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주요 영화제작시설중 하나인 헝디엔 월드 스튜디오는 관광단지로 더 유명한 곳이다. 한국 영화 비천무, 중천 등을 촬영했으며, 홍콩거리 재연, 명·청왕조 시대 궁궐재연, 진왕조 궁궐, 명·청 저잣거리 등 모두 12개의 세트로 구성됐다.
규모 또한 10만여평에 가까울 정도로 광대하다. 헝디엔 스튜디오는 기본적으로 관광수입이 80%를 차지하며 영화 등의 촬영공간은 무료로 대여한다. 1996년도에 조성된 북경 비등 세트장은 8만여평의 부지를 국가로부터 50년 장기 임대해 지었다. 촬영대여가 주 수익원이며 세트장 부지내에 여유공간을 많이 뒀고, 콘크리트보다 당시 시대상황에 맞는 재질로 그대로 재연한 것에 특징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주요 영화 및 드라마 촬영 세트장은 어떨까.
전국 주요 촬영세트중 전남·북에 10개 세트장이 있고 총 849억원이 투자됐다. 그 중 6개가 1만평 이상의 규모로 고려시대를 제외한 고려이전, 조선, 구한말~1970년대, 현대 특수시설 등을 두루 갖추고 있으며, 현재도 촬영지도 각광받고 있다.
반면 충북, 경북, 부산, 경남 등의 촬영세트는 대부분 2004년 이후 촬영실적이 없으며 유지 상태도 상당히 불량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엔 시대별 테마파크형태의 세트나 오픈세트가 조성돼 있지만 관련 영상물이 제작·방영 또는 영화 흥행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관광객이 급격히 감소하고 또한 다른 작품으로 활용되지 못하거나 폐기·방치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우리나라의 촬영세트장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이유는 첫째 특정시대를 배경으로 한 오픈세트가 배타적으로 활용되고, 둘째 시설과 거리 위주의 세트로 조성돼 여유공간이 적어 변화를 줄 수 있는 여지가 작다는 것이고, 셋째 세트 기본 골격 재료가 오랜 기간 유지하기 어려운 형태를 띠며, 넷째 영화가 떠야 그 세트장도 뜨지만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지는 한계를 갖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조성된 세트장이 단순히 보는 것 위주로 돼 있어 ‘재미를 느낄 정도의 볼거리와 체험 프로그램이 부족’ 하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언론재단에서 추진한 ‘드라마세트장의 관광상품화전략’은 의미있는 연수였다. 지자체는 대부분 드라마 촬영이후 세트장을 테마파크로 전환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어 현재 추진하고 있는 담양 용면의 영상테마파크나 장성 홍길동테마파크 조성에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

이번 기획은 모두 2회에 걸쳐 연재할 계획이다. 나주 주몽세트장, 속초 대조영 촬영지, 부천 판타스틱 스튜디오를 먼저 실고 춘천 남이섬과 남양주 영화촬영소는 다음호에 이어질 것이다.
이 기회를 통해 테마파크라는 문화콘텐츠에 대한 향후 발전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 보고자 한다.

# 나주 주몽 세트장

첫 번째로 찾아간 세트장은 시청률이 최고 51.9%까지 올랐던 드라마 ‘주몽’ 세트장으로 유명한 나주 삼한지테마파크다.
삼한지테마파크는 삼국시대부터 삼국통일 100년 전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다. 총제작비는 290억원으로 MBC방송사에서 210억원, 나주시에서 80억원을 투입했다.

소유권은 나주시에 있지만 MBC에 한해 10년간 무상으로 촬영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했다. 8만 유채꽃 단지가 인상적인 주몽 세트장엔 2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으며 그들 임금의 전부가 입장 수익료로 충당된다고 한다.
삼한지 테마파크는 세트장이 지어지기 전까지 버려진 땅이었다. 지난해 7월 유료 개장한 이래 현재까지 70만명 이상이 다녀갔다. 1인당 3천원하는 입장료의 총수입금만 13억원에 달하고 기념품 등 매장수입이 2억여원에 달한다. 조만간 세트장내 저잣거리 주막에서는 실제 술과 음식을 연중 파는 목로주점을 열 계획이다.

