에서도 여론조사 지지도와 실 득표율간의 간극은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간극에 따라 각 후보 진영간에 ‘숨은 표’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대와 30대의 지지를 많이 받는 후보의 경우 여론조사 지지도보다 실 득표율을 보수적으로 잡아야 하며, 실천적으로는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 시사점 5 : 경제, 대선 핵심이슈로 유지될 듯

각 대선후보 진영은 여론조사 결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 모두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하면서 후보단일화가 이뤄질 때만이 승리할 수 있음을 정확히 인식하고 과감히 후보단일화를 결정했다. 노무현 후보측이 충청권 유권자 공략을 목표로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한 것이나, 이에 대해 수도권 유권자의 반발을 인식하고 행정수도 반대로 수도권 유권자를 공략한 이회창 후보 모두 여론조사에 근거한 선거전략을 펼친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선거에서 여론조사결과를 정확히 분석하고 활용할 경우 매우 효과적인 선거캠페인을 전개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들은 차기 정부의 우선해결 과제로 ‘경제성장’을 꼽고 있다. 이러한 국민여론의 최대 수혜자가 ‘경제전문가’ 이미지를 쌓아온 이명박 전 시장임은 물론이다.

이와 관련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동아일보-KRC 6월 1일 조사결과). ‘차기 정부가 경제성장과 부의 분배 중 어디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부의 분배도 중요하지만 경제성장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69.5%로 ‘경제성장도 중요하지만 부의 분배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28.6%)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경제성장에 대한 이러한 국민적 여론은 대선 끝까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됨에도 이른바 비한나라당 진영 후보 중에서 성장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말하고 있는 후보는 없는 상황이다. 향후 비한나라당 진영은 국민여론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분석해 캠페인 전략에 활용하고자 하는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리=정지환 기자

※ 이 기사는 국내의 권위있는 정치분석기구인 P&C글로벌네트웍스(대표 황인상)가 제공한 를 여의도통신이 가공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