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의 지역경제가 피폐해 질대로 피폐해져 암담하기만 하다. 농촌지역이야 어느 곳이든 마찬가지겠지만 담양의 경우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지역경제 회생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나 처방이 마련되지 않는 한 가까운 장래에 담양의 존립 자체가 불투명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담양이 이처럼 심각한 존립 위기를 맞고 있는데는 농촌정책의 부재에 기인한 중앙정부의 책임도 크지만 그보다 큰 이유는 지역공동체 일원임을 망각한 상당수 공무원들의 의식 부족이다. 이른바 월급은 담양에서 타고 생활은 관외에서 하는 출·퇴근족들로 인해 지역 상권은 쇠퇴일로를 걷고 있다.
실제로 가장 활기를 띠어야 할 저녁시간대에 읍내 상가의 모습은 한산하기 그지없고 밤 9시가 조금 지나면 거의 철시상태에 이른다. 시가지 중심가에 사람의 왕래가 끊기다 보니 자연 소비활동은 위축되고 이는 또다시 상권의 괴사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올 담양군 총 예산 1,530억 중 12.7%에 달하는 187억여원이 공무원 급여로 책정 지급되고 있고 각급 학교와 기관 등에 종사하는 공무원들의 급여까지 합친다면 실로 어마어마한 금액이지만 이 금액이 다시 지역경제에 환원되는 비율은 극히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담양군 공무원은 566명. 1970년대 담양 인구가 10만명을 훨씬 웃돌 때도 이렇게 까지 공무원이 많지 않았다. 1971년 담양 인구가 11만2650명일 때 공무원은 314명이었으며 1980년 인구가 9만1174명일 때 공무원은 416명이었다.
지난해말 기준 담양의 인구는 5만1417명으로 71년에 비해 무려 절반이상 감소한 반면 공무원 수는 80%이상 증가했지만 주민들에게 돌아온 행정서비스의 기여도는 과연 어느 정도였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본지가 자체조사한 바에 의하면 군 공무원중 약 400명이 담양을 떠나 광주 등 관외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0%가 넘는 군 공무원들이 지역경제야 피폐해지건 말건 상관없이 도회지 생활과 여가를 즐기는 사이 지역경제는 최악의 상태에 빠져들어 이제는 헤어나올 엄두도 내지 못할 상황에 처한 바 이 책임은 과연 누가 져야 할 것인가.
먼저 담양을 떠난 사람들의 변명도 일리는 있다. 헌법에 명시된 거주 이전의 자유는 어느 누구도 침해할 수 없으며 자녀 교육, 주택문제 등등 담양을 떠나 살아야 하는 이유는 열거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많기도 하다.
그러나 또 한편 공무원은 국민에게 봉사하여야 한다는 내용도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만약 지역경제가 어려워져 주민들이 삶을 포기할 수준에 이른다면, 더 나아가 지역공동체가 무너지고 군의 존립자체에 위기를 초래한다면 그때 가서 어느 공무원이 과연 국민에게 제대로 봉사를 했다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
비단 군 공무원뿐만 아니라 직장만 담양에 두고 실생활은 타 지역에서 하고있는 분들, 주민들과 함께 더불어 살고자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공무원의 의무이자 지역사랑을 실천하는 길임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상당수 공무원들이 자녀들 교육을 이유로 광주에 나가 살면서 본인 주소만 담양으로 옮기는 이른바 빈껍데기 전입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 역 전입을 권한다. 실제로 담양에서 생활하면서 가급적 자녀들도 관내학교에 진학시킬 것을 권한다. 관내학교 진학이 정 내키지 않는다면 배우자와 자녀들의 주소만 광주로 옮기는 역 전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버스통학이나 학원 수강 등 다소 불편한 점이 따르겠지만 고향을 살리자는 대명제 앞에서 그깟 불편 감수 못한다면 말이 안된다.
담양을 떠났던 수많은 공무원이 다소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담양으로 되돌아온다면 담양의 인구는 말 할 것도 없거니와 주택문제 해결을 위한 건설경기도 활발해지고 더불어 지역상권도 활기를 띠게 될 것이니 지역경제 살리기 해법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해도 결코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와 병행해 행정에서도 실거주 공무원에 대해 급여와 인사에 확실한 인센티브를 부여해서 고향살리기 운동에 공무원이 앞장설 수 있도록 동기 부여를 해주기 바란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군 번영회 어른들을 중심으로 죽어가는 지역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공무원들에게 출퇴근을 자제하고 지역상가를 이용해달라는 내용의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이게 잘 안되면 출퇴근 시간에 맞춰 길목에 서서 침묵시위도 벌일 것이라 한다.
이 캠페인이 몇 안 되는 어른들의 침묵 운동으로만 끝날 것이 아니라 차제에 범 군민운동으로 승화되어야 할 것 같다. 위기에 처해있는 담양을 지키기 위해 말만 앞세운 고향사랑이 아닌 진짜 군민의 힘을 보여 줄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