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개혁세력은 김대중 정권 이후 두 번 집권했다. 그것은 장장 50년 동안 이어져온 군사독재세력의 집권연장 획책을 끊어버린 지 이제 10년 밖에 안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군사독재세력은 반세기를 통치하면서 수없이 말을 바꾸며 자신들의 목숨을 끈질기게 이어 왔다. 종국에는 민주세력의 리더 중 한 명이었던 김영삼을 빌려 쓰는(?) 편법도 마다하지 않았다.
따라서 감히 나는 민주개혁세력의 시대는 이제 시작됐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 김대중 정부에 민주화세력의 1진이, 노무현 정부에 그 2진이 투입됐다. 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정답은 아니었다. 따라서 여전히 우리 사회는 많은 구조적 과제들을 안고 있다. 남북의 불안한 대립체제와 계층간의 양극화된 경제구조, 이를 극복해 나갈 비전의 부재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지난 5년간 보수언론은 집요하게 386을 공격했다. 물론 1진과 2진에 투입된 386은 어떤 비판이라도 달게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정치적 야욕을 위해 87년을 정점으로 성장한 세대들을 안면몰수한 채 매도한다는 것은 ‘6?8세대 없는 유럽’이 가능하다고 얘기하는 것처럼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국민들은 민주개혁세력의 3진이 나오길 바라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아니, 우리는 그렇게 눈을 떠야 한다. 노무현 정권이 비록 지지자에게는 외면을, 반대자에게는 조롱을 당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바로 민주개혁세력의 위기일 수는 없다. 그것은 그야말로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한국 정치사의 큰 흐름은 50년 군사독재의 시대를 자연스럽게 마감시켰고, 또 다른 50년 민주개혁 시대의 시원(始原)을 열었다. 지금은 그로부터 단지 10년이 지난 시기일 뿐이다. 비록 많은 문제를 여전히 안고 있긴 하지만 민주개혁세력은 그 동안 군사독재 하에서 왜곡되고 굴절된 것들을 바로 잡으며, 아울러 수구세력의 악의적인 발목잡기도 감내하며 여기까지 왔다.
어디 그뿐인가. 가나안으로 가는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잠시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 차라리 이집트로 돌아가 노예생활을 하는 것이 낫겠다며 모세를 괴롭힌 것과 같은 풍경이 우리 주변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1진과 2진을 거치면서 그래도 대한민국이 내면적으로 더욱 성숙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이제 지나간 시대의 향수를 걷어버리고 새로운 희망의 비전을 찾아야 한다. 그런 마음들이 모여야 ‘제3의 지도자’가 보일 것이다. 아울러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들도 좌고우면하지 말고 과감히 앞으로 나서야 한다. 전근대적 향수에 젖어있는 수구세력도 아닌,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1진과 2진도 아닌, 제3의 미래세력이 나서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지금 과거의 향수를 집권의 밑천으로 삼는 지도자와 경쟁할 그런 후보를 찾는다. 그 사람은 분명 물맷돌로 골리앗을 쓰러뜨린 목동 다윗과 같이, 큰 바위 얼굴과 같이 우리 가까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깨어나 이런 후보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2007년 대선의 진정한 의미이자 다이나믹 코리아(Dynamic Korea)의 참모습일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