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 관료사회에는 청렴도를 가르는 기준으로 사불삼거(四不三拒)라는 불문율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온다.
부업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일불(一不)이다.
영조 때 호조의 서리(書吏)로 있던 김수팽이 어느날 혜국의 서리로 있는 동생 집을 들렀다가 마당에 널려 있는 항아리에서 염색즙이 넘치는 것을 보고 동생을 매로 치며 “우리 형제가 더불어 國祿을 먹으면서 이런 영업을 하면 저 가난한 백성들은 무엇으로 생업을 삼으란 말이냐”하고 그 염색물을 쏟아버렸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재임 중 땅을 사지 않는 것이 이불(二不)이다.
살림에 무심한 윤석보가 풍기군수로 있을 때 이야기다. 고향에 두고 온 그의 처 박씨가 굶주리다 못해 시집올 때 입고 온 비단옷을 팔아 채소밭 한 뙈기를 샀다. 윤석보는 이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조정에 사표를 내고 고향으로 내려가 부인이 산 땅을 물리고는 대명(待命)을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다음으로 집을 늘리지 않는 것이 삼불(三不)이다.
대제학 벼슬을 하고있던 김유는 서울 죽동에 집이 한 채 있었는데, 어찌나 비좁았던지 여러 아들들이 처마 밑에 자리를 펴고 거처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김유는 벼슬을 그만둘 때까지 비좁은 집에서 식구들과 거처하며 결코 집을 늘리지 않았다고 한다.
사불(四不)은 재임 중 그 고을의 명물을 먹지 않는 것으로 조오(趙悟)가 합천군수로 있을 때 고을의 명물인 은어를 입에 대지 않았다는 일화에서 연유됐다.
웃사람이나 세도가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는 것이 삼거 중 일거(三拒中一拒)다.
중종 때 정붕(鄭鵬)이 청송부사로 재직할 당시 영의정이던 성희안이 청송 명산인 꿀과 잣을 보내달라고 전갈을 띄우자, ‘잣나무는 산에 있고 꿀은 민가에 있는데 府使된 자가 어떻게 얻을 수 있겠는가’하고 회신을 보내자 영의정도 부끄러워하며 사과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해온다.
청을 들어준 다음 답례를 거절하는 것이 이거(二拒)다.
사육신인 박팽년이 한 친구를 관직에 추천했더니 답례로 땅을 주려했다. 박팽년은 그 친구에게 땅을 찾아가든지 관직을 내놓든지 택일하라고 전갈을 보냈다는 이야기가 있다.
끝으로 삼거(三拒)는 재임 중 경조사의 부조를 일체 받지 않는 것이라고 쓰여 있다.
세월이 한참 흐른 지금에서야 이같은 先祖들의 敎訓이 모두 다 옳다고 단정짓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를 수 있고 일정부분 비현실적인 측면도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의 공무원윤리강령에 상응하는 사불삼거(四不三拒)의 敎訓은 古今의 경계를 떠나 올바른 공직자의 師表로 조금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지난달 27일 담양군 공무원의 대의기구인 공직협이 출범식과 더불어 공식 출범했다.
제3기 회장에 선출된 이동훈 회장은 이날 취임소감을 통해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리적으로 조직을 이끌어가겠다"는 다짐과 함께 "조직을 경시하거나 불편 부당한 사안에 대해서는 회원들의 힘을 결집해 투쟁할 것"이라는 소신을 강력히 피력했다.
지난 2000년 8월 불과 100여명의 회원으로 출범한 담양군공직협이 2기를 거쳐 3기에 이르는 동안 회원수가 무려 441명으로 늘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공직협에 대한 공무원들의 참여도가 높아진 것은 그만큼 공직협에 대한 공무원들의 관심과 기대가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동안 공직협을 이끌어온 1기, 2기 임원진들의 노고에 심심한 감사를 표하는 동시에 신임 이동훈 회장에게도 격려와 더불어 출마 당시의 초심을 깊이 간직하고 부디 변함이 없기를 당부한다.
무릇 공직협에 주어진 역할과 기능은 헤아리기조차 어려우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면 단연 맑고 깨끗한 공직풍토 조성일 것이다.
바라건데 공직협은 회장과 임원들을 중심으로 공직사회에 만연되어있는 나태와 편법, 무사안일주의 등 공직사회 발전을 저해시키는 요인들을 한시바삐 타파하고 주민들이 진정으로 신뢰하고 존경하는 공직자상 정립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모름지기 청렴한 공직풍토가 뿌리내려야만 공직협이 나아가고자 하는 소기의 목적도 쉬이 달성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아울러 힘들고 어려울 때는 항상 '사불삼거(四不三拒)'의 교훈을 되새기면서 先祖들의 지혜를 빌리기 바란다.
바야흐로 닻을 올리고 망망대해를 향해 힘찬 항해를 시작한 제3기 담양군공직협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이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