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상황이 6.5 전남도지사 보궐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이어서 최군수의 행보를 둘러싸고 온갖 억측이 난무하기도 했다.
사실 최군수는 지난해 4.15총선을 앞두고 우리당으로부터 줄기차게 입당권유를 받아왔지만 총선에 미칠 영향을 감안, 입당을 유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이 끝난 다음달 최군수는 조충훈 순천시장과 함께 우리당에 입당했다. 당초에는 이석형 함평군수도 함께 입당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웬일인지 이석형 군수는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시 최군수는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당 입당 결정을 내리기까지 그동안 많은 고민을 했다"며 "우리 정치의 현실에서 자치단체장은 당적을 갖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정치적 소신은 지금도 변함이 없지만 현재의 법과 제도가 완전한 지방자치를 실현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에서 성공적인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서는 현 참여정부가 추구하는 지방분권과 지역혁신 가속화에 동참할 필요성을 느껴 우리당 입당을 결심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하지만 최군수의 실질적인 속내는 다른 곳에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최군수의 입당배경을 둘러싸고 무수한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사실은 그동안 무소속 군수로서 군정을 이끌다보니 현실적으로 여러 측면에서 난관에 봉착했던 적이 많았고 특히 지역발전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절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지역발전을 앞당기고 원활한 군정을 펼치기 위한 포석이 깔려있었다는 판단이 우세했다.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군수가 "당적이 없으면 정치적으로 여러 눈치 보지 않고 지역민의 안녕과 지역발전에만 매진할 수도 있겠지만 보다 넓고 깊게 생각해 보면 지방분권에 관한 정책기조가 확실하고 힘까지 있는 여당에 들어가는 것이 오히려 지역발전과 경쟁력 확보에 훨씬 이익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며 "힘있는 여당에 들어가 우리군의 현안과 사업들을 더욱 잘 해결하고 탄력 있게 추진되도록 열심히 일할 각오가 돼 있으므로 군민여러분의 보다 많은 애정과 성원을 바란다"고 당부함으로써 그 속내를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최군수는 집권여당에 입당함으로써 지역발전에 많은 도움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음이 분명하고 아울러 군수가 추진하고자 하는 시책분야에도 큰 힘이 실릴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최군수의 이같은 예상과 판단은 1년여의 세월이 흐른 지금 상당부분 빗나가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일정부분 덕을 본 것도 있지만 민주당 국회의원과 도지사, 절대다수의 민주당 도의원, 군의원이 포진하고 있는 지역실정을 감안하면 최군수의 우리당 입당이 지역발전과 원활한 군정을 펼치는데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최군수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생각을 갖고 우리당에 입당했던 하승완 보성군수가 지난 6일 우리당을 전격 탈당했다. “대다수가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으로 구성된 군의회와의 유기적인 관계설정을 통한 원만한 군정수행을 위해서 당분간 당적을 갖지 않기로 했다”고 탈당사유를 밝혔다. 현실적으로 ‘적과의 동침(?)’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대변해주고 있는 대목이다.
물론 저변에는 다른 이유들도 상당수 깔려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인 신중식 의원이 금명간 우리당을 탈당하고 민주당에 입당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고 무소속 군의원들의 민주당 입당이 초읽기에 들어가는 등 지역민심이 점차 민주당으로 돌아서고 있는 분위기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는 하군수의 입장에서는 굳이 현실정치나 민심을 거슬러가면서까지 우리당 당적을 보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낳게 한다.
실제로 하승완 군수의 우리당 탈당에 대해 보성지역 몇몇 기자에게 지역여론을 묻자 지역민들은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당연한 결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머지않아 민주당에 입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도 했다.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곁들인 한 기자는 “하승완 군수가 개인적으로 많은 군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지역민심은 민주당에 쏠려있어 우리당 당적을 보유한 군수로서는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하군수의 탈당은 결국 자신을 지지하는 군민들의 거센 요구를 뿌리치지 못하고 받아들인 것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어찌됐든 하승완 보성군수의 우리당 탈당이 현실정치에 시사하는 바가 크고 같은 처지에 놓여있는 최형식 군수에게도 직,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정가는 물론 군민들도 향후 최군수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찌감치 하승완 군수의 뒤를 이어 최군수의 우리당 탈당을 점치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한편에서는 더 나아가 최군수의 민주당 입당까지 내다보는 사람들도 있다.
자고로 정치는 현실이며 생물과 같은 것이어서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 정설이지만 입당 1년여만에 다시 탈당한다는 것도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겨주는 것이어서 재선을 염두에 둔 최군수로서는 이 시점에서 단연 장고(長考)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이 최근 불거진 불법도청사건과 DJ의 입원으로 이어진 혼란스러운 정국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청와대와 우리당으로 쏠리고 지역민심이 이들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는 실정을 감안할 때 정치적 뿌리를 동교동에 두고 있는 최군수로서는 고뇌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지역정가의 공론이다.
아무튼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최군수가 현 우리당 당적을 보유하고 선거에 임할 것인지, 당적보유를 포기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인지, 아니면 지역민심을 따라 민주당을 선택할 것인지는 개인의 판단에 달렸지만 군수는 개인차원을 떠나 군민의 대표성을 띤 공인이라는 점에서 현명한 선택이 뒤따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한명석 局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