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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에세이 제9호/함께 다닌 길양윤덕/시인·수필가(담양시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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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28  15: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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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며 살아있어,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살고 있는가?

나는 남편하고 다닌 길을 기억 속에 많이도 간직하고 있다. 산으로 난 등산로, 결혼식장으로 가는 길, 황하로 흐르는 강 위 비행기 길, 집 주변 산책로, 전국방방곡곡 여행길……. 모두 남편이 나와 함께 다니길 좋아해서 함께 다닌 길들이다.

시계를 자꾸 들여다보며 “여보, 출발 ……. 알았어요.” 초침과 분침으로 째깍째깍 그날그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던 시계바늘이 지금도 멈춤 없이 우리의 팔에서 “여보, 출발……. 알았어요.” 즐거운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다. 생각하면 할수록 아니 깊이 생각하면 할수록 어느 한쪽도 엇박자를 내며 멈추지 않고 같은 소리를 내어 신기하다.

혼자 나서는 길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해외로 발령이 나도, 축하의 자리도, 등산이든 어느 곳이든 남의 눈치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나를 챙기는 남편. 나하고 함께 동행하는 걸 좋아하는 남편 마음이 나는 마냥 좋아서 따라나선다. 어린 아이 같다. 귀찮다고 따라나서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다.

하지만 때론 그런 남편이 행여, 눈총 받을까 염려스러워 “여보, 나 때문에 불편하지 않아요?” 하고 그림자처럼 뒤로 살짝 물러서며 숨죽여 물으면 “당신 없이 나 혼자 무슨 재미로 가?” 되레 내가 괜찮으냐고 묻는다. 남편은 어디든 나와 함께하는 게 좋고, 나만 괜찮으면 아무렇지 않다는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남편이 중국 서안에 한국 현장사무소에 현장소장으로 발령 난 적 있었다. 발령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남편과 한 번도 떨어져 보낸 적이 없던 나는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동안 품었던 희망이 와르르 무너지려던 순간, 남편이 우리 부부가 그곳 숙소에 직원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아내서 함께 그곳에 머물 수 있게 된 일이 있었다. 절망이 희망이 되던 순간이었다. 남편은 늘 이렇게 나를 ‘희망’이란 곳으로 이끌어주었다. 그곳에서도 우리는 주말이면 꼭 함께 곳곳을 찾아다니며 관광을 했다.

마이크펜스 미국부통령이 하원의원 시절에, “아내를 제외한 여성과는 단 둘이 식사를 하지 않고, 아내 없이는 술자리에도 가지 않는다.” 고 밝힌 인터뷰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두말 할 것 없이 아내 입장에서 보면 멋진 남편이 아닌가, 미국에는 마이크펜스 미국부통령이 있다면, 정도 혹은 내용에 차이는 있겠지만, 내 곁에는 내 남편이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차오른다.

감동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결코 감동할거리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나는 늘 남편이 어딜 가자고 하면 좋아할 준비가 되어있다. 그리고 남편의 마음에 늘 감동할 준비가 되어있다.

남편은 집에서 스스로 멀리 벗어나지 못하는 나에게 새로운 세상과의 관계를 맺도록 중추적 역할을 해준다. 새로운 곳에서 더 높고, 더 넓게 생각할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 낯선 세상을 끊임없이 경험시켜준다.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외조를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둘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남편으로부터 세상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덤으로 잔뜩 안고 집으로 돌아올 땐 보따리를 펼쳐놓을 생각에 마음이 콩닥거리기도 한다. 이런 낌새를 안 남편은 흐뭇해한다.

정년퇴직을 하고 요즘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남편이다. 남편이 집에 있으면 지겹다고 친구들은 아우성이지만, 나는 되레 오랜 친구 하나가 옆에 온 것 같아 푸근하기만 하다. 언제나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고, 남편이 서예와 서각(書刻) 하는 모습을 사진도 찍고, 때론 책을 읽고 지식도 서로 나누며, 뉴스에 대한 내용에 의견도 나누고, 집 주변도 거닐며,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차를 마시며, 외로울 생각이나 부정적인 생각이 끼어들 틈도 없이 하루가 금세 간다. 수십 명의 친구보다 한 명의 든든한 남편이 최고라는 생각이 진정으로 든다.

그동안 마음속에 독풀처럼 무성하게 자리 잡고 있던 온갖 잡념들을 싹 갈아엎고 감동의 씨를 뿌릴 준비를 서두른다. 우리의 마음이 비옥한 땅과 같아서 감동도 씨 뿌리는 순간 금방 쑥쑥 자란다. 씨앗처럼 작은 감동을 심어 큰 행복으로 빚어내는 일에 우리 부부는 능숙하다.

“여보, 출발” “네 알았어요.” 초침과 분침이 척척 소리 맞춰 잘도 돌아간다.

숨 쉬며 살아있어, 우리에겐 함께 다닌 길이 있고, 함께하는 시간이 있어, 오늘 하루도 금보다 보석보다 더 소중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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