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기본적인 노후복지를 마련하기 위해 시행한 국민연금이 19년이 흘렀다.
그러나 그동안 저출산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사회경제상황이 많이 변화했기 때문에 이러한 사항을 반영하기 위하여 재정안정화를 포함한 국민연금 개혁법안을 3년 전인 2003년 10월 국회에 제출하였다.
그리고 지난해 11월에서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고 아직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현재 연금법개정에 관한 각 정당 간 주장하는 바와 이해관계가 조금씩 다르고, 또 공무원 등 특수직역연금 개혁안과도 맞물려 있어 법사위에서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제도는 국민의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사회보장제도로서 여야 간의 이해와 관계없이 국민의 복지안정 측면에서 조속히 통과되어야 한다.

이번 연금법 개정안의 주요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현행의 저부담-고급여 체계를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로 바꾸어 재정안정화를 기하고자 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다. 즉 40년 동안 가입할 경우 지급하는 급여수준을 현행 평균소득액의 60%에서 2008년부터 50%로 낮추고, 연금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0.39%씩 높여 12.9%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내용이다.
이밖에도 연금제도 개혁안에는 여성의 수급권 강화를 위한 출산크레딧제도 도입과 급여중복조정제도의 개선, 고용보험의 구직급여와 노령연금의 동시수급, 분할연금 수급권 강화, 부양가족연금의 인정대상자 범위확대, 장애연금 수급조건 확대 등 국민불편사항을 개선한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국민연금은 다른 제세공과금과는 달리 나중에 자신이 분명히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인데도 불구하고 현재 젊은 층들은 자신이 노년이 되었을 때는 연금을 못 받게 될지도 모른다고 막연히 불안해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은 기금고갈 문제에 대한 오해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사실 기금고갈 문제는 최초 국민연금제도를 설계할 당시부터 제도의 내용에 이미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당시에 보험료 3%에 급여수준 70%로 저부담-고급여체계로 시작하였는데 이렇게 국민연금이 보험료 부담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체계를 도입하게 된 이유는 제도초기 단계에 가입자들의 제도순응성을 제고하고, 세대간의 소득재분배 도모와 공무원 등 특수직역연금 급여수준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부담-고급여로인해 발생되는 기금부족부분은 미래세대에게 어느 정도 부담하도록 제도를 설계한 것이다. 왜냐하면 현세대의 가입자들은 노부모 부양과 자신의 노후대비를 둘 다 해야 하는 이중부담을 지고 있는데 비해 미래세대는 자신의 노후준비만 하면 되기 때문에 앞 세대의 부담분의 일정액을 떠맡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과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고령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어 경제활동인구는 줄고 노령인구가 급증하는 등 사회경제적 여건이 제도설계 당시에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변화되어 불가피하게 당초의 계획을 일부 수정하여 제도개혁시기를 앞당기게 된 것이다. 현재세대에게 지나치게 관대하게 설계된 현행 저부담-고급여 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지금 당장에는 많이 받아 좋을 수 있으나 미래세대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주게 된다.
급속한 저출산현상과 인구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한 시간적 여유가 너무 없으며 이중 연금개혁은 가장 핵심적이고 시급한 개혁과제이므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국민연금이 국민에게 신뢰받고 한층 성숙한 제도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현재 법사위에 계류중인 국민연금 개혁법안이 조속히 처리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