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의원 "헌법 119조가 무너진다"

"한미 FTA를 국민 투표에 부쳐야 한다!”
왜 그럴까. 최재천 의원(무소속 서울 성동 갑)에 따르면, 대한민국 헌법보다 한미FTA가 더 ‘힘’이 세기 때문이다. 한미FTA로 헌법까지 바뀔 상황이니, 당연히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는 논리다. 최 의원이 최근 ‘한미FTA는 헌법 위에 군림한다’는 글을 통해 한미FTA의 헌법상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이유이기도 하다.

최 의원이 꼽는 가장 대표적인 문제점은 ‘경제 질서’ 조항이 사실상 사문화 된다는 것이다.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조항은 119조 2항,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다. 또 이는 그동안 전경련이 “바라마지 않던” ‘사문화’라고 한다.

최 의원은 "한미FTA는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협정인 만큼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아직 동의와 비준을 거치지 않아 논의할 시간이 사실상 충분한데도 언론과 정치권이 외면하고 있다"며 "논쟁을 위한 논쟁 구조라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지난 12일 최 의원과의 일문일답. 헌법적 관점에서 한미FTA를 짚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지속적으로 했는데 잘 안 들어 주더라. 사소한 법 하나, 대통령 말 한마디에도 위헌 논쟁을 하는 나라에서 한미FTA에 대해서만큼은 잠잠하다. 한미FTA는 헌법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협정이다. 그렇다면 헌법적 합헌성을 획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누구도 입을 열지 않는다."

국민투표도 제안했다. "내 주장일 뿐이다. 주권재민 원칙에 따라 행정부는 국민이 충분히 토론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국민이 자기결정 권한을 가지는 게 맞다. 한미FTA는 당장 2, 30년 뒤에 현실화될 변화들이다. 통치권자의 정치적 결단에 맡길 게 아니라, 온 국민이 나서서 더 구체적이고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이미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우리가 지나치게 행정부 우위, 대통령 중심주의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대표는 행정부나 대통령이고, 국회는 행정부의 하수인쯤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류다. 이건 곧 권력분립의 위기고, 지나치게 초권력화 되고 있는 대통령의 위기다. 국회 스스로 헌법이 위임한 권리를 포기하고 있다.

조약은 행정부 체결과 국회 비준동의를 모두 거쳐야 효력이 생긴다. 행정부가 나서서 협상하되 결정은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가 하라고 체결권과 비준동의권을 분리시켜 둔 거다. 지금은 체결 단계다. 국회가 비준동의를 위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

국회가 한미FTA를 논의할 만한 전문성을 갖췄냐는 비난도 있다. "국회의원은 299명이지만 행정부 공무원은 몇 십 만 명이다. 행정부 계장보다 적은 보좌진을 데리고 수십 만에 필적하는 전문성을 갖추란 건 무리다.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밖에 안 된다. 나도 한미FTA의 손익을 분석하거나 향후 전망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원칙적인 차원에서 부분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뿐이다. 한미FTA가 입법, 사법에까지 영향을 미치는데 헌법적 관점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지, 협의 과정에서 절차적 정통성은 갖추었는지 묻는 것이다."

글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나 언론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이 눈에 띈다. "이번 FTA에서 언론이나 법률, 교육, 의학 분야에서 개방은 미흡하다. 그러다 보니 사회 기득권층인 언론계나 법조계, 의료계 등은 문제의 심각성을 실감하지 못하고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경제도 개방되지만 미국과 경쟁해 뒤질 게 없는 30대 기업이나 땅 가진 5%들은 상황이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85% 중소기업이나 농민들은 어떻게 되나?

전경련은 2004년 자체보고서에서 중국과의 FTA를 가장 이익이 큰 대상으로 꼽았다. 그 다음이 일본, 동남아, EU 등이었다. 미국은 맨 꼴찌였다. 그런데 이번 협정에서 한미FTA를 쌍수 들고 환영하고 있다. 한미FTA로 전경련이 바라마지 않던 헌법의 '경제질서' 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되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자유시장경제질서와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의 조화를 규정한 헌법 '경제편'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규제와 조정에 대한 근거 규정들이 제약이 되기 때문이다. 헌법의 경제질서 조항은 부정됐다. 자,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여의도통신 송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