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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에세이-제3호/연인양윤덕/시인·수필가(담양 시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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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27  15: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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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다가 종종 보게 되는 장면이 있다. 나이에 상관없이 부부가 함께 손을 잡고 걷거나 다정히 이야기를 나누며 가는 장면이다. 왠지 연인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참 보기에 좋다.

버스를 타고 가다 앞자리에 앉은 여성이 전화로 나누는 대화 내용을 문득 들은 적이 있다. 집안 얘기며 아이들 애기를 하다 끝날 때쯤이면 “여보 나 사랑해?”하며 남편의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도 사랑해”로 전화를 끝내고 자신의 모습을 유리창에 비춰본다. 아직도 연인의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 부부의 모습이 봄날의 풋풋함으로 다가왔다.

나는 부부가 연인처럼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나이를 떠나 부부들의 미래가 밝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날 잠자리에서 눈을 떠 남편이 출근하고 옆에 없으면 허전하다. 그런 날이면 남편에게 “여보”하고 카톡을 보낸다. 그러면 남편이 “여보, 왜?” 하고 묻는다. 나는 “그냥”이라고 한다. 특별히 할 말이 없으면서도 그렇게 하고 나면, 남편은 “나, 일찍 퇴근할게, 어디 산책이라도 갈까?” 하고 대답이 돌아온다. 그런 날은 내내 행복하고 기분이 들뜬다. 마치 연애하는 듯한 감정에 사로잡혀 남편이 연인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남자친구한테 데이트 신청이라도 받은 듯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고, 덩실덩실 춤도 춘다. 화장도 하고, 어떤 옷을 입을까, 이 옷 저 옷 입어보며 한껏 부풀어 남편의 귀가 시간을 기다린다.

부부는 영원한 연인이어야 한다. 결혼해 살면 연애감정이 사라지지만 그래도 한때 부부는 연인이었다. 그러니 부부는 본질적으로 연인인 것이다. 지금은 그때의 연인은 아니지만 한시라도 곁에 없으면 허전해지는 오래된 연인이 되어있다. 그 시절 연인의 감정을 부부생활 안에 재현해 보는 일이 꼭 어렵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남편 앞에서 좀 철없는 행동도 해보이고, 나이도, 고지식한 것도, 고상한 것도 다 벗어던지고 그저 아무런 벽 없이 천진난만한 모습이 되어 보는 것도 좋다. 그런 부부만의 은밀함이 있어야 부부의 활력이 생길 것이다. 아무리 죽네사네 하며 결혼을 해도 시간이 지나면 무덤덤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부부만이 가진 원초적인 감정을 살리려는 노력은 해봐야 할 것이다.

부부로 살아가는 날은 길다. 그래도 내 주위에 수십 년을 권태를 모르고 살아간다는 부인이 있다. 그 이유는 남편이 지금도 자신에게 신사다운 면모를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늘 단정하고, 친절하고, 관심을 가져주고……. 어디 다닐 때도 늘 부부동반을 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자랑스러워 해주는 남편에게 자신도 자랑스럽고 변함없는 사랑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 남편인들 왜 단점이 없겠는가, 하지만 자신을 향해 마음의 문을 크게 열어주는 남편이니 다른 건 다 작아 보이더라는 것이다.

부부가 살면서 애틋한 감정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허전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상대를 위해 노력하며 살면 멋지게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메일매일을 연인처럼 살아가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부부연인의 날”을 함께 정해보면 좋겠다. 연인의 감정을 되살려 처음 만났을 적 시간으로 돌아가 보는 둘만의 행사로, 남편과 아내가 첫 만남의 기쁨을 둘이서만 가져보는 것이다.

부부는 검은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살아야 하는 소중한 인연이다. 운명적으로 하나로 묶여 있다. 그러니 매일매일 부부연인의 날처럼 애틋함을 키우며 살아야 할 것이다.

우주는 음과 양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우주의 중심은 부부다. 부부라는 음과 양의 힘으로 역사는 이루어진다.

강에 노니는 오리 한 쌍을 본 적이 있다. 오리들도 꼭 붙어 다니며 부부 연인을 지키는 것처럼 보였다. 그 적적한 강물의 시간을 둘이서 나란히 왔다 갔다 하니 순간순간 물무늬가 일렁인다. 저들이 그려가는 물무늬가 행복의 꽃무늬 같다. 인간 부부들이 그리는 생활 속 물무늬도 저렇게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양윤덕 약력 사항

시인, 작사가, 아동문학가, 강사, 담양읍 백동리가 시댁.

전북 군산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

1994년부터 다수의 문예지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할동을 시작했으며

계간 ‘시와 소금’ 신인상을 받았다.

동시집으로 ‘우리 아빠는 대장’ ‘대왕 별 김밥’, 시집으로는 ‘흐르는 물’, ‘배나무 가지에 달팽이 기어간다’ 가 있으며, 동시 ‘버드나무 할아버지’, ‘친구와 함께 걷는 길’이 동요로 작곡되어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18년도 경기문화재단 전문예술창작지원사업 선정 작가가 되었다.

20여년 동안 글쓰기, 독서토론, 논술지도를 하며 어린이들과 함께 했고, 현재는 동시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자 동시 창작과 동시 치유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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