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업용 면세유 ‘5년 연장’ 법안 국회 상임위 통과
4월 임시국회 처리여부 불투명, 처리기한은 6월말

농어민들이 지금과 마찬가지로 적어도 오는 2012년까지는 면세유를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농수산물 개방에 맞서 힘겹게 현장을 지키고 있는 농어민들을 더욱 애타게 했던 면세유 시한만료 문제가 최소한 ‘5년 연장’하는 방향으로 최종결론 날 예정이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위원장 정의화 의원)는 지난 25일 전체회의를 열고 농어업용 유류 면세시한을 5년 연장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별도의 토론 없이 의결했다.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 온 법안은 현재 체계 · 형식 및 자구에 대한 심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법안이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오는 30일 본회의에 상정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법사위는 소관 상임위인 재경위에서 법안이 넘어온 지 5일이 경과(국회법 규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농어업용 유류의 면세종료 시한이 6월말이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본회의가 예정돼 있는 30일 법사위 역시 전체회의를 열 예정이지만 이 자리에서는 법사위가 직접 다루고 있는 ‘사법개혁안’만 중점 논의한다는 방침이다.물론 변수는 있다. 법사위 의원들이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의지를 모으거나 각 정당이 신속처리에 합의하면 상임위 의결을 통해 경과기한 5일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30일 오전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고 오후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수도 있다.어느 시점이든 국회를 통과하는 면세유 법안은 최소한 ‘5년 연장’ 이상의 내용으로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세유 장기연장에 가장 반대했던 재정경제부가 5년 연장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법사위에서부터는 정부부처의 손을 떠나 ‘정치인’들이 법안의 내용과 운명을 좌우한다.농어민 유권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인들이 ‘5년 연장안’ 보다 더 나쁜 결론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 지역 농어민 입장

“농어민 죽으란 소리” vs “설마 없어지겠어”
현장의 소리 / 국회의원들의 ‘결단’ 촉구한 농어민

면세유 공급시한이 올해 연말로 종결된다는 소식이 현장의 농어민들에게 전달됐다. 당장 펄쩍 뛰는 농어민들이 있는가 하면 ‘설마 면세유가 끊기기야 하겠느냐’는 기대 섞인 반응도 나왔다.
농가(어가 제외)에서 면세유 할당을 위해 등록한 농기계 대수가 400만대를 돌파한 가운데 정부는 지난해 모두 133만 농어가에 376만㎘의 면세유를 공급했다. 유류의 시중가격과 면세가격 차이를 기준으로 가구당 150만원 정도의 이익이 돌아간 셈이다. 면세유제도를 1년 유지하는데 필요한 정부예산은 2조원 남짓이다.
2007년 3월 현재 휘발유와 경유의 면세가격은 461원과 439원으로 시중가격의 32.9%와 38.9% 수준이다. 면세제도가 연장되지 않았다면 휘발유의 경우 204.3%, 경유의 경우 156.4%의 가격상승효과가 나타나 영농·영어비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뻔 했다.

면세유 폐지에 대한 우려로 시름을 놓지 못했던 농어업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면세유 혜택이 폐지되면 현재 마지기 당 3만원(1평당 150원)하는 로터리 비용을 1만원 이상 올려야 한다. 로터리 비용뿐만 아니라 모든 농작업 비용이 30∼40% 상승하게 돼 영세농의 경우 차라리 농사를 짓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다” (전남 완도군 미곡농민)

“봄 출하를 위해 겨울 동안 약 3만 리터의 면세유를 사용하면서 유류비로 1700만원 이상을 지출했는데 면세혜택이 사라지면 당장 기름 값만 3400만원을 지출해야 할 지경이다. 이는 농사를 그만 두라는 말과 같다” (전남 담양군 시설농가)

“농업종사자들의 고령화문제를 해결한다면서 농기계 보급에 열을 올렸던 정부가 이제 와서 기계를 움직이게 하는 ‘기름’을 못주겠다는 것이냐? 농협에서 빚을 얻어 산 농기계를 부지런히 돌려야 빌린 돈도 갚고 우리도 먹고 살 것이 아니냐!” (충북 옥천군 과수농가)

“현재 바다에 배를 띄우는 비용 가운데 약 4할이 연료비이고 그 중 절반을 면세유가 도와주고 있다. 가뜩이나 어획량이 줄어 고민인데 면세유마저 폐지된다면 우리는 바다로 못 나간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최악의 경우에도 경운기 대신 괭이로 밭을 갈 수 있는 농민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우리는 배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 (충남 서천군 어민)

“말이 그렇지 한미FTA 체결로 농민들의 민심이 이렇게 흉흉한데 면세유가 실제로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농민들의 기대를 100% 채워주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면세유제도 자체는 유지될 것으로 본다” (경북 김천시 농민후계자)

‘시한부인생’ 면세유제도 5년 연장안 재경위 통과
‘일몰제’로 2~3년마다 농어민 가슴 졸여

정부의 농어민지원정책 가운데 ‘현장’에서 가장 환영받고 있는 면세유제도가 향후 5년간 더 지속된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지난 26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30일 본회의 통과를 예정하고 있다.

