樂山樂水란 論語에 등장하는 말로 仁者는 산을 좋아하고 智者는 물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이를 풀이하자면 지혜로운 사람은 변화에 민감해 변화의 상징인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변화하지 않는 自然의 상징인 산을 좋아하니 이를 합해 自然을 지혜롭고 어진 者의 표상이라 여겼다.

또한 산은 뭇 남성들에게 雄心과 氣魄을 길러주고 물은 항상 낮은 곳에 자리함으로써 겸손과 양보의 美德을 심어왔다. 이렇듯 自然은 우리에게 말없는 스승으로 세상의 理致와 인간의 道理를 가르치곤 했다.

와불산이라고도 불리우는 秋月山은 그 산세가 우아하고 사시사철 등산객이 끊이지 않아 지난 1984년에는 국민관광단지로 지정된 담양의 대표적 명산이다. 전라남도기념물 제4호이자 전라남도 5대 명산 중의 하나로 꼽히는 이 산은 수많은 樹林과 奇巖怪石, 깎아지른 듯한 石壁이 城郭처럼 둘러있고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담양호와 주변 풍경 또한 장관이다.

이 秋月山이 근래들어 수난을 당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무지한 人間들이 함부로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가 하면 등산로 곳곳에는 앙상한 뿌리를 땅위에 드러낸 채 신음하고 있는 수목들이 제법 눈에 띈다.

나아가 관계당국의 관리능력 부재 또한 명산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짓밟는다. 등산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요소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음에도 예산타령만 늘어놓고 손댈 생각을 않는다. 이쯤되면 仁者의 어짐도, 智者의 지혜로움도 찾을 길이 없다. 느껴지는 것은 오직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秋月의 안타까운 모습뿐이다.

人間은 自然의 일부이며 自然과 더불어 호흡하고 自然의 품속에서 자라간다. 어머니처럼 포근한 모습의 秋月山이 항상 우리 곁에 있으리라는 것은 순진한 착각이다. 우리 스스로가 사랑하고 보호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秋月은 차가운 모습으로 우리로부터 등을 돌리고 말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등산로 어귀에서 만난 진짜배기 산사람의 한마디가 여운을 남긴다. “많은 산들을 다녀봤지만 추월산처럼 좋은 산이 어디 있다요!”/한명석(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