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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에세이 제11호/늦은 밤에양윤덕(시인·수필가/담양시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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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07  15: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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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새벽 3시. 문득 미안한 생각이 스쳐 안방에서 잠든 남편을 보러갔다. 옆자리가 텅 빈 채 홀로 잠든 남편이 새삼스러운 것도 아닌데 쓸쓸해 보인다. 내 빈자리를 향해 그의 생각이 웃자라다 홀로 잠이 들었겠지. 그의 팔을 베고 살포시 내 생각이 눕는다.

서재에서 밤늦도록 글을 쓰다가 새벽 3시에 안방 더블침대에 홀로 누워 잠든 남편을 보았다. 내 잠자리 쪽을 향해 새우처럼 허리를 움츠리고 홀로 누워 있는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진다. 순간 울컥했다. ‘꿈이 과하면 그 꿈이 햇살을 가려 현실이 시든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내가 글을 쓴답시고 남편과 함께 잠자리에 드는 걸 소홀히 했구나 싶어 미안했다. 가슴이 먹먹해져 멍하니 잠든 남편을 바라보았다. 안쓰럽고 짠한 마음에 손을 가만히 잡았다. 함께 마주 잡는 꿈처럼 잠결에 그도 내 손을 꽉 잡는다. 눈물이 그의 팔을 적신다. 남편이 잠결에 훌쩍이는 소리를 들었는지 놀란 듯 눈을 뜨더니 “여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하는 거였다. 나는 아니야 아무 것도, 빨리 자요.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말했다. 여보, 앞으로 함께 잘게. 미안해. 남편은 괜찮아 당신이 잠을 너무 늦게 자. 건강 헤치니 제 때 자. 내 등을 토닥였다. 서로의 가슴에서 연하디 연한 말이 자꾸 자라나온다. 따뜻한 기운을 전해주는 3월이 고스란히 이곳에 머물러. 내가 남편 팔을 베고 누워 ‘부부’를 다시 생각해본다. 부부의 다툼은 하루살이고, 하루를 살고 나면 어느새 또 하루살이가 태어난다. 하루살이가 하루하루 쌓여도 그 속에서 백 년의 정이 태어난다.

잠을 자려는데 문득 지난날이 스쳐갔다. 내가 한 때 수술 날짜를 받아둔 때였다. 다시는 집에 못 올 것만 같았던 때였다. 그때도 남편과 나는 서로 부둥켜안고 침대에서 많이 울었다. 수술실에서 영원히 다시 못 볼 것처럼 서로의 가슴이 눈물로 흥건히 젖었다. 수술실에 가기 전 어느 날 아침에 평소처럼 남편에게 마실 물을 갖다 주려고 먼저 일어나 주방으로 물을 가지러 갔다. 물을 한잔 들고 안방으로 들어서려는데 남편이 그때도 오늘처럼 그렇게 침대에 홀로 덩그러니 누워있는 모습이 클로즈업 되었다. 물을 들고 잠시 멈춰 섰다.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나는 마음을 추스르고 누워있는 남편에게 물 한잔을 건넸다. 그리고 다시 남편 팔을 베고 소원을 빌었다. 이 남자 곁에 오랫동안 머물게 해달라고, 건강하게 다시 돌아오게 해달라고, 간절히 정말 간절히 빌었다. 나 없는 세상에서 홀로 외롭게 잠자리에 드는 남편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남편도 나 없이 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당신은 당연히 건강해져 올 거야. 남편의 위로 탓인지 희망을 버리지 않은 탓인지. 소망은 이루어졌다.

나는 남편 곁에 나란히 누울 때면 아직도 설렌다. 처음 남편을 만났을 때 느낀 감정이 그대로 살아난다. 그래서 그곳은 내 집안에서 가장 중요한 내 자리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서로가 가장 행복한 시간을 갖는다. 함께 꿈을 꾸는 곳이고, 사이가 벌어졌던 마음을 한마음 한뜻으로 제일 쉽게 만들어가는 곳이다. 그야말로 사랑과 희망의 보금자리다. 남편이 없을 때는 그가 없는 그곳이 유달리 공허하다. 한번은 다투고 나서 남편이 내 자리에 독서대를 갖다 놓았다. 순간 가슴에서 불이 났다. 내가 가장 아끼는 소중한 그 자리에 내가 아닌 딴 물건을 놓다니, 섭섭한 마음이 불같이 일어났다. 당장 집어치우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울며불며.

지금도 남편은 곁에 내 베개를 가지런히 챙겨 놓는다. 그리고 내가 자신의 곁에 와서 눕기를 바란다. 어느 때는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그래서 하던 일을 덜 마치고 남편을 따라간다.

부부의 침대만큼은 하느님도 침범할 수 없는 성스러운 곳이다. 함께 잠자고 일어나 함께 밥먹으러 가는 곳이다. 그곳은 우리 둘이 아니면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공간이다. 둘이 있으되 둘이 아닌 곳이다. 그러니 혼자 있으면 눈물이 난다. 내게 있어 남편 곁은 가장 아름다운 꽃자리이고, 가장 편안한 명당자리이다.

나는 지금 나의 베개가 가지런히 놓여있는 그의 곁으로 간다. 새벽 3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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