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상장 서신정

전통과 현대적 디자인 접목해 채상의 대중화, 세계화 선도

채상의 기능보유자로 지난해 작고한 故서한규 장인은 김동연 옹으로부터 담양지방의 전통적 기법을 배워 중요무형문화재 제53호 명예기능 보유자가 되었고 제3대 기능보유자로 인정된 서신정 장인은 제2대 故서한규 명예보유자의 제자이자 딸로 다양한 작품 제작과 전승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본지가 채상을 천직으로 삼아 전통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서신정 장인을 담양읍 향교리 죽녹원 내 채상전수관에서 만났다./편집자 주

풍부하고 질 좋은 대나무 때문에 담양은 관광명소이면서 채반, 소쿠리, 바구니, 부채, 베개, 대자리와 같은 죽공예품의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채상은 전통 죽세공품의 정수로 예술성과 견고함을 갖춘 명품 살림살이로 인기를 끌고 있다.

채상장(彩箱匠)은 얇게 저민 대나무 껍질을 색색으로 물들여 다채로운 기하학적 무늬로 고리 등을 엮는 기능 또는 기능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채상은 고대 이래로 궁중과 귀족 계층의 여성가구로서 애용되었고, 귀하게 여겨졌던 고급 공예품의 하나였다.

채상은 대자ㆍ기스름ㆍ보통ㆍ피자ㆍ태웅 등의 종류가 있고 또 삼합ㆍ오합ㆍ칠합 등이 있다.

조선 후기에는 양반 사대부뿐만 아니라 서민층에서도 혼수품으로 유행하였으며 주로 옷, 장신구, 침선구, 귀중품을 담는 용기로 사용되었다.

채상에 대한 옛 기록을 보면 호남 사람들은 대를 종이같이 다듬어서 청색과 홍색 등 여러 가지 물을 들여 옷상자 등으로 썼다고 기록되어 있고, ‘옷상자는 호남의 담양이 가장 뛰어나다’는 기록도 있다. 이처럼 담양의 채상은 예로부터 뛰어남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플라스틱 제품이 범람하면서 단절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으나 민속공예로서의 가치가 높아 1975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해 보호하게 됐다.

채상장 서신정은 중요무형문화재 제53호 채상장 기능보유자다.

각종 공예 대전에서 상을 받으며 실력을 인정받은 서 장인이 1995년 아버지의 전수교육조교로 인정받으면서 채상 제작은 더욱 활기를 띠었다. 2000년부터는 채상의 현대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기본적 상자 형태 외에 가방, 방석요, 도시락, 접시, 쟁반, 부채, 액자, 브로치, 핀, 머리띠, 지갑 등 실생활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십수 가지 물품에 채상 작업 방식을 도입했다.

또한 채상을 99% 천연 염색으로 제작하는 방법도 연구했다. 이전만 해도 화학 염색이 주를 이뤄 채상 특유의 오묘한 색감을 내지 못했다고. 서 장인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옻칠한 채상도 개발했다. 옻칠 채상의 반짝이는 갈색 빛깔과 단단한 외형은 특히 외국 손님에게 인기가 높다. 물론 옻칠은 또 다른 전통 공예가에게 맡긴다. 문화재인 채상을 어느 한 과정도 설렁설렁 만들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채상 한 벌을 만들자면 열세 번의 과정, 수만 번의 손질이 필요해요. 대나무를 종이처럼 가늘게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색을 입힌 대오리로 수십 종의 무늬를 만들어내는 데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채상 하나에 약 5천 올의 대오리가 들어가니 정말 손이 많이 가는 공예품이죠.”

“30여년 동안 채상장인 아버지 밑에서 이 일을 배우면서 어떻게 하면 채상기법에 현대적 감각을 살린 디자인과 다양한 빛깔의 천연염색을 접목시킬 것인가를 고민해 왔어요. 채상을 응용한 현대적 감각의 생활용품을 선보여 채상을 일반인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서게 하고 싶은게 소망입니다.”

실제로 서 장인은 전통과 현대적 디자인을 접목해 채상 고유의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갖춘 수십여종의 생활용품을 출시해 호평을 얻고 있으며 지금도 끊임없는 연구와 작품 활동을 통한 채상의 대중화, 세계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서 장인은 지난 2014년 프랑스 루블박물관 초청 특별전을 비롯한 미국, 중국, 일본, 동남아 등 동서양 각국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채상 작품 전시와 시연회를 통해 한국 대나무 공예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왔다.

“몇 날 며칠을 공들여 완성한 채상 가격을 듣고는 많은 사람이 무척 놀라요. 너무 비싸다면서요. 전통 공예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전히 가난합니다. 제가 하지 않았다면 채상도 그 맥이 끊겼을 거예요. 전수관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우리 전통을 너무 몰라 안타까울 때가 있어요. 특히 젊은 친구들이요. 국가적으로 전통에 관해 홍보를 더 많이 해야 해요. 외국 것은 무조건 좋다고 받아들이면서 전통은 고리타분하고 잘 모르는 것으로 치부하잖아요. 전수관 운영도 빠듯하지만 채상 연구를 게을리할 수는 없죠.”

현재 서 장인의 가족은 모두 채상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녀의 조교이기도 한 남편은 채상 작업의 출발점인 대오리를 만드는 일에 주력한다.

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한 아들 김승우(29)군도 팔을 걷어붙였다. 아들이 외조부와 어머니의 뒤를 이어 가업을 잇겠다는 의지가 넘친다고 말하는 서 장인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김관석 기자

 3대 채상장 보유자 서신정 약력

재임기간: 2012~ 현재

-약력-1979년 입문 

1888년 88올림픽 공예품 경진대회 최우수상

1992년 중요무형문화재 제 53호 채상장 전수 이수

1995년 중요무형문화재 제 53호 채상장 전수교육조교

2000년~2002년 광주광역시 북구 공예학교 출강

2009년 전국죽제품경진대회 대상(국무총리상)수상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초청시연

2011년 전남여성플라자 박물관 전시회

1990년~2008년 전승공예대전 장려상 12회 수상

2012년 중요무형 문화재 채상장 보유자 지정

2014년 프랑스 문화유산 박람회 초청전시 시연

2015년 담양 세계 대나무 박람회 전시 및 시연 참여

2017년 미국 필라델피아 (craft show) 박람회 초청 작가 참여