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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함께 읽는 부부에세이 26회양윤덕(시인, 수필가/담양시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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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5.18  09: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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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자격증

요즘은 자격증 시대다. 집안 정리정돈 해주는 일까지 자격증이 있는 시대이니 자격증 직종은 이 시대의 중요 직업군이라 할 수 있다. 국가 자격증을 비롯해 민간 자격증 등 수백 개가 넘는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자격증 시대에 꼭 있어야할 자격증이 없나 싶을 때도 있다. 혹 이미 나와 있는 걸 나만 모르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배우자 잔소리 자격증이다. 아직 이것이 없다면 앞으로 이 자격증만큼은 꼭 있어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시도 때도 없이, 기준도 없이 해대는 배우자의 잔소리는 스트레스는 물론 부부싸움의 실마리가 되기 때문이다. 꿈같은 소리인지 몰라도, 가정문제 연구소 같은 곳에서 이런 자격증 발급을 시행해 발급받은 자에 한해서만 잔소리를 하게 하면 어떨까?

잔소리 자격을 갖추려면 자신부터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자신은 잔소리 듣는 것을 싫어하면서 상대에게 마구 잔소리를 해댄다면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누구나 완벽할 수는 없다. 배우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자율에 맡기는 게 좋을 것이다. 시시콜콜 지시하며 사사건건 잔소리를 해대는 일은 기분을 아주 망친다.

잔소리는 하는 쪽이나 듣는 쪽이나 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잔소리를 하기 시작하면 이미 배려심은 사라지고 끝없이 되풀이하게 된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 시키지 말라고 했는데, 자신은 듣기 싫어하면서 상대방을 향해서는 맘대로 지적을 해대니 그야말로 ‘내로남불’ 아닌가.

잔소리의 자격증을 좀 구체적으로 말하면, 종류와 기준, 횟수 등을 고려해서 초, 중, 고급으로 다루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아 그렇구나, 아, 그래 맞아, 아, 아, 내가 당신 마음 다 이해해” 하는 수준은 초급에서 다루어야할 항목이다. 그다음 중급이나 고급은 잔소리의 내용이나 범위, 등급 등을 꼼꼼히 연구해 잔소리 차단에 적극 나섰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자격에 걸맞지 않게 잔소리를 해대면 무면허 의사가 의료 행위를 하는 것과 같이 처벌을 받게 하고 싶어진다.

사실 이런 일을 사회적 함의로 만들어낸다는 것이 우스운 일이기는 하다. 기준도 모호하고. 각자 상황도 다르고, 심리상태도 다 다른 이 어려운 일을 어떻게 해낼 것인가? 하도 답답해 해본 소리다. 그러나 분명히 부부간 잔소리는 어느 정도 금도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지키라는 말은 부부간에 그대로 적용된다. 부부는 부부만이 지켜야 할 예의가 있다. 남이라면 넘어갈 수 있는 일도 부부이기 때문에 안 되는 일도 있는 것이다.

잔소리는 조그마한 소리가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크게 상하게 하는 요술이다. 어느 한쪽이 자기 유리한 대로 잣대를 들이대며 해대는 말이기 때문에 상대에게는 가당치 않은 일일 수 있다. 때로 초급의 수준도 미달인 사람이 고급 수준의 잔소리를 해대기도 하니 이를 어찌할 것인가.

자기 잣대대로 지적을 해대지만 자신에 대한 규칙은 하나도 없는 사람이 있다. 바로 자신이 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만든 규칙에서 벗어나면 사정없이 나무라고 휘두르는 사람이다. 최소한 그런 지적을 하려면 자신만큼은 그러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냥 자신의 마음에 거슬리니 자기 마음에 맞춰 살라는 것이다. 그때 상대 배우자도 그렇게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사람 마음은 다 똑같다. 그저 말하기 싫어서 안할 뿐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잔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내가 그 사람 마음에 그 만큼 채워지지 않는 부족함이 있다는 것 아닌가. 부부간에는 그 부족함을 서로 노력해서 극복해야 한다.

아마 내가 세상에서 가장 많이 잔소리를 듣고 사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만큼 내가 남편한테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인지 모른다. 그때마다 나는 내 부족함을 인정하고 “알았어요.” 하고 즉각 행동으로 옮기지만 다음에 또 그 일로 잔소리를 듣는다.

예를 들면 빨래건조대에 빨래를 널고 걷고 하는 일에 대해 남편은 꼭 뭐라 하며 지적한다. 나는 내 편한 방식이 있는데 남편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잔소리를 한다. 잔소리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남편에게 내가 잔소리할 항목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아니 내가 지적해야 할 점이 더 많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잔소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귀찮아 내가 일을 해버리고 만다. 남편의 신경을 날카롭게 하면 내 기분도 좋지 않을 테니까.

세상에서 가장 잔소리 안 듣고 사는 남편이 바로 내 남편이 아닌가 싶다. 나는 남편의 되돌아오는 잔소리가 더 무서워 되도록 입을 다문다. 남편도 나처럼 생각해주면 좋겠다. 그러면 서로 공평하게 사는 기분이 들고 행복할 것을.

그렇지만 가까이 살면 관심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잔소리를 하게 된다. 잔소리도 하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면 기분 좋을 것도 같다. 그러나 아니다. 자꾸 듣는 잔소리는 사람을 피곤하게 하고 짜증나게 한다. 잔소리를 하고 싶을 때마다 속으로 열을 세어보면 어떨까도 싶다.

그래서 억지로 생각해낸 것이 잔소리 자격증을 따게 해보자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잔소리에 신중해지고 덜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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