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터 가끔 대학 체육과 교수들로부터 감사 메시지가 날아든다. 지난 주 교육부가 발표한 고등학교 교과과정 개편에서 체육이 필수선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내가 작년부터 국회 교육위에서 줄기차게 주장하던 바가 관철되었다.

교육위로 옮기기 전에는 나도 몰랐던 일이지만 언제부턴가 고등학교에서 체육이 선택과목으로 전락하여 고2부터는 주 2시간의 체육수업마저 하지 않는 학교가 25%나 되었던 것이다. 물론 고3은 대부분 체육을 전폐하다시피 하고 있다. 그 대가는 각종 조사에서 여실히 입증된 대로 중학생, 고등학생들의 현격한 체력 저하 현상이다.

이것이 교육인가? 작년 국정감사에서 나는 이런 교육과정을 만들어 놓은 교육 당국자들을 격렬하게 비판하였다. 지덕체의 전인적 인간을 육성하는 교육이념은 어디로 실종되었는가? 지식교육도 중요하지만 신체적, 정신적으로 한창 자라나는 고3까지도 입시와 상관없이 규칙적인 운동을 하게 만드는 것이 진짜 교육이 아닌가? 평생을 갖고 갈 수 있는 그런 좋은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진짜 교육이 아닌가? 내가 본 미국의 명문 대학생들은 너나 없이 운동에 열심이었다. 학교 체육관은 언제나 붐벼 기구 이용이 항상 어려울 정도였다. 아무도 강제하지 않지만 체력 단련에 대한 인식과 습관이 어릴 때부터 잘 길러진 결과이다.

다행히 올해 초 교육부가 발표한 시안에는 체육을 분리해서 필수화하는 방안이 발표되었다. 그런데 시안 발표 뒤의 언론의 소동이란 해프닝이 있었다. 주로 학부모들의 반발을 소개한 보도들인데 학생들에게 수업 부담을 가중시키는 반교육적 처사라는 것이다. 나는 절망했다. 그 학부모들의 수업 부담 반발은 학교 빨리 끝내고 학원 보낼 시간을 달라는 반발에 다름 아니었고, 참교육이 실종된 그런 태도들을 질타하는 언론은 어디에도 없었다. 교육열은 높지만 그 바탕의 철학적 수준은 형편없이 낮은 교육 후진국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고나 할까?

과거 나의 학생 시절 체육수업은 파쇼 스타일의 교사 때문에 얼룩졌던 기억이 더 많았고, 체육시험이다, 체력장이다 해서 개인의 운동 능력을 도외시한 기계적인 평가 때문에 이건 아닌데 하는 회의를 가졌던 적도 많았다(난 종합 성적에서 한 번도 만점을 못 받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체육수업에 대한 평가가 운동 능력과 기능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자기 신체 조건과 특성에 맞는 운동 노력의 여부-심지어 장애 학생까지도-에 두어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체육수업은 여건과 운영 면에서 개선되어야 할 측면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들이 불비했던 과거 세대에게도 고3까지 주 3시간의 체육수업이 있었던 것은 그 자체만으로 지금 아이들과 비교할 때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이번 교과과정 개편으로 아이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의 일부를-시간도 적고 고3의 체육수업은 여전히 난망하다- 되찾아 주었다는 보람이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교육당국자와 현장의 교사들, 그리고 무엇보다 학부모들의 올바른 교육 철학이 만들어 내야 할 진짜 교육의 길은 첩첩산중이다. 그 중에서 우선 아이들에게 즐거운 체육수업을 향유시키는 데서부터 출발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