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조용히 책 한권 읽고 싶은 요즘. ‘미루나무에 걸린 슬픈 태양’의 저자 장두조씨의 시 세계와 그의 인생에 대한 시간을 가졌다.

“일부러 날 찾아온 손님인데, 대접 좀 해야겠다”며 과자와 차를 내며 이야기 보따리를 푸는 장씨.

어릴 적부터 글 쓰는 것과 책읽기를 즐겨했다는 그는 초등학생 때 소풍가서 글쓰기 대회를 하면 상도 타고 했다며 “난 ‘내가 꼭 시인이 돼야겠다’라고 생각하진 않았어. 왜냐면 내가 책을 읽고 시를 짓는 것은 내가 평소에 항상 해오던 나의 평범한 ‘일상’이였다”고 말했다.

“향은 책보 속에 꼭꼭 싸더라도 그 향기가 책보 속에서 스며나오 듯 내가 시를 쓰는 것도 다 내겐 자연스러운 일이였어. 그만큼 시나 글쓰는 건 내 평상 생활 이였으니까. 그러다 시에 대해 더욱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등단’이라는 것이 꼭 요식행위만이 아니라 ‘처녀가 나이가 차 시집을 가서 머리를 올리는’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걸 깨닫게 됐지. 그래서 평소에 썼던 시 5편을 접수해 신인상을 수상하고 그렇게 등단하게 됐어. 그게 벌써 2004년 가을이군. 그리고 평소에 썼던 작품들을 모아 집대성한 것이 바로 ‘미루나무에 걸린 슬픈 태양’이란 시집이다”며 시집을 내놓는다.

그는 시집을 뒤적뒤적 하더니 “어느 작품이든 다 내 자식처럼 애착이 가지만 그 중에서도 ‘그러려니 사소서’가 대중에게 가장 호응이 좋은 작품이다”며 “내 시 세계를 가장 잘 드러낸 건 ‘물논’과‘누가 혼자 간다 외롭다 하는가’라는 작품이다”고 말했다.

그를 만나기 전 그의 작품들 중 몇 편을 미리 읽었지만 이렇게 그 시를 쓴 작가에게 직접 해설을 들으니 그 시의 맛을 더욱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예술이라는 것은 그 작품이 주는 그 느낌 자체가 가장 중요하지만 ‘시’라는 것이 단어 하나하나 마다 함축적이고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는 특성상 해설을 들으며 다시 감상하는 재미도 꽤 쏠쏠했다.

처음 읽었을 때와 또 두 번 읽었을 때, 세 번 읽었을 때 그 느낌과 감정이 그때그때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게 바로 시의 오묘한 매력이지 않을까.

“‘그러려니 사소서’란 시는 인간 스스로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벽에 닿았을 때 자신의 주관은 뚜렷이 가지되 ‘그러려니 사소서’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노력할 것은 더 노력하며 살자는 뜻을 가지고 있어.

그리고 ‘물논’과 ‘누가 혼자 간다 외롭다 하는가’는 자연과 대화를 나누고 자연의 모든 것을 내 친구삼아 이 한세상을 그렇게 살아가고 싶은 나의 소망이 가장 잘 담겨져 있는 작품이다”며 자신의 시에 대해 하나하나 꼼꼼히 설명을 이어간다.

더불어 “‘시는 모든 행위와 사물. 기억 그리고 영감이 어우러진 가운데 표현되는 엑기스적 언어’라고 생각해. 그래서 마음이 허허롭지 않으면 쓸 수 없는 것이 ‘시’야. 문학이 소설, 희곡, 평론, 시 등 여러 장르가 있지만 이 다섯 장르 중에 가장 앞서는 것이 바로 ‘시’. 문화의 극치는 예술, 예술의 극치는 문학, 또 모든 예술의 바탕은 문학이지. 그리고 그 문학의 극치가 바로 ‘시’. 그만큼 시는 정말 값지고 중요한 것이라 생각 한다”는 시 예찬론에 절로 고개가 끄덕였다.

진솔한 그와의 대화와 ‘시’들은 달콤한 사탕발림은 없지만 너른 바다위의 시원한 구름이 입안에서 아삭아삭 씹히는 듯 한 느낌이다. 그래서 그의 호(號)도 해운(海雲)인 것일까.

장씨는 “해운. 말 그대로 바다위에 뜬 구름이라는 뜻. 우주공간의 중심인 나 자신을 삶의 중심으로 삼아 삼라만상(森羅萬象)에 대해 자유스러운 생각을 가지고 살기 때문에 난 나의 호(號)가 참 맘에 들어”라며 문학의 길을 가고 싶은 후배들에 대한 따뜻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비단 꼭 시를 쓰는 일뿐만 아니라 무슨 일을 하던지 먼저 심성이 순화된 인간이 돼야해. 말 그대로 먼저 인간이 돼야 제대로 된 시를 쓸 수 있는 거지. 그리고 책을 많이 읽어야해. 책을 많이 읽은 사람만큼 휼륭한 스승과 좋은 친구들을 많이 둔 사람도 없어. 그리고 감사함을 알며 최대한 긍정적 사고를 가지며 살아야 하는 것 같아. 내가 이만큼 살다보니 산다는 것은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느냐에 따라 그 인생이 결정되는 것 같다”고 여기는 그는 시집을 보고 팬이 됐다며 편지와 전화를 주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자신의 보람이라며 오후의 여유로운 커피한잔 같은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장두조 씨는 문예시대 시 부문으로 등단했으며 담양문인협회, 한국 지역 문학인 협회, 전남 시인협회, 서은 시 모임 회원으로 농민신문사 수필부문에 당선했다. 저서로는 ‘미루나무에 걸린 슬픈 태양’이 있으며 현재도 활발히 집필 활동 중이다. /국하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