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담양은 대도시에 인접한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생활권과 생활패턴이 도시화되고 이는 군민들로 하여금 고향에 대한 애착심을 약화시켜 지역발전을 위한 군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큰 어려움으로 작용해왔다.
사통팔달의 도로망은 인근 대도시인 광주와의 시간적·공간적 거리감을 한층 더 감소시킴으로써 교육·문화·경제를 포함한 거의 모든 분야가 도시로 빨려드는 삼투압 현상이 초래되고 있으며 사정이 이렇다보니 공무원을 위시해 지역의 엘리트층에 속하는 사람들은 보다 나은 환경을 좇아 앞다투어 도시로 나가고 남은 사람들 역시 상대적 위기감 속에 기회만 되면 도시로 나가려는 생각을 안고 사는 게 작금의 지역현실이다.
정치적 성패의 여부가 갈등요소에 대한 정확한 포착과 이에 대한 적절한 제도화 과정에 달려있다고 강조한 정치학자 샤트슈나이더의 견해는 “위기 속에 내포된 위험을 지혜롭게 잘 극복한다면 곧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지혜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 군이 지리적 여건 등 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는 반면 이같은 위기를 내부단결과 군민화합이라는 내적 노력을 통해 극복하고 내포된 잠재력을 촉발시켜 지역발전의 기폭제로 삼는다면 이는 곧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상당수 지역민들이 현 시점을 지역의 위기라고 생각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곧 지역발전을 앞당기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가설이 성립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절실히 필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목표 실현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다.
따라서 군민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향후 4년 동안 지역 발전을 위한 일련의 계획들을 착실히 실행해나감으로써 담양군의 새로운 시대를 견인할 수 있는 책임 있고 유능한 인재들을 선출해야 한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선거공영제와 의원유급제 등 변화된 정치 환경으로 인해 수십 명의 후보자들이 난립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더욱 선택에 신중을 기해서 옥석을 가려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유급에다 정당공천까지 하는 마당에 함량 미달이 당선되는 사례는 더 더욱 없어야 한다.
그러나 선거법 개정 이후 드러난 지역정치판의 현실은 다소 심하게 이야기하자면 개그 수준에 다름 아니다. 상당수 입지자들의 면면을 살펴보건대 뚜렷한 비전이나 정책도 없이 ‘정당공천 = 당선’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젖어 오로지 정당 공천에만 매달리고 있는 모습은 한심하기 이를데 없다. 이런 기현상들은 '과연 우리에게 있어서 진정한 지방자치와 풀뿌리 민주주의가 가능 한 것인가'라는 회의감마저 들게 한다.
무릇 지방정치는 ‘일사불란’을 요구하는 중앙정치와는 달리 다양성이 존중되고 생활이 우선되어야 하며 이러한 생활정치는 정치권의 입김보다는 지역민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역민이 선택하면 정치권이 힘을 실어주는 형태가 바람직한 지방자치 구도다. 아울러 입지자들도 지방자치 시대에 걸맞게 지역문제에 대한 자신의 역할을 찾고 지역발전을 위한 비전이나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머리에 든 것 없이 목소리만 높여서 될 일도 아니고 옛날처럼 돈으로 표를 살 수도 없으니 더욱 그러하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은 바로 주인의식을 갖고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지역주민들이며 따라서 군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중추적인 역할 담당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필수요소라고 할 수 있다.
군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그리고 활발한 감시와 검증을 통한 선거야말로 군수와 군의회 의원들은 물론 담양군의 모든 구성원들이 네트워크화 되는 로컬거버넌스를 구현하는 소중한 밑거름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군민들은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정치 지망생들을 평가하는 나름대로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 먼저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관찰력과 지적능력을 갖춘 인물을 가려내야 한다. 이어 투철한 주인의식과 도전의지가 분명한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참고로 중국의 성인 주자(朱子)가 말한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소개한다. '관대하면서도 엄격함이 있어야 한다. 부드러우면서도 매듭짓는 것이 분명해야 한다. 꾸밈이 없으면서도 거칠거나 무뚝뚝하지 않고 공손해야 한다.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있으면서도 조심스러워야 한다. 점잖으면서도 속이 단단해야 한다. 정직하고 솔직하면서도 남의 결점을 들춰내지 않고 냉혹하지 않아야 한다. 대범하면서도 요점을 잘 파악해야 한다. 무슨 일에나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도 만용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 용기와 신념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 /한명석(편집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