신정훈 나주 시장은 “주몽세트장의 관광객 유치로 나주는 역사·문화·관광도시로서의 성장기반을 마련했고 지역주민의 직접적인 소득 창출 기여와 드라마 촬영 및 방영으로 나주시 브랜드 홍보로 인한 대내외적 이미지 제고 및 지역 농·특산품 판로가 확보됐다”고 설명하고 “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문제와 관련 동북공정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역사의식을 고취시켰다”고 말했다.
나주시는 향후 주몽 촬영장에 대해 주변 관광자원을 활용한 테마 관광벨트로 조성할 계획으로 테마별 문화센터, 생태공원(80,000평) 및 탐방로를 조성하고 황포돛배·유람선 운영 등 영산강 뱃길체험을 실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신정훈 나주시장이 무소속이라 민주당이 대부분인 시의회에서 예산 승인에 발목을 잡혔다는 후문. 진정한 테마파크로 성공할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 속초 대조영 촬영세트장


다른 드라마세트장이 대부분 지자체의 지원으로 지어진 것과 달리 대조영 세트장은 한화리조트와 KBS에서 투자한 순수 민간자본으로 지어졌다. 대조영 발해테마파크는 속초 한화리조트 내에 2만7천여 평의 부지에 ‘설악씨네라마’라는 이름으로 오픈했다.
세트장에서 우리 일행을 맞은 사람은 고구려복장을 하고 멋드러진 해설을 겸하는 PO(Program Organizer)들이었다. 해설의 재미를 위해 일부러 전국에서 ‘끼’있는 재주꾼들을 선발했다고 한다.
입장료도 ‘주몽’ 세트장의 경우 성인 3천원이던 것에 반해 6천원으로 조금 비싸다. 설악워토피아 바로 옆에 위치한 세트장으로 가는 길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실물크기의 광개토대왕비다. 광개토대왕비는 성곽너머로 보이는 울산바위와 직선을 이루고 있다. 세트장 안에서는 18m 높이의 중국 황궁이 눈에 띈다.



또한 중국 최초 여자 황제였던 측천무후 후원을 비롯 고구려 성곽과 고구려 저잣거리, 당나라 저잣거리, 취성루, 고구려궁 등 200여동의 고풍스런 옛 건축물이 사극의 극치를 올려준다.
주몽세트장이 290억원을 들여 지어졌다면 이곳은 120억원이 투자됐다. 드라마에서 볼 때는 그럴듯하던 건물 처마 단청은 스티커로 소화했고, 중국황궁·고구려궁 등은 간판과 지붕색, 기둥색깔만 바꾸면 고려시대가 됐다가 다시 고구려시대 궁이 되기도 한다.
중황궁앞에 조각된 ‘삼족오’도 자세히 보면 대리석이 아닌 스티로폼이다. ‘세트장은 역시 세트장’이라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하지만, 그것 자체가 드라마 세트장에 대한 관광의 재미를 더해주기도 한다. 주말엔 고구려 군사들의 무예시범, 궁중행렬, 궁중혼례 등 공연 등을 볼 수 있다.

#부천 판타스틱스튜디오


드라마 야인시대 촬영지로 유명한 경기도 부천 판타스틱 스튜디오는 2002년 3월 완공된 이후 영화 ‘태극기를 휘날리며’, ‘하류인생’, ‘역도산’, ‘청연’, ‘로즈마리’ 등 꽤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했다.
1930년부터 1980년대 옛 서울거리를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역도산이 일본 하야시의 눈에 띄기 위해 일부러 싸우고 물에 빠지는 장면이 연출된 청계천 수포교, 야인시대의 청계천 거지움막, 하류인생의 촬영이 이뤄진 종로거리, 우미관을 비롯해 옛 서울의 전차타기, 추억의 사진관 등이 있다. 우리 일행이 도착했을 때도 영화촬영이 한창이었는데 제목이 뭐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부천 판타스틱 스튜디오는 2001년 부천시의 출연으로 설립된 (재)부천문화재단에서 관할한다. 재단 이사장이 부천시장인 비영리 공익재단이다. 1만2천평의 부지에 200여동의 건물을 짓는데 59억여원이 소요됐고, 연간 10억여원을 시에서 보조한다.
하지만 어른 기준 3천원인 입장료와 대관료의 수익은 연 4억여원. 시의회에서 예산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커다란 공격을 받고 있지만, 문화재단은 간접광고효과를 7억원으로 평가하며 향후 브랜드 이미지 창출에 기대를 걸고 있다.
매년 6억여원의 적자를 내고 있지만 부천시는 이곳을 부천 문화브랜드의 중추 역할로 이끌며 틈새시장 속에 계속해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그에 따라 부천시의회의 많은 공격을 받고 있지만, 판타스틱스튜디오에서 창출하는 금전적 수익보다는 브랜드 가치창출에 따른 간접광고효과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부천문화재단 박두례 상임이사는 "재단은 세대와 장르를 뛰어넘어 폭넓은 지역문화의 지평을 열고 부천시민과 문화를 향유한다는 목적하에 출발했다"고 말하고, "부천이라는 지역과 부천시민, 지역문화예술인, 지역문화예술단체들과 상생하며 시민생활속에 문화가 깊이 스며들어 친숙하고 익숙한 문화를 실천하고자 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부천 판타스틱 스튜디오는 ‘부천문화도시’를 선언한 지자체의 강력한 야심작중의 하나다. 판타스틱 스튜디오의 브랜드와 부천국제영화제의 이미지를 결합한 세계속의 문화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는 것이다. / 양상용 전문기자 · 장성군민신문 김은정 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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