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참으로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5.31 지방선거를 통해 민선4대 군수로 취임한 이정섭 군수의 첫 월급이 압류가 되었다는 믿기지 않는 소식이었다.
선거를 전후해 시중에 이정섭 당시 군수후보가 빚이 많다는 소문이 간헐적으로 떠돌기는 했으나 이번 사건으로 감춰진 비금융권 채무까지 드러남으로써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이 군수는 후보등록 당시 신용카드 연체금을 비롯한 상당액의 본인채무를 신고하지 않고 감추고 있다가 당선된 뒤 선관위 조사를 통해 들통 남으로써 급기야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이번에는 채무관계로 전라북도에 소재한 모 사료회사로부터 월급을 압류당하는 사태까지 발생함으로써 선관위에서도 미처 파악 못했던 새로운 채무사실이 또 드러나게 됐다.
이 문제는 의당 선관위에서 철저히 조사하여 검찰에 추가수사를 의뢰할 것이고 수사결과 고의로 채무를 감춘 사실이 입증되면 선거법상 5대범죄 중 하나인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되어 법원 판결에 따라 당선이 무효가 될 수도 있다.
선거기간동안 “우리군민 모두 함께 잘 살아보자”며 “자신은 절대 거짓말하지 않겠다” “고 외쳤던 사람이 철저히 군민을 속이고 유권자를 기망한 사실 앞에서는 실로 경악을 금치 못할 뿐이다.
선관위에 의해 밝혀진 본인과 직계비속 채무 중 신고하지 않고 누락시킨 채무는 본인 신용카드 연체금을 포함한 대출금 4천여만원과 직계비속 채무 3억5천만원 등 도합 3억9천여만원에 이른다 하나 시중의 소문은 “조사해보면 이보다 훨씬 많이 나올 것”이라고도 한다. 또 이번에 밝혀진 사료회사 채무처럼 드러나지 않고 감춰진 비금융권 채무는 얼마나 될지도 관심사다.
하기야 군수를 해보겠다고 나선 후보가 “저의 가족은 빚이 5억원이 넘고 거의 파산지경입니다”라고 발표했으면 누가 표를 찍어줄 것이며 과연 군수후보로 인정이나 했겠는가 하는 점에서 일말의 동정심도 생기지 않는 바는 아니나 5만 군민의 삶과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막중한 자리를 맡겠다고 자처한 군수후보의 행동으로서는 그다지 바람직스럽지 못한 행동임에는 틀림없다.
이 군수는 이 외에도 읍장 재직시절 행한 기부행위가 들통나 경찰의 수사를 받았으며 이 군수측 선거운동원 상당수도 상대후보 비방, 허위사실 유포 등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현재 사법기관에 고발된 상태다.
‘어떻게 하든지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앞뒤 가리지 않고 불법, 탈법을 감행하고 또 그것이 묵인된다면 온 국민이 염원하는 공명선거 실현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고 이렇듯 믿을 수 없는 사회지도층이 저지르는 일탈행위가 일상화되면 자칫 일반 주민들에게까지 부정적인 영항을 미칠 우려가 크다. 많은 주민들이 ‘법과 양심대로 정직하게 살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점차 규범의식과 도덕성을 잃어 갈 수도 있다는 경고에 다름아니다.
도덕성이 상실되고 신뢰와 규범이 무너진 사회를 상상해보자. 그 사회에서 무슨 비전을 찾을 수 있으며 어떤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유교의 최고 경전으로 일컫는 사서삼경 중 ‘대학’에 이르기를 ‘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 했다. 무릇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논하고자 하는 자는 먼저 자신의 몸을 닦고 가정을 잘 거느려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가계경영을 엉망으로 해 자신과 가족은 엄청난 빚더미에 눌려 끙끙대면서 어떻게 5만 군민의 살림살이를 책임지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노블레스 오블리지’란 말도 있다. 고상한 지위에 있는 사람은 그 지위에 걸맞는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도층의 사회적 책임과 도덕적 의무를 강제하는 것으로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가에서는 당연한 규범으로 인정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이 있다. 그러나 더럽혀진 윗물이 맑아질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만도 없다. 맑지 못한 윗물은 맑은 물로 갈아주어야 한다.
요즈음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시민단체들은 불의에 저항하고 사회 비리를 고발하는 주체가 되고 있다. 시민들이 나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을 감시하고 사회적 책임의식과 도덕성을 일깨워 주는 일을 해야 한다. 사회지도층인사들이 진정한 노블레스 정신을 갖게 되고 실천할 때, 우리 사회의 규범과 도덕성은 회복되어 질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 의식있는 시민들이 앞장서야 한다. /한명석 局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