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우리나라 지방의정 현실은 의회 내부의 크고 작은 문제점과 주민의 무관심 등으로 인해 찬사보다는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자치 부활 이후 긍정적인 측면은 지방의회가 민주적 논의절차를 통해 공개행정과 책임행정의 기초를 마련하고, 불합리한 조례의 개폐와 민원해결을 위한 노력 등 집행부의 견제 감시기능을 수행하게 되었다는 점과 함께 신진 정치엘리트를 양성하는 충원경로로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반면에 지적을 낳고있는 부정적인 측면은 전문성 결여로 인한 자질시비와 각종 이권개입에 따른 품위손상, 자영상공인들로 과다 대표되어 나타나는 편향적 사고와 폐쇄성, 중앙정치의 예속과 자치사무의 협소 등으로 인한 무력감 등이다.
지방의회가 1대, 2대, 3대를 거치는 동안 수준 이하의 의정활동과 자격미달인 지방의원의 추태는 항상 언론에 의해 비판의 표적이 되어왔으며 일부지역 기초의회의 경우 '무용론(無用論)'이 일반화 될 정도로 심각한 현상을 보여온 것도 사실이다.
전체가 다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비전문적이고 불성실한 의정활동과 부도덕하고 몰염치한 의원의 행태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놓는다는 속담처럼 몇몇 기초의원들의 추태가 의회전체를 욕보이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지역에서 유지 노릇을 하다가 자질과 인격에 대한 검증도 없이 의회에 진입한 사람들이 많다보니 그것도 벼슬이라고 공무원과 지역주민들 위에 군림하려 하고 사익을 추구하느라 눈이 벌개 있다. 도대체 의회의 기능이나 의원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으니 이같은 추태가 부끄럽지도 않고 반성할 줄도 모르며 자정(自淨)할 생각조차 못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대망의 을유년 새해를 하루 앞둔 구랍31일 군의회 신모의원이 절도 및 여신전문업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보도에 따르면 신 의원은 구랍30일 오후 3시경 관내 모처 공사현장에서 작업중이던 강모씨의 화물트럭에 몰래 들어가 지갑을 훔치고 지갑속에 들어있던 신용카드를 사용하다 붙잡혔다. 신의원은 훔친 카드로 광주 모 백화점에서 물품을 구입하고 몇시간 뒤 또다른 백화점에서 물품을 구입하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광주서부경찰서로 연행됐다.
신의원의 이같은 행위를 둘러싸고 의회는 물론이고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도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신의원의 도벽이 이미 도를 넘어서 병적인 상태에 이르렀다"며 의원직 사퇴를 강력히 요구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유를 막론하고 이번 신의원 사건은 군의회는 말 할 것도 없고 5만여 담양군민의 명예와 위신을 손상시킨 중대한 사건으로 반드시 응분의 책임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담양군의회 의원윤리강령 제5항에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우리는 公人으로서 우리의 모든 公ㆍ私行爲에 관하여 郡民에게 언제든지 분명한 責任을 지는 民主議政을 이룩하는데 最善을 다한다.'
먼저 군의회는 의원윤리강령에 입각하여 의회를 소집하고 진상조사와 함께 이에 상응한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 기우일지는 모르나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동료의원 감싸기 식의 조사나 형식적인 조치는 의회 스스로 위상을 추락시키는 행위이며 이같은 행위는 곧 엄청난 군민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양식있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자정운동을 벌여 신뢰하고 존경받는 의원상을 정립하기 바란다.
다음으로 지역주민들도 미꾸라지를 웅덩이에 풀어놓은 '무관심'에 대한 반성과 함께 지역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의원직 사퇴를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더불어 다시는 이런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의원후보에 대한 철저한 자질검증과 함께 신중한 선택을 해주기 바란다.
몸에 맞지 않는 의복은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뿐 자신이나 주변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법이다. 물론 당사자 입장에서는 여러 변명도 있을 수 있겠지만 신의원 또한 그간의 행위에 대한 깊은 뉘우침으로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하고 자중하는 자세를 취함으로써 의회와 동료의원 그리고 지역주민들에 대한 도리를 지켜주기 바란다.
이 글을 쓰면서 마음이 심하게 우울해지는 것은 결코 짜증스러운 날씨 탓만은 아닌 것 같다. 사회적 지위와 신분이 높은 사람이 진정으로 존경받는 사회는 과연 헛된 꿈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