농어업용 면세유의 존치문제는 지난 2000년과 2002년 그리고 2004년에 이어 이번에 또다시 도마에 올라온 것이다.
지난 2004년 말 개정한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이 오는 6월 말까지 농·임·어업용 및 연안여객선박용 유류에 대해 100% 면세하고 7월부터 연말까지 75% 면세한 뒤 내년부터는 면세혜택을 아예 폐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면세유제도가 주기적으로 농어민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이유는 현행 조세특례제도가 ‘일몰제’를 근간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일몰제란 시간이 지나면 해가 지듯 법에서 규정한 기간이 지나면 법률의 효력이 자동적으로 없어지도록 하는 제도다.
입법 당시와 여건이 달라져 조세감면이 필요 없게 된 이후에도 이해당사자들에 의해 특례조항이 기득권화, 만성화되는 폐단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농·임·어업용 면세유제도는 일몰시한인 오는 12월 말까지 감면기간을 연장하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만 계속 유지될 수 있었다.
이에 농어촌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일몰시한을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거나 아예 기한 자체를 폐기해 면세유를 영구화 하자는 법안을 지난해 4월부터 국회에 제출했다.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2006년 4월 17일), 민주당 김효석 의원(2006년 9월 28일),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2007년 2월 8일), 열린우리당 김우남 의원(2007년 3월 26일), 한나라당 김재원 의원(2007년 4월 19일) 등 5명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 국회의원 5명이 제출했던 ‘조세특례제한법안’의 대략을 살펴보자.
먼저 엄호성 의원은 면세유 적용시한을 5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김효석 의원과 김재원 의원은 3년과 10년 연장안을 내놓았다. 홍문표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면세유 적용시한을 아예 없애 농어민들에게 항구적으로 면세유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우남 의원은 농어민들에게 면세유를 영구적으로 제공하는 대신 불법 면세유 취급자에 대한 처벌강화 조항을 추가했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지난 26일 전체회의에서 토론 없이 상정된 4개 법안(김재원 의원안 미상정) 대신 5년 연장의 위원회안을 의결했다. 가장 먼저 관련법안을 발의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엄호성 의원의 제안이 적중했다. 통상 국회는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여러 건 제출된 경우 각 법안들의 내용을 조정해 ‘위원회 대안’을 만들어 본회의에 상정한다.
지난 10일에는 면세유 폐지시한 임박에 대한 농어민들의 답답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정부 관계자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면세유 영구화 법안을 발의했던 김우남 의원은 지난 10일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을 통해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에게 “한미FTA를 체결하면서 ‘우리 농업을 혁명적으로 지원하겠다’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말은 어디로 가고 정부가 면세유를 가지고 이렇게 쫀쫀하게 나오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석동 차관은 “현재 각종 조세특례를 일몰제도로 시행하는 이유는 조세특례제도의 장기화 또는 남발을 막기 위해서”라며 “면세유제도가 우리 농어업경쟁력 제고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지와 외국사례를 면밀히 검토한 후 올 상반기 내에 기한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한편 면세유 문제와 관련해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은 홍문표 의원의 면세유 영구화 법안을 한나라당 당론으로 채택하고 추진해왔으며, 열린우리당 정책위원회는 일몰시한 3년 연장안을 주장했었다.

▲ 국회입장

“한미FTA 때문에 파격지원 더 필요”
면세유 구출 나선 법안발의 의원 3인 인터뷰

우루과이라운드(UR)와 도하개발어젠다(DDA) 그리고 WTO 농업협상으로 지칠 대로 지친 우리 농어업에 한칠레에 이어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무거운 짐이 추가로 얹어졌다.
정치권에서는 가사(假死) 상태인 한국 농어업에 정부의 ‘혁명적인’ 또는 ‘파격적인’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기다리고 있던 농어민들에게 ‘농·임·어업용 면세유 시한만료’라는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이에 지역구민이기도 한 농어민들의 시름을 덜어주기 위해 여야 의원 5명이 나섰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 김재원 의원은 각각 3년, 5년, 10년의 면세기한 연장법안을 제출했으며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과 열린우리당 김우남 의원은 면세유 영구화법안을 발의했다.
마침내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지난 26일 전체회의에서 면세유제도 5년 연장안을 위원회안으로 의결했다. 다음은 자신의 법안발의 배경을 진지하게 설명하며 처리 가능성에 대해 여러 가지 예상을 내놓았던 김효석, 홍문표, 김우남 의원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의원 3명과의 별도 인터뷰를 재구성한 것이다.

