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과 법안도 시뮬레이션 하자

당장 하루 800억원씩 빚이 쌓이는데도, 국회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3년째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안을 덥석 통과시키자니 국민들에게 ‘더 내고 덜 받아 가시라’고 해야 할, 자신의 면목 없는 처지가 걱정된다. 결국 이도저도 안하니 돌아오는 것은 욕뿐이다.

욕 안 듣기 위한 방법으로 가장 좋은 것을 오늘 필자가 제시하련다. 열쇳말은 ‘솔선수범’이다. 무슨 얘기냐. 돈과 관련한 모든 정책은 국회의원들이 직접 겪어보고 처리하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회의원들은 ‘우리는 찬성이냐 반대냐 버튼만 누르겠다. 고민이나 부담은 국민들이 알아서 감당하시라’ 이런 식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지 말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국민연금 개정안, 이것을 한 여섯 달 동안 국회의원들이 직접 체험해 보는 거다. 어떻게 체험하느냐. 정부안을 보면 한창 일할 때 받는 월급 13%를 국민연금으로 빼서 나중에 은퇴한 다음 그 월급에서 50%만 받아가는 안 아닌가. 이것을 이렇게 체험하는 것이다. 현재 국회의원 세비가 800만원이니까 80만원 조금 넘는 돈(13%)을 석 달 뺀다. 그리고 나머지 세 달 동안 400만원(50%)만 받는 거다. 개중 65세 이상 된 어르신 국회의원들은 무조건 9만원씩 얹어 드리는 것이다. 이건 기초노령연금이 될 것이다.

또 한나라당안과 민주노동당안도 체험해보는 것이다. 세 달 동안 80만원(9%) 덜 내고, 320만원 정도(40%)만 받아가는 것이다. 65세 이상 노인한테 한 10만원 드리고. 그러면 국민연금으로 인해 서민들이 어떤 피해를 입는지 몸으로 체감할 것이다.

비단 체험할 대상이 국민연금 개정안에만 국한돼서는 안 된다. 지금 임시국회 때마다 쟁점이 되고 있는 게 뭔가? 한나라당이 제안한 사학법 재개정안 아닌가? 이것도 역시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사립학교법을 보자. 대학평의회나 학교 운영위원회가 개방형 이사를 추천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안은 말이다, 대학평의회하고 학교 운영위원회만 줄 게 아니라 동창회나 학부모회로 넓히자는 것이다. 이것을 한 번 해보는 것이다. 어떻게?

국회의원 중에 1/4을 개방형으로 추대하는 것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비례대표 의원들이 개방형 국회의원과 맥락이 같다. 그런데 비례대표 공천 권한, 이거 당만 갖고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이걸 확대하는 것이다. 국회의원 하다 당선 못된 사람들, 국회의원 출신 인사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게 동창회의 개념이겠지? 또 국회의원 아버지, 어머니 중에서도 뽑는 거다. 이건 또 학부모회의 개념이 되겠지? 이렇게 체험해보는 것이다.

비단 법안뿐 아니다. 국민의 삶의 애환을 피부적으로 느끼기 위한 민생 시뮬레이션도 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서울시청을 비롯해 전국 지방자치단체로 번지고 있는 3% 퇴출안도 상정해보자. 일 안하고 실력 없이 그저 자리만 채우는 3%의 공무원들을 소위 3D(더럽고, 위험하고, 어려운 일)를 시키는 것이 법안의 취지이지? 그렇듯 국회도 3%의 의원을 각 당별로 색출해서 추천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 안은 능력보다는 해당자를 선발하는 간부와의 친소 관계가 퇴출의 절대 기준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그래서 사실 걱정이다. 각 당별로 마음에 안 드는 의원들이 그 대상에 꼽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 말이다. 그렇게 되면 한나라당에서는 고진화, 원희룡, 열린우리당은 유시민 의원을 추려내지 않겠나. 따라서 국회의원들이 이런 문제점을 직접 체감하게 되면 법안 처리를 최대한 신중하게 하지 않을까.

드라마 ‘새벽종이 울렸네’가 방영될까

누구보다도 방송의 독립성을 수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고도의 정치적 균형감각을 갖춰야 할 방송위원이 요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물론 강동순 방송위원 이 한 사람으로 인한 논란이다.

정치인, 언론인 앉혀놓고 온갖 구설을 쏟아냈다. 그 중 필자 귀를 솔깃하게 한 부분이다. "우리가 정권을 찾아오면 방송계는 하얀 백지에다 새로 그려야 된다"는. 이 말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방송을 장악해야 한다는 뜻인가? 궁금하다. 강동순 위원이 백지 위에 쓰겠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래서 이런 상상력을 동원해 본다.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 중 대통령의 권위를 너무 허물었으니 대통령의 권위를 다시 세우는 차원에서 “땡~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땡~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 이러면서 ‘땡이 뉴스’ 혹은 ‘땡박 뉴스’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또 방송 3사의 대하사극을 모두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드라마로 만드는 것이다. 겹치면 민망하니까, 나눠서 5.16 군사혁명 역사, 새마을운동 역사, 핵개발 비화로 나눠 제작하는 것이다. 드라마 이름, 이건 어떤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새벽종이 울렸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강동순 위원은 특별히 호남지역에 지역 자체방송으로 ‘배달의 기수’를 매일 편성시키는 방안을 추진할지 모른다. 왜냐. 그 지역민들이 북한군 남침시 호남만은 포격 대상에서 빠질 것이라 믿고 있다는 강 위원의 우려 때문이다.

현장 기자, PD, 아나운서들이 피눈물을 쏟아가며 정립한 방송 민주화의 이념, 누군가가 그 초석을 흔들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철렁하다. 한나라당이 이런 자들과 과감히 결별하지 않으면 동류가 된다는 사실, 알고는 있는지 모르겠다.

▲김용민

/ 김용민(시사평론가, 여의도통신 정치풍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