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 인구통계는 인구늘리기 운동의 산물인 위장전입자까지 포함된 수치이고 실제 담양에 거주하는 인구는 4만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저녁 9시쯤이면 도심 상가는 불이 꺼지고 거리는 암흑으로 변한다.
지난 2월 18일 저녁 광주시 북구 용봉동 모 해물탕집. 얼른 둘러봐도 낯이 익은 담양사람들이 네 팀이나 눈에 띈다. 공무원도 있고 일반 주민들도 있다. 담양읍내 음식점이 아닌가 여겨질 정도로 담양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담양에서는 찾아오지도 않는 손님을 기다리다 지친 상가주인들이 힘없이 일어나 하나둘씩 가게문을 닫을 즈음, 이곳 광주에서는 담양손님들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 담양사람들은 무늬만 담양군민이고 실제 생활은 광주에서 하다보니 이같은 현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한마디로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되지 남 신경 쓸 필요 있느냐는 생각이다.
이같은 생각은 특히 공직사회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달 담양군직장협의회에서 회원들에게 조끼 한 벌씩을 나눠줬다. 회비에서 일괄 구입해 나눠준 것이다. 그런데 그 조끼를 광주에서 구입했다. 이유는 들을 필요도 없이 그저 분노만이 치솟을 뿐이다.
지역경제야 어찌되든 말든 그게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냐는 식의 행동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경우는 또 있다. 지난달 23일 군에서 주최한 노인 일자리 창출대회 발대식에 즈음해 참석자들에게 제공한 단복 역시 광주에서 구입했다. 이 역시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분노를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했다.
심지어는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복사용지까지 광주에서 사다 쓰는 부서도 있다. 이유는 부서장의 후배가 광주에서 관련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지금은 인사이동으로 부서장이 자리를 옮겼다. 앞으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담당직원은 호언하지만 이쯤되면 더 이상 말이 안나온다.
혹자는 이런 변명을 늘어놓는다. 담양에서 구입하면 품질이 떨어진다고.
정말 웃기는 이야기다. 담양에 제조공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담양업자들도 광주에서 구입해오는데 무슨 품질타령. 억지소리일망정 광주에서 구입해야 떡값이라도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일부 주민들의 표현이 오히려 솔직하지 않을까?
물론 가격 면에서 다소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가격을 맞춰서라도 주문을 받고싶어 하는 지역업체도 많다. 적어도 지역업체에 한번쯤 "광주에서는 이 가격에 해준다는데 그 가격에 맞추어 납품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지역업자의 하소연이다.
여느 농촌지역 자치단체가 그러하듯이 인구늘리기 운동의 저변에는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명제가 깔려있다. 담양에 실제 거주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늘려 상가도 활성화시키고 소비도 늘려가며 오순도순 잘 살아보자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인구늘리기 운동은 위장전입자를 양산하는 방식이 아닌 실 거주자를 늘리는 운동이 되어야 하고 그 선봉에는 군청 공무원들이 서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
해남군에서는 본인 거주지와 상관없이 가족이 외지에서 생활하는 공무원에게는 인사상 불이익을 주었고 반대로 관내에 가족이 거주하는 공무원은 우대했다. 관내 학교에 자녀를 진학시키는 공무원 역시 인사상 이익을 주었고 반대의 경우 불이익을 주었다고 한다. 해남에 명문고가 육성된 이유가 단지 장학금만 쏟아 부었기 때문이 아니었음을 반증해주는 대목이다.
대다수 담양군민들은 아직도 공무원들을 사랑한다. 그리고 고향에서 서로 부대끼며 함께 살고 싶어한다. 그러나 대다수 공무원들은 아마도 이들을 멀리하고 싶은 모양이다.
어쩌면 정말로 담양군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뇌리를 스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