-법안 발의 배경은?
김효석: “지난 2002년과 2004년 두 차례 농어업용 유류 면세법안을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직접 다룬 바 있다. 면세유 일몰시한 전에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법안을 심의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법안을 일찍 발의했다. 지난해 말 폭설피해로 고통을 겪은 지역구민들이 한미FTA 협상진행에 더욱 불안해하는 모습도 큰 자극이 됐다.”

홍문표 : “참여정부의 농어업정책에 실망했다. 농어민들은 1년을 아무리 힘들게 일해도 저축은커녕 빚만 늘어난다. 농기계·씨앗·비료값은 계속 오르는데 농어민들에 대한 지원정책은 줄곧 줄어들고 있다. 우리 농어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다는 차원에서 법안을 발의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를 비롯해 농민단체들의 요구를 받아 안는 차원이기도 하다.”

김우남: “한미FTA 체제에서 면세유가 공급되지 않는다면 우리 농어업 현장은 마비될 것이다. 당장 본인의 지역구인 제주도의 하우스감귤 농가들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게다가 젊고 의욕 있는 영농인들의 경우 매 2~3년마다 면세유 존치여부가 도마에 오르면서 여간 골치가 아픈 것이 아니다. 그래서 면세유 공급기한을 폐지하는 내용을 이번 법안에 담았다.”

-법안심의 과정에서 가장 쟁점이 될 부분은?
홍문표: “재정경제부에서는 다른 산업 또는 이해집단과의 형평성을 문제 삼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농어민들의 어려움을 충분히 설명할 자신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 농민들의 삶이 더없이 피폐한 수준에 와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희생해 강요당해 왔던 우리 농업의 내력을 설명할 것이다. 농업을 희생양으로 강행했던 한미FTA 협상에 책임을 물으며 접근하겠다.”

김우남: “정부의 세수가 줄어드는 문제 그리고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문제가 반대의견으로 제기될 것이다. 국회의 예산추계에 따르면 면세유제도 시행으로 연간 약 2조원 남짓의 재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WTO체제를 수용하면서 우리 농어업에 약 120조원의 예산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 범위 안에서 충분히 지원이 가능한 금액이다.”

김효석: “지난 두 차례 면세기한 연장법안을 다루면서 가장 쟁점이 됐던 것은 조세와 관련해 가급적 ‘특례’를 줄이려는 재정경제부와 농어민들의 심정을 알아달라는 국회의원들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것이었다. 세수부족 문제는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다. 재경부에서는 이미 농어업용 유류에 대한 세금을 거둬들이지 않는 것을 전제로 예산을 짜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과 택시에 대한 면세제도가 폐지된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법안의 통과 가능성은?
김우남: “우리 농업이 처한 어려움에 대해서는 굳이 농촌출신 국회의원이 아니더라도 이미 모든 의원들이 공감하고 있다. 재경위에서 ‘합리적’으로만 법안을 심의해 준다면 통과는 무난하리라 본다. 본회의 역시 농어민들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해 늦어도 9월 정기국회에서는 답을 낼 것으로 본다. 연장기한을 폐지하는 문제는 아직 섣불리 얘기하기 어렵지만 농어민들이 내년에 면세유를 공급받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김효석: “본인이 나고 자란 농촌에 그리고 지금도 지지를 보내주고 있는 농민들께 많은 혜택을 주고 싶다. 또 가능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하지만 조세체계 전체를 흔드는 면세유 영구화는 현실적으로 얻어내기 힘들 것이다. 지난 2004년 법안심의에서도 재경부의 강경한 입장에 가까스로 2년6개월 연장을 이끌어낸 기억이 있다. 5년 연장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홍문표: “법안심의 과정에서 면세유 담당 정부부처의 견해보다 농민들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대변하겠다. 그것이 농촌을 지역구로 가진 국회의원이 당연히 할 일이다. 면세유영구화가 가능하다고 믿고 또 그렇게 추진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지지를 표명해오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재정경제위원회와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그리고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 최대한의 협조를 요청하겠다.”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은?
김효석: “어찌 보면 시간과의 싸움도 될 수 있다. 오는 6월말까지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농어민들은 25%의 세금이 포함된 유류를 사용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을 가지고 정부부처를 압박하면서 조금 더 큰 성과를 노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홍문표: “발의의원과 함께 농림부의 자세가 중요하다. 농림부가 재정경제부의 논리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농림부는 농어민들의 생활개선을 제1목표로 다른 부처들을 설득하고 다녀야 정상이다. 국회의원과 농어민단체 그리고 농림부가 힘을 모아야 결실을 볼 수 있다.”

김우남: “한미FTA 협상체결 이후 정부가 농어민을 위해 얼마나 정성을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이번 법안심의 과정에 임하겠다. 농어민들이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부처가 기존논의를 반복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유광준 기자 june@ytongs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