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을 만들어라”

'새벽을 여는 강연'은 "좋은 사람이 좋은 세상을 만듭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한국인간개발연구원(KHDI)의 조찬강연을 지상중계하는 코너입니다. KHDI가 지난 32년 동안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1505회(금주 기준)나 진행해 온 조찬강연은 국내 최다 회수를 기록하며 최고 권위의 강연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1일 롯데호텔 2층 크리스탈볼룸에서 김경익 판도라TV 사장이 ‘세상을 보는 새로운 방법, UCC'라는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이 기사가 독자들의 교양 쌓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편집자주)

지난해 거세게 불었던 UCC(User Created Contents) 동영상 열풍의 주인공인 김경익 판도라TV 사장. 1996년 (주)시작시스템즈를 설립하며 사이버 세계에 뛰어든 이후 김 사장의 인터넷 혁명은 낮밤을 가리지 않고 계속돼 왔다. 그는 청중들에게 미디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것을 주문하는 것으로 강연의 서막을 열었다.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에 TV, 라디오, 신문, 잡지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어디서 얻느냐고 사람들에게 물었을 때 63%가 TV라고 답했다. 신문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19%였다.

그러나 인터넷이 출현한 이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무려 75%의 응답자가 원하는 정보를 인터넷에서 얻는다고 답한 것이다. TV와 신문에서 얻는다는 응답 비율은 각각 15%와 5%로 떨어졌다. 실제로 TV 시청 시간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80%의 사람들이 2년 전보다 TV 시청 시간이 같거나 줄었다고 답했다. 덩달아 TV 광고가 전체 광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나 감소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TV 시청자들이 2천만명이나 줄었다고 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놀라운 일이 벌이지고 있다.”

그렇다면 TV와 신문 등 기존의 미디어에 열광하던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김 사장은 광고 시장의 고객이기도 한 이 시청자와 독자들이 ‘새로운 미디어’에 매료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의 미디어 종사자나 관계자들만이 이 변화를 이해하지 않으려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고객들이 새로운 미디어에 흡수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966년까지 미국에는 5가지 종류의 미디어가 있었을 뿐이다. 신문, 방송, 잡지, 라디오, 에이트랙이 바로 그것이다. 그후 20년이 흘렀고, 케이블TV, 카세트테이프, 워크맨, VCR, PC, 비디오, 게임기 등 새로운 미디어가 시장에 진입했다.

물론 게임기와 미디어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꼭 뉴스 방송을 해야만 미디어인가? 그렇지 않다. 고객의 생각과 생활에 강력하게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이 공기정화기든 VCR이든 미디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리고 다시 20년이 흘렀다. 위성TV, 인터넷, 핸드폰, DVD플레이어, 위성라디오, MP3플레이어 등 보다 진화된 미디어가 등장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모름지기 기업인이라면 이러한 변화된 미디어 환경 속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김 사장의 주장이다. 그렇다고 해서 김 사장이 현재의 미디어나 인터넷 환경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도리어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철학이 서비스보다 우선이라고 믿고 있는 판도라TV는 감히 ‘Never 포털, Never 네이버’를 표방하고 있다. 결코 그 회사의 경영진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으므로 오해 없이 들어주기 바란다.

정작 우리가 문제 삼고 싶은 것은 그 회사가 보여주고 있는 관행과 문화인데, 네이버는 모든 것을 자기화해 버리고, 그 안에서 자신의 이익만을 관철하고 있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라.

인터넷 공간에서 한 회사만이 독보적으로 존재하고 다른 회사들이 사라진다면 검색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인터넷의 영토는 우주와 같이 무한대로 넓은 것인데, 네이버는 그러한 속성을 거부하고 있다. 설사 경쟁 회사나 작은 회사라 해도 파괴력 있는 콘텐츠와 메시지라면 자유롭게 검색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구글과 사뭇 대조적이다.”

김 사장은 이러한 비판적 시각이 “세상에 오직 하나 밖에 없는 것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닷TV 도메인 확정, 무한대의 저장공간 무료제공, 서버다운 원천봉쇄 대안기술 개발, 미니TV 전세계 1억개 보급 목표 수립 등도 그런 문제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판도라TV 앞에 탄탄대로만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판도라TV가 후보들에게 사이버 유세를 할 수 있는 개인 채널을 제공한 적이 있다. 대다수 후보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호응을 했고, 채널 번호까지 확정했다.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의 반대로 이 시도는 좌절의 상태에 놓여 있다. 도리어 우리 실험을 보고 뒤늦게 출발한 미국의 유튜브는 힐러리 채널을 만드는 등 한발 앞서가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온라인에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토론회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선거법 위반 운운하며 못하게 하고 있다. 요즘 ‘악플’(악성 댓글)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부정적 사례만 보고 ‘인터넷 실명제’로 바꾸겠다고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정부가 인터넷을 규제할수록 글로벌의 길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지 말라는 것이 김 사장의 주장이다. 그는 범인을 잡게 만들고 관련법까지 바꾸게 했던 ‘여중생 폭행 비디오’를 대안적 사례로 제시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을 때 쏟아져 나온 것은 슬픔과 질병, 가난과 전쟁, 증오와 시기 등 온갖 악이었다. 깜짝 놀란 판도라가 황급히 뚜껑을 닫았기에 희망은 빠져 나오지 못했다.

판도라TV가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간직하며 살게 만들 수 있는 근거지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주목할 일이다.

여의도통신=정지환 기자 ssal@ytongsin.com

김경익 사장의 이력서

▲ 경희대 기계공학과 졸업
▲ 경희대 기계공학 석사
▲ 1994년 대우고등기술연구원(IAE) 자동차연구실
▲ 1996년 (주)시작시스템즈 설립
▲ 1999년 레떼닷컴 오픈
▲ 2004년 (주)판도라TV 설립, 사장
상훈: 대우고등기술연구원 특허왕, 대통령비서실장상, 정보통신부장관상, 2006년 IT분야 올해의 